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섭 목사 (에벤에셀 선교교회)
한동안 한국사회에서 빈번하게 사용되어진 단어 중의 하나는 “개혁”이었다. 재벌개혁, 국방개혁, 정치개혁, 교육개혁, 규제개혁, 사법제도 개혁, 공무원 연금개혁, 공기업 개혁, 정보원 개혁, 체육개혁 등. 얼마나 개혁이 되어가고 있는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더 나은 모습으로 새롭게 바꾸어져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래 개혁이란, “처음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란 뜻이다. 금번 10월 31일은 종교개혁 497년을 기념하는 날로 Martin Luther가 1517년 로마가톨릭교회의 부패와 타락상에 대한 95개 조항의 질의서를 독일 빗덴베르크 정문 게시판에 붙인 것이 개혁의 도화선이 되었다. 특히 마리아 숭배사상, 성직매매, 성당건립 기금 마련을 위한 면죄부 판매 등은 순수한 복음에서 변질된 것이며, 선량한 백성들의 재산을 탈취하려는 교황청의 기만이라며 부패한 교회를 성경의 권위와 하나님의 은혜와 믿음을 강조함으로써 새롭게 변혁시키고자 했던 운동이다. 종교개혁의 3대 정신은 첫째, “오직 성경”으로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다. 당시는 아무나 성경을 가질 수도 없었고, 성직자들만 가질 수 있었고 읽고 해석할 수 있었다. 또 성경은 라틴어로만 기록되어 있었기에 라틴어를 모르는 일반 국민들은 더더욱 읽을 수 없었다. 루터는 라틴어로 된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여 일반 국민들이 성경을 읽을 수 있게 하였다. 둘째, “오직 믿음”으로, 구원은 율법을 지킴으로나, 선행으로, 종교적 의식을 행함으로가 아닌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셋째, “오직 은혜”로, 구원은 자신의 어떤 공로나 면죄부를 사는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닌 오직 은혜로만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믿음은 구원의 은총을 받는 ‘통로’역할을 할뿐이며 행위의 ‘대가’로 구원을 받지 않음을 주장하였다. 당시의 종교개혁은 독일과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 종교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자연과학, 의학 등 각 분야에 큰 변혁을 일으켰다.
1517년 루터를 통해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개혁운동이 일어난지 497년이 되었다. 지속적인 개혁을 통하여 교회의 참 모습,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참 모습을 통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데 다시 과거의 부패하고 타락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말씀의 순수함을 회복하는 일, 겸손하고 정직한 삶보다는 성공주의에 집착하게 되었고, 도덕적 수준은 현저히 낮아져 세상 사람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 전체 인구가 1,200만명이었을 때 기독교인의 수는 약 10,000명 정도로 1%대였다. 당시 기독교인들은 교회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신뢰받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독교인의 수는 훨씬 더 많아졌지만 영향력도 낮아졌고, 신뢰도도 타종교에 뒤져 있다. 지난 2월 한국 기독교윤리 실천운동본부에서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를 타종교와 조사하여 발표하였다. 천주교 29.2%, 불교 28%, 기독교 21.3로 최하위였다.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로 언행의 불일치, 불투명한 교회재정, 지도자들의 부도덕한 행동을 꼽았다. 오늘의 기독교를 바라보면서 한국교회에 제 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무속과 신비주의에 물들어가는 기독교, 타종교와의 연합을 빌미로 종교다원주의를 공공연하게 정당화하는 일, 광신주의와 은사주의, 목회자들의 성추행 등.
2년전 한국 미래목회포럼은 “종교개혁 495주년을 맞는 한국교회 5대 개혁과제”를 발표했다. 무자격 목사안수 남발, 대형교회 세습 문제, 교단총회의 총회장 선거의 비윤리적 행태, 연합기관의 빗나간 이단논쟁으로 교계를 분열시키는 일, 두 개의 찬송가 발행, 교계 인사들이 정치인들의 들러리로 나서는 일 등. 한국 미래목회포럼은 지난해 ‘오늘의 교회개혁과 사회변혁’을 주제로 종교개혁 496주년 기념 포럼을 열었는데, 고신대 이상규 교수는 ‘종교개혁과 한국교회의 개혁’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지금 한국교회는 교회공동체에 마땅히 있어야 할 영적 권위를 회복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종교개혁을 16세기의 역사적 사건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종교개혁의 정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반성적 성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도인들은 개혁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어야 한다. 특히 나 아닌 다른 사람, 다른 교회, 한국교회의 개혁을 부르짖기 전에 먼저 나 자신과 우리가 섬기는 교회가 끊임없이 개혁되어져야 한다. 그리하여 주님이 세우신 모든 교회 공동체가 순수성과 거룩성, 영성과 윤리성을 회복하여 사회의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마지막 시대에 복음의 횃불을 높이 드는 교회들로 세워지기를 간절히 소원하며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