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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나무골에서(12): 목회자의 상처치유

박동서 목사 (엘크그로브 가스펠교회)

목회를 하다 보면 모든 감정의 골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종으로 부름 받아서 쓰임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사역의 열매를 경험하게 되면 기쁘고 행복한 느낌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순간들은 참으로 빨리 지나가고 영원히 머물지 않기 마련입니다. 행복한 순간보다는 마음 아프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더 많았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화를 내기도 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기에 종으로써 충성하며 사명을 감당한 것만으로도 순종과 감사의 삶을 살아갈 뿐입니다. 문제는 목회자들도 이러한 감정의 기복을 겪으며 많은 상처를 받게 되는데 그에 따른 적절한 대처방법을 모른 채 마음의 병이 깊어져 간다는 것입니다.

교인들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는 그 병폐가 특히 오래갑니다. 사랑을 쏟고 그 영혼과 가정을 위해 기도해주던 교인이 가슴아픈 말을 하며 떠날 때 자신의 존재감과 사역자체에 회의가 들면서 깊은 절망과 좌절감이 찾아옵니다. 첫 번째 성향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상처를 준 교인에게 엄청난 분노감이 들기도 합니다. 두 번째 성향의 경우는 자신의 자질과 능력 부족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자책하면서 슬픔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세 번째 경우는 목회에서 어려운 일을 부딪칠 때마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근심하며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것을 두려워하는 공포심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목회자도 인간이기에 조금씩은 이러한 성향들을 다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자신이 상기한 세 가지 성향 중에서 어느 한 가지 경향이 너무 뚜렷하다면 그에 따른 바른 대처 방법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료받아야 합니다.

상담심리학에서는 첫 번째 성향의 사람을 보통 ‘Wanter’라고 합니다. 이 사람의 특성은 지금 현재 자기가 처해 있는 어려운 상황의 책임을 전부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이나 요인에서 찾으려 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분노라는 감정에 쉽게 빠져 듭니다. 두 번째 성향의 사람은 ‘Giver’라고 합니다. 이 사람은 이름 그대로 남에게 늘 베풀면서 만족감을 누리며 삽니다. 사랑을 쏟았고 섬겨주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교회나 가정이나 관계에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자신이 부족하고 잘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쉽게 자책하며 슬퍼합니다. 세 번째 성향의 사람은 ‘Seeker’라고 합니다. 이 사람은 어떤 일이든 그 뒤에는 특별한 섭리나 목적이 있다고 믿으며, 늘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합니다. 그러다가 감당키 어려운 일이 닥치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근심과 걱정, 우려와 공포 속에서 갇혀서 고통을 받습니다.

Wanter인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주위에 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인과 영적 지원군이 있으면 큰 힘이 됩니다. 이런 주위의 지원그룹들은 당사자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분노는 부끄러워서 감추거나 억누르지 말고 잘 다스려야 하는 감정임을 알아야 합니다. Giver인 사람들은 주위의 사람들의 감정이나 태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그들을 배려하고 섬기는 일에 익숙하지만 그 민감한 성품 때문에 더 상처를 많이 받기 마련입니다. 특히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쉽게 노출하지 않아서 그 감정을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스스로 그 슬픈 마음을 말하고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이 해온 섬김과 베품의 삶이 얼마나 가치있고 소중한 것인지를 격려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람에게는 많은 위로와 격려가 필요합니다. Seeker그룹의 사람은 그 사람이 믿고 살아온 인생의 목적을 스스로 다시 확인하고 그 여정을 확신 속에 다시 떠나갈 수 있도록, 두려움과 불안의 늪에서 자신이 흙먼지를 툴툴 털고 일어나 빠져 나오도록 그 옆에 앉아서 마치 그 여행을 함께 떠날 친구와 같은 동반자가 필요합니다. 두려움의 실체를 피하지 않고 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성향에 대한 이해는 비단 목회환경에서 뿐만 아니라 가족관계나 학교, 직장, 병원과 같은 사역환경에서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주님은 열두 제자들과 삶을 공유하시면서 그들의 장단점, 연약함과 같은 성품을 아시고 그들의 삶을 이끌어 위대한 초대교회의 기둥들이 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만들어 주신 자신을 먼저 알고 가족들과 교우들을 잘 목양하는 지혜로운 목회자로 살아왔나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다시 한번 회개하고 주님의 도우심을 간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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