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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나무골 텃밭 이야기(5): 피스메이커

박동서 목사 (엘크그로브 가스펠교회)

한국처럼 전쟁을 많이 겪은 나라가 바로 중동의 이스라엘입니다. 이스라엘의 전쟁과 분쟁의 역사가 곧 히브리 민족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팔레스타인의 모든 갈등과 크고 작은 전쟁들 외에도 지난 오천년 역사가 주위 강대국과의 뺏고 빼앗기는 피비린내 나는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샬롬(Shalom)이란 말입니다. 모든 인사말에서부터 대표적인 지명이나 인명까지도 샬롬이란 표현이 들어갑니다. 예루살렘이나 솔로몬 왕의 이름이 그렇습니다. 샬롬이란 말은 육신의 안녕을 넘어 전인격적인 평안(Well-being)을 뜻합니다. 더 나아가서 환난이나 전쟁, 질병이나 고난, 죄악으로 인한 하나님의 심판으로부터의 구원을 의미하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평화는 그러나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미동부 워싱턴DC 근교의 한국전쟁기념관에 가면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미국의 젊은이들을 추모하는 기념비와 조각공원이 있습니다. 그곳에 새겨진 유명한 글귀가 그곳을 찾는 수많은 추모객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그렇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귀한 희생과 피로써 얻어진 값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평화도 그렇게 엄청난 대가를 치루고 얻어진다고 믿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어린 영혼들이 고귀한 생명을 잃었고 유가족들은 슬픔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온 나라는 이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철저한 개혁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세상에는 그토록 온 국민이 원하는 평강을 되찾고자 애쓰는 사람들과 기회다 싶어서 분열과 불신을 조장하며 평강을 깨뜨리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희생하며 하나님과 우리들을 화목케 하시려고 이 땅에 오신 진정한 피스메이커이셨습니다. 남들에게 책임을 돌리지도 않으셨고, 인간의 모든 허물과 죄악을 몸소 짊어지셨습니다. 하나님과 화목케 된 자들에게는 다시금 화목케 하는 직책(reconciliation ministry)을 주셨습니다. 평강의 왕(Prince of Peace)으로 오신 주님이 모든 성도들에게 화평케 하는 사역자(Peacemaker)로 부르신 것입니다. 하나님과의 수직적 화평이 첫째요, 이웃과의 수평적 화평이 둘째입니다.

협상이나 중재를 잘하는 사람이 피스메이커가 아닙니다. 정치적 타결이나 타협을 유도해내는 외교적 수완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이해관계와 정치적 계산에 의해 합의된 화평은 일시적일 뿐, 결코 영원한 유익을 가져다 줄 수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언제든지 피스브레이커로 돌변이 가능합니다. 이기적이고 변덕스러운 탐욕에 의해 이간질하는 자와 참소하는 자로, 분열과 파멸의 도구가 되어 마귀의 종노릇을 하게 됩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통해 우리는 참된 피스메이커의 모습을 봅니다. 당시 세상의 권력과 바리새인 지도자들의 눈에는 분명히 예수님은 자신들의 질서와 화평을 파괴하려고 온 피스브레이커였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주님의 관심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만족케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하나님 아버지의 보내신 뜻을 따라 죄인들을 구원하여 하나님과 다시금 화평을 누리게 하는 것만이 세상에 오신 목적임을 너무나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리스도인으로써, 주의 종으로써 과연 주님과 같이 피스메이커의 삶을 살고 있는지, 아니면 침묵과 무관심 속에서 피스메이커라는 본연의 직책을 포기하고 유기하며 살고 있는지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더 타락해서 주님께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걸림돌이 되어 화평의 소망마저 빼앗아 버리는 피스브레이커로 전락해 버리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주님은 화평케 하는 자가 복이 있다고 하시며(마5:9)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라 하셨습니다. 변호사이며, 피스메이커 미니스트리의 설립자인 Ken Sande는 피스메이커는 하나님의 은혜로 숨쉬는 자라 했습니다. 날마다 하나님의 은혜를 들이마시니, 그의 생각과 말, 삶이 은혜로 가득차서 그가 가는 곳마다 주의 평강이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피스메이커로써의 본분을 깨닫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천국을 기업으로 물려받는 하나님의 자녀라 불리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과 화평케 된 놀라운 은혜를 깨달으니 그 받은 은혜를 전하고 나누며 베풀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됩니다. 화평케 하는 사역을 기쁨으로 감당하는 성도들과 교회들은 하나님이 아름다운 영혼의 열매를 맺게 해주십니다.

주님 앞에 가는 날까지 아직도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진정한 피스메이커로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교회 안에서조차 화평케 하는 자라기보다는 화평을 가로막는 자로 살았던 적이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피스메이커들에 의해 이 답답한 세상도 참된 화평의 축복을 누리게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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