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엽 목사 (오렌지 카운티 나침반교회)
작년에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직장은 제약회사인 화이저였다고 발표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내가 알기로 이 회사는 몇 년 동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순위는 일터에서 행복을 좌우하는 요소들로 정해지는데 무엇보다 일과 삶의 균형, 그리고 직장 안에서의 인간관계, 그리고 직장의 문화와 처우와 성장기회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정해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행복한 직장이라고 해도 연봉이 5만에서 8만불 정도이니 그리 높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직원들은 그런 일터에서 만족해하며 자신의 최선을 다해 일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자료에 의하면 행복한 직장의 공통점은 원만한 소통과 자신이 배려받는다는 안정감이라고 한다. 그런 것들이 일터의 행복과 만족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할 수 있는 덴마크에서 가장 행복한 일터로 뽑힌 제약회사 로슈 덴마크 역시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작년에 한국에서 가장 화제가 된 직장은 제니퍼 소프트라는 작은 IT기업이었는데 그 회사사장의 경영철학 역시 사람중심이었다. 복지의 수준을 엄청나게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자율성을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기업문화가 있었다.
이런 자료들을 대하면서 자꾸만 깨닫게 되는 것은 결국 진정한 리더십은 사람을 섬겨주는 데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은 링컨이다. 그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실 링컨은 미국 대통령 중에 가장 많은 비난과 가장 심한 중상모략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는 학벌이 약했고 촌사람처럼 굴었기에 같은 공화당 내에서도 그를 업신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그가 너무나 겸손했기에 주변의 참모들조차 그를 대통령으로 존경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도움을 받아야 제 역할을 조금이나마 수행하는 사람 정도로 평가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다. 링컨의 리더십은 한 마디로 “모든 영광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언제나 약한 자리로 내려가 있었고 자기와 함께 한 사람들을 언제나 높였다. 미드 장군이 게티스버그 전투에서 꾸물대다가 남부의 리 장군을 체포하지 못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미드 장군의 문책을 주장하자 자신이 군의 총사령관임을 자임하였고 그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여 큰 감동을 주었는가 하면, 그랜트 장군이 빅스버그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을 때에는 “이번 승리는 전적으로 당신의 판단이 옳았고 나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축하합니다”라고 편지를 보냈을 정도이다. 링컨과 함께 있으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인했고, 그가 자신을 인정해준다는 생각으로 충성을 아끼지 않게 되어 결국에는 링컨의 리더십에 들어간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위에 열거한 회사들의 리더십도, 링컨의 리더십도 같은 원리에 의해서 작동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리더십이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함이니라”(막10:45). 예수님은 한없이 낮아지셨다. 그래서 십자가를 지는 자리까지 내려가셨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내려가신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사는 인생이 되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닌가. 결국 진정한 리더십의 본질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높여주고 섬기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리더를 위해 목숨까지도 바친다.
요즘 대심방 기간이다. 세상이 바뀌어 심방에 대해 시큰둥하는 교인들도 있어서 작년은 하지 않았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어서 시행하고 있다. 가정이나 일터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적절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권면하고 기도해주는 심방을 하면서 심방이야말로 목회사역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다시 확인되었다. 지난 주 새로 등록한 어떤 분의 가게로 심방을 했더니 너무 좋아하면서 목사님이 찾아준 것이 십년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우리는 프리처(preacher)보다는 패스터(pastor)를 원합니다.” 심방을 돌아나오면서 곰곰이 그 말을 되씹었다. ‘교인들은 목회자를 원한다!’ 함께 울고 함께 웃어주는 목회자, 삶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목회자,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고 격려하고 세워주는 목회자, 돌아보니 이민교회의 목회자로 존경받는 분들의 모습이 대개 이런 절박한 분들이시다. 어디 교인들뿐이랴! 교회밖 일을 하다보니 함께 일하는 목사님들도 군림하는 리더가 아니라 동역하는 리더, 섬기는 리더,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리더를 원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모든 사람들은 참된 리더, 섬기는 리더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