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섭 목사 (에벤에셀 선교교회)
지난 5월 15일, 911추모박물관이 뉴욕에 개관되었다. 테러발생 13년 만에 월드트레이드센터(WTC) 자리에 정부지원금과 시민기부금 7억 달러로 8년간의 공사를 거쳐 건물이 세워졌다. 지난 2001년 9월 11일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가 비행기와 충돌, 붕괴되면서 약 3,000여명이 숨진 곳, 바로 그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 세워졌다. 박물관은 지상층과 지하층으로 나뉘어, 지상층에는 당시의 상황을 영상으로 상영하는 Auditorium이, 지상으로부터 21m 아래에는 2개의 대규모 전시실에 2만점 이상의 사진과 유품, 희생자와 유가족의 통화 및 재난 구호 담당자들의 교신 등 1,995건의 음성기록, 테러범들이 공항에 들어서는 장면 등 580시간 분량의 영상기록이 전시되어있다 한다. Memorial Hall에는 당시의 신문기사는 물론 TV방송과 개인 및 기관에서 수집한 현장 영상, 육성 녹음 등이 전시되었는데, 그 영상속의 경찰들은 다급했고, 불타는 건물로 뛰어 들어가는 소방관들의 뒷모습, 벽면을 가득채운 희생자들의 사진, 실종자들의 유해가 안치된 공간의 벽면에는 테러의 아픔이 남기는 교훈이 새겨져 있다 한다. “아무리 많은 날들이 지나도 시간의 기억으로부터 당신들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No day shall erase you from the memory of time).
뉴욕 퀸즈에는 홀로코스트기념관(The Kupferberg Holocaust Center)이 유대인들에 의해 세워졌다. 홀로코스트의 본뜻은 인간이나 동물에 대한 대학살 행위를 말하지만, 2차 대전 후에는 나치스에 의해 자행된 600만 명의 유대인 학살행위를 말한다. 2차 대전 후 독일은 히틀러의 민족우월적 발상을 배격하고 유럽평화와 공영의 길로 나가기 위해 철저하게 과거사를 반성했다. 그리고 나치스의 최대 희생자였던 유대민족은 유럽, 미국, 아프리카 등 나치와 싸웠던 모든 나라에 홀로코스트기념관을 세워 나치의 전쟁범죄와 잔학행위를 고발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고자 했다. 현재 전 세계에 수백 개가 넘게 설립되었으며, 젊은 세대들에게 아픈 역사의 상처를 잊지 않도록 교훈을 삼고 있다.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에도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교훈들이 많이 있다. 120년 전의 갑오경장 즉 일본이 한국 군대를 해산하라는 것, 한국에 주둔하는 다른 나라의 군대를 철수시키라는 것과 한국의 개혁정책을 친일파 관리를 통해 발표하게 한 사건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은 그 일을 지혜롭게 풀지 못해 결국 1910년 국권피탈로 나라를 일본에 빼앗겨 36년간 나라 없는 설움과 고통을 겪었다. 그 후에도 6.25전쟁을 통한 동족상잔의 비극적 교훈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남북통일의 기반을 닦아가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의 세월호 참사의 교훈도 잊지 말아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며, 국민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아픈 상처를 더 이상 주어서도 안 될 것이다.
지울 수 없는 아픔은 한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정에도, 국가에도 나아가 교회 안에서도 있다. 그 아픔, 참사의 원인이 한쪽에만 있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 고통스러운 상처로 남아 있기도 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그 상처만 가슴에 품고 살수만은 없다. 상처와 고통은 속히 털어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더 큰 상처와 고통이 나 자신을 완전히 망가뜨려 파괴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든다. 우리는 다만 여러 사건들을 통해 교훈을 받되 더 이상의 미움과 보복의 반복, 극단적 선택이 아닌 생명의 소중함, 상호 평화를 위한 양보와 이해, 공존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더 큰 책임과 부담이 있어야 한다. 참사와 고통을 안겨주는 원인 제공자들이 아닌 교회와 사회, 국가를 위해 기도하며 소금과 빛의 사명을 감당하는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의 미래가 더 이상 비극으로 얼룩진 삶이 되지 않고 은혜와 축복의 삶, 사명 감당을 통한 감격의 날이 되도록 정직과 진실, 배려와 성실함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