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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나무골에서(11): 순교적 삶과 죽음

박동서 목사 (엘크그로브 가스펠교회)

한 달쯤 전 병원 채플린으로 봉사하고 있을 때, 총에 맞고 응급실로 실려 온 한 경찰관의 마지막을 지켜보았습니다. 이날 무려 세 명의 경관이 새크라멘토 지역에서 자동차 절도범으로부터 총을 맞고 그 중 두 명이 목숨을 잃는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병원에서 트라우마 얼러트(긴급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기 5분 전에 병원 전체에 관련 스태프들이 응급환자를 신속히 조치할 수 있도록 방송으로 알리는 것)가 반복되고, 저는 혼자 채플린실에 있다가 응급실로 곧 달려갔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경찰관 한 명과 팔에 총을 맞고 지혈 조치만 받은 다른 경관 한명이 앰블런스에 실려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거의 50여명 가까운 의료진이 달라붙어 Intubation(기도삽관) 및 CPR(심폐소생술)을 하며 심장 박동과 호흡 유지를 위해 30분 가까이 최선을 다했지만, 가슴에 총을 맞은 경찰관은 끝내 죽음을 맞고 말았습니다. 40대 초반의 건장한 남자로 아내와 네 자녀가 있는 성실한 경찰인 것으로 알려지며, 그토록 잔인하게 살인을 자행한 범인을 체포하는 일로 새크라멘토 카운티와 플레이서 카운티 사건 지역 일대는 모든 학교도 문을 닫고 통행하는 차량도 검문을 하면서 긴장이 점점 더해만 갔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운명한 경관의 부인과 가족들이 병원에 도착하면서 병원의 모든 스태프들이 가족들을 위로하고 배려하며 슬픔을 달랠 수 있도록 성심껏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운명을 지켜보며 기도한 원목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가족들이 찾아왔고 저는 가족들에게 그 마지막 모습을 설명하면서 함께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어떠한 위로도 위로일 수 없었고, 그냥 그 분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아침 자녀들에게 일일이 입을 맞추며 주말에 가족 피크닉을 가기로 한 아빠와 남편을 이렇게 허무하게 이별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흐느끼는 부인을 위해 위로와 평강을 비는 기도를 함께 드렸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날 순직한 경관의 아버지도 26년 전 남가주에서 같은 날 순직했다고해서 다시 한번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남편을 26년 전에 잃고 또 다시 아들을 같은 날 잃은 순직 경관의 어머니는 아들의 시신을 보고 그 자리에서 실신을 하고 말았습니다. 카운티 경찰서의 채플린(경목)도 와서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며 수없이 많은 동료 경관들을 떠나보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친한 친구와 동료를 보내는 아픔도 크지만 남편과 아버지를 졸지에 잃은 미망인과 유가족들을 지켜보는 일은 더 큰 아픔이라고 했습니다.

경찰관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범인들을 쫓다가 죽고, 군인은 국민들의 안위를 위해 전쟁에 나가 싸우다가 죽습니다. 농부는 농사일이 천직인줄 알고 밭에서 일생을 일하다 죽습니다. 배우들은 무대에서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하다가 죽는 것이 가장 영광스러운 죽음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성도는 무엇을 위해 살다가 어디에서 어떻게 생을 마감해야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아가서 목회자의 가장 영광스러운 죽음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모든 경관이나 모든 군인들이 시민과 국가를 위해 영광스러운 순직을 할 수는 없듯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나 모든 주의 종들이 순교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강단에서 혼신을 다해 말씀을 선포하다 죽거나, 선교지에서 이교도들에게 십자가의 복음을 전하다 죽는 순교는 모든 설교자와 선교사들의 꿈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도 찾지 않고 알아주지 않는 산골이나 낙도에서, 변두리 상가 지하실 구석이나 한인도 얼마 안되는 중소도시의 이민교회에서 섬기는 목회자들의 인생이 오히려 더 힘든 순교적 삶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들은 정말 내일이라도 세상을 떠나야 한다면 과연 준비가 되어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저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언제 어떻게 사랑하는 가족과 교회를 떠나야만 할지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는 과연 천국에 가서 주님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 칭찬을 들을 수 있을 지 오늘도 다시 스스로 물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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