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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나무골에서 가꾸는 텃밭 이야기(4): 선한 한국인의 꿈

박동서 목사 (엘크그로브 가스펠교회)

지구상에는 약 6,000여 종족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인도 당당하게 수많은 인류의 종족들 가운데 코리언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코리언이라고 하면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6.25전쟁을 겪은 나라라는 것 외에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던 동양의 작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경제발전과 아울러 뛰어난 한국제품들의 성공적인 수출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올림픽 개최와 월드컵 축구 등으로 지명도를 높여가다가, 한류문화의 확산으로 이제 한국과 한국인은 소위 선진국의 대열에 참여하게 된 듯 싶었습니다.

사실 수년에 한 번씩 고국을 방문할 때마다 경제적인 발전상을 충분히 목격할 수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항상 마음에 걸리는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심각한 공해문제도 그렇고, 정치문화는 필자가 한국을 떠나던 30여년전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듯 했습니다. 교통 및 주차질서는 여전히 문란하고 행인들은 보행 중 몸을 부딪치고도 미안하다고 사과는커녕 목례조차 하는 사람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물질적으로나 외관상으로는 분명히 잘살게 된 듯 보였으나, 그 내면은 아직도 상식과 배려, 도덕과 윤리, 질서와 정의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졸속 성장의 모습들이 눈에 띠었습니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그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일도 할 수 있다고 하는 오염되고 왜곡된 삶의 정신들이 너무나 널리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대형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영향력과 설득력조차 상실한 상태인 것처럼 보입니다. 가장 모든 면에서 앞장서서 세상을 바르게 인도해야 할 교회와 목회자, 교회의 지도자들이 부정부패와 탐욕에 이끌려 힘을 잃고 있습니다. 아무리 외쳐도 이제 젊은이들과 전도 대상자들은 더 이상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거룩과 성결의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에 대한 불신앙까지 초래하는 걸림돌이 되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미국의 병원 이름 가운데 가장 흔하고 많은 것이 선한사마리아인(Good Samaritan) 병원입니다. 사마리아인은 유대인들로부터 멸시를 받고 천대받던 보잘 것 없는 종족이었습니다. 그러나 누가복음 10장에서 주님이 강도당한 사람을 돌봐주는 사마리아인을 긍휼을 베푸는 진정한 이웃이라고 비유를 통해 말씀하시면서, 사마리아인 앞에는 늘 선하다는 형용사가 지난 2000여년 동안 따라다니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지난 30여 년을 살면서 한인 크리스천으로서 한 가지 꿈을 지니고 살았는데, 언젠가 코리안 앞에 ‘선한’코리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과 한국인, 한국의 기독교인들을 침몰시킨 사건 같아 보이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온 세계에 ‘선한 한국인’(Good Korean)이라는 이름을 세우는 자숙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은 강도를 만나 부상을 입은 환자를 이웃처럼 돌보고 자신의 물질과 시간을 써가며 그 사람이 회복되고 치유되기만을 애썼습니다. 누구의 잘못인지 서로 손가락질하고 정죄하지도 않았고, 체면과 명성은 가장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죽어가는 사람을 외면하고 지나가지도 않았습니다. 아마도 유가족이나 이 사건으로 상처를 받은 온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긍휼히 여기는 마음일 것입니다.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마5:7)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상한 갈대를 꺽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는 주님의 마음으로 서로 불쌍히 여기고, 보혜사 성령님의 참된 위로가 임하도록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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