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진 목사 (샌디에고 반석장로교회)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사태의 심각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일, 이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를 긴급하게 선포했다. WHO 마거릿 챈 사무총장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권고문을 통해, 국가원수들의 비상사태 선포,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센터 설립, 에볼라 감염이 심한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3개국 접경지역에 대한 최우선적 의료 및 물자 지원 등을 촉구했다. 이러한 비상사태 선포가 얼마나 효력을 나타낼지는 권고안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나라들이 협력하여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야 가능하다.
WHO는 지난 5월 파키스탄 등의 야생 소아마비 바이러스 발병 때에도 비상사태를 선언했지만, 지난주 전문가 회의에서 검토한 결과 관련 회원국들이 권고안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고, 파키스탄과 카메룬 등에서는 상태가 더 심각한 지역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도했다. 또한 지난 2009년 돼지독감 때에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일부 항공편과 교역의 제한을 권고했지만 상징적 조치에 그쳤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WHO가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나섬에 따라 적어도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WHO 주요 회원국인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에볼라 대응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서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지금 한국은 100일전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인해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있다. 여전히 10여구의 실종자들에 대해 인양도 하지 못한 채,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지도 못하고 여야와 유족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consensus)도 이제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한동안 국가 개조를 외치며 해양경찰청을 해체하더니 유병언씨만 잡히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여론몰이를 했지만 사체로 발견된 후에는 이제 아무 일 없던 양,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관성의 법칙을 또 한번 확인하고 있는 듯하다. 이후에 터진 윤일병사건으로 세월호 침몰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사후대책은 또 한동안 물속에 잠수할 듯하다.
얼마 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미국장로교단(PCUSA) 221차 총회에서는 헌법에 있는 ‘이성간의 결합’으로 규정된 결혼의 정의를 ‘(남자와 여자가 아닌) 두 사람 간의 결합’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결정함으로 성직자의 동성애자 결혼예식 집전, 나아가 동성애 목사 안수의 길까지 열리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미국민의 의식구조가 깊이 깔려 있다. 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동성애가 도덕적으로 괜찮다고 답한 사람은 52%이고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답한 사람은 43%였다. 1년 전에 각각 49%, 47%였던 것을 보면 동성애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청교도의 나라라고 자부하던 미국 땅, 특히 교회 안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이 점점 세속적 인본주의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고 오히려 배척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세상을 파괴하는 것들은 눈에 보이는 핵미사일만이 아니다. 때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임을 알게 한다. 어쩌면 WHO의 국제 비상사태는 정치 경제적으로, 사회 윤리적으로, 종교적으로 속히 확대되어 선포해야 할 시점이다. 만일 이러한 사태를 안일하게 생각한다면, 이는 분명 치명적인 인류문명의 재앙으로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주장한 ‘깨진 유리창 이론’(1982년)은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급속히 확산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에 가정과 교회, 인류문명과 사회를 함몰시키기 위해 창궐해가는 사악한 영적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11년 이상, 줄과 소 멍에를 친히 자기 목에 매고 하나님의 심판을 선포했던 눈물의 선지자 예레미야처럼, 3년간이나 벗은 몸, 맨 발로 거리를 다니며 외쳤던 이사야 선지자처럼, 십자가상에서 자신의 몸을 드려 죄에 대해 죽고 의에 대해 사는 복음을 선포하신 우리 주님처럼 오늘 이 시대의 하나님의 종들은 영적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창궐해가는 이 시대의 영적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유일한 길은 예수와 함께 죄에 대해 죽고 예수와 함께 의에 대해 사는 예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밖에 없음을 비상하게 선포해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하심으로 살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