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곤 목사 (참사랑교회)
팔다리와 가슴이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고 유독 배가 볼록한 아이들! 사진으로 많이 보았던 아프리카 어린이들입니다. 무슨 병에 걸린걸까요? 진작 알고 보니 그 병은 가난하기에 생기는 병이었습니다. 단백질 섭취량이 극히 적은 상태가 오래될 때 생기는 병인데 “가나어”로 ‘콰시오코르’입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날 때 큰 아이가 걸리는 병입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갓 태어난 동생에게 엄마 젖을 빼앗긴 아이는 그동안 모유에서 얻을 수 있었던 양질의 성분을 계속 공급받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니 단백질이 부족한 4세까지의 유아들은 머리는 커지는데 팔, 다리 살은 빠지고 배가 불러지게 됩니다. 이런 어린아이들, ‘콰시오코르’들이 1년에 300만명, 1달에 25만명, 1일에 8,300명, 1시간에 347명, 1분에 6명, 10초에 1명꼴로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물과 관련된 질병으로 죽어간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이 아이들에게 물은 단순히 물 자체가 아니고, 물은 생명이고 내일을 향한 꿈이요 희망입니다. It’s not just water. It’s a hope for children.
그렇다고 아프리카에 깨끗한 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프리카 지하에는 깨끗한 물이 많이 흐르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그들은 우물 팔 비용이 없어 깨끗한 물을 못 먹고 오염된 물을 먹어서 그렇게, 그렇게 죽어갔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고 앞으로도 죽어갈 것입니다. 곧 다가오는 어린이주일, 어머니 주일을 바라보며 스스로 물어봅니다. 과연 이 어린이들은 나에게 누구일까? 이들을 바라보는 어머니들의 마음은 어떨까? 이들이야말로 여리고 골짜기에서 강도만나 피 흘리며 죽어가는 자가 아닐까? 정말 이들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이 아닐까? 정말 이들은 지극히 작은 자 하나(소자)의 모습으로 오신 작은 예수들이 아닐까? 그렇다면 정말 나는 누구일까? 지나치고 외면하는 레위인과 제사장들은 아닐까? 선한사마리인의 비유(눅10:25-37)도 영생의 질문에서 시작했고, 양과 염소의 비유(마25:31-46)에서도 결론은 영생의 길입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에게 인생은 그냥 인생이 아닙니다. 영생을 준비하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우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우리의 이웃들은 전에도 존재했고, 오늘도 존재하고 내일도 존재할 것입니다. 항상 존재해 왔습니다. 양과 염소의 차이는, 레위인 제사장과 선한 사마리아인의 차이는 “누가 그들의 이웃이 되어주었는가?”(마25:40, 눅10:36)에 있습니다. 오늘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은 “부활의 주님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부활의 생명이신 예수를 나누고 섬길 때 그들의 삶 안에, 현장 안에 죽음과 절망과 고독과 소외의 권세가 깨뜨려질 것이고 예수 부활 생명이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으로 사순절을 지나 부활절을 맞아 지난 4월 27일 주일에 제가 시무하는 교회에서 뜻 깊은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아프리카 케냐 몸바사 근처에 점점 무슬림화 되어가는 작은 마을 우쿤다에 세워진 “Bright Angels Christian Academy”에 다니는 어린아이들과 마을주민들을 위해 우물을 파주는 “우물파기 후원 음악회”, “2014부활절 생명동참프로젝트–물은 생명입니다!”였습니다. 아프리카에서의 물은 어린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사망의 권세입니다. 물 때문에 사망의 권세 아래 죽어가는 어린이들에게 깨끗한 물이 나오는 “우물 파주기”는 그들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져내는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하는 생명사역의 “동참”입니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그냥 지나치는 레위인과 제사장이 아니라 자비와 긍휼과 사랑을 나누고 섬기는 선한사마리아인으로서 지극히 작은 자(소자)를 “섬기는 일”입니다. 동시에 이슬람마을 안에 기독교학교공동체를 “지원”하여 “생명의 물(=생수)”을 통한 복음선교사역입니다. 독창, 합창, 오케스트라 등등 출연진만 80여명에 이르는 음악회였습니다. 모두다 부활절 생명나눔동참을 위해 재능기부로 이루어졌고, 음악인들이나 행사를 지원하는 이들이나 모두다 함께 엄청난 은혜를 받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물파기 후원금은 이날 참석한 미주한인국제기아대책기구 사무총장인 정승호 목사에게 전달되었습니다.
해매다 부활절을 맞는 교회들과 성도들! 과연 나와 나의 교회만이 기쁜 부활절을 보내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이 부활의 기쁨을 필요한 이들과 함께 나눠 그들도 예수의 부활이 기뻐야 합니다. 매일 스치고 지나가는 일상의 모든 사람들, 그들 모두는 “부활의 주”가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 이 부활의 주님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부활생명을 나눠주는 부활신앙을 살아가 하나님 나라와 그분의 절대주권적 통치에 쓰임받는 부활의 증인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