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섭 목사 (에벤에셀 선교교회)
인사 청문회는 3권 분립이 엄격한 대통령제 국가에서 고위공직 후보자의 자질 업무능력, 도덕성 등을 검증하기 위하여 대통령이 행사하는 공적인사권을 국회가 견제하는 제도로, 후보자를 의회에 출석시켜 질의? 답변하고 진술 등을 듣는 절차이다. 미국은 인사청문회제도를 운영한지 200여년 정도 되었지만, 한국은 불과 14년 정도로, 지난 2000년 2월에 국회법 개정으로 인사 청문 특별위원회 및 인사 청문회 규정을 신설하여 청문회제도가 도입되었다. 정부가 국회에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20일 내에 국회 본회의 표결에 회부, 처리해야 한다. 정부는 임명동의안에 임명동의 요청 사유서 또는 의장의 추천서와 함께 학력, 경력사항, 병역신고사항, 최근 5년간의 소득세, 재산세 및 종합토지세의 납부 실적에 관한 사항, 범죄 경력에 관한 사항을 첨부해야 한다.
지난 1년 반 동안 한국에서는 3명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치기도 전에 자진사퇴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그들 모두 한때는 존경받는 이들로 만인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아들의 병역 면제의혹, 부동산 투기의혹, 전관예우, 친일사관 논란으로 모두 자신과 가족들까지 만신창이가 된 채 청문회도 열리기 전에 자진사퇴하였다. 그들 모두 개인이나 가정관리를 잘하지 못한 불찰도 있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적지 않지만, 사실은 인사 청문회제도의 근본취지가 조금씩 훼손되어가고 있다.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따져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보다는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정치공세, 과도한 신상털기를 통한 망신주기, 사생활을 유린하고, 평생에 걸쳐 쌓아올린 명예를 훼손시키며, 인격살인에 가까운 공영방송사와 정치인들의 추한 정치행태는 근절되어야 한다.
언론들도 후보들에 대한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공정하게 보도해야 함에도 전후를 자세히 확인해보지도 않고 난도질만 하는 행태도 근절되어야 한다. 아무리 폭로성 기사라도 최소한의 공정성이나 균형성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과거에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던 후보자들은 청문회도 하기 전에 벌집처럼 만들어 평생 쌓아올린 명예를 실추시켜 회복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물론 후보자들 모두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어 청문회검증과정을 통과할 수 있는 인격과 도덕성, 올곧은 삶, 자질과 능력까지 겸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한 목소리를 높이는 청문회 위원들과 모든 국회의원들도 한 사람씩 청문회에 세운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까?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여 독주하지 못하게 하고 좋은 후보를 천거해주는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후보자의 명예도 존중하며 품격 있는 청문회를 통해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검증하여 국격을 높여가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좋은 일꾼을 세워 일하게 해야 한다. 또한, 신문 방송을 통해서만 내용을 접한 네티즌들도 정확한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판단을 자제해야 되는데,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흥분하여 무자비한 댓글을 달아 인격살인을 하거나 집단적으로 물리적 행사를 하는 행태도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그리스도인 공직자들은 이런 청문회의 과정을 거울삼아 교회와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자 한다면 항상 신전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인으로 섬길 기회가 왔을 때 왕 같은 제사장의 참 모습을 보여주며 국가를 위해서, 주님 나라 확장을 위해 아름답게 쓰임을 받되 애굽에서 존경받는 총리로 일했던 요셉처럼, 바벨론에서 존경받는 총리로 오래도록 귀하게 쓰임을 받았던 다니엘과 같은 공직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가 그의 신하들에게 이와 같이 하나님의 영에 감동된 사람을 우리가 어찌 찿을 수 있으리요”(창41:38,41), “이에 총리들과 고관들이 국사에 대하여 다니엘을 고발할 근거를 찾고자 하였으나 아무 근거, 아무 허물도 찾지 못하였으니 이는 그가 충성되어 아무 그릇함도 없고 아무 허물도 없음이었더라”(단6:4).
오늘의 시대에 이런 그리스도인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이다. 언제 어느 때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질과 능력을 검증받게 될 기회가 올지 누가 알겠는가? 나아가 그리스도인 된 우리 모두 언젠가 주님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될 것이다. 평생 어떤 모습으로 신앙생활을 했는지,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직분을 가지고 주님과 교회, 이웃을 섬겼는지를 심판주이신 주님께 보고할 때도 오게 될 것이다. 그날이 유구무언의 날이 되지 않도록, 주님께로부터 인생을 헛되게 살았다는 선고를 받지 않도록, 나는 너를 모른다고 하시지는 않을지를 생각하며 긴장된 마음으로 신실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