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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생활은 소명이다!

민경엽 목사 (오렌지 카운티 나침반교회)

지금은 고인이 된 구본형 씨가 쓴 “낯선 곳에서의 아침”이라는 책에는 “인생은 불연속선이다”라는 내용의 글이 있다. 인생이 가는 길에는 계속 평탄대로만 있는 것이 아니고 좁고 험한 길도 있고 종종 낭떠러지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이라면 별 고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가파른 길을 만나거나 절벽을 만난다면 이 길을 계속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최초의 불연속선은 아기가 늘 먹던 엄마의 젖에 빨간 약을 바르고는 “에비”하면서 더 이상 젖을 먹지 못하게 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우리들 대부분은 이 일에 대한 기억이 없겠지만 이때 이걸 계속 먹어야 하는가 아니면 포기해야 하는가 심각한 갈등의 국면을 맞이했으리라. 사실 이런 인생의 불연속선은 의외로 많다. 진학이 좌절되었을 때, 취업이 되지 않을 때, 마땅한 배우자가 없을 때, 해고당할 때, 사랑하는 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이런 저런 인생의 굴곡들 앞에서 우리는 불연속선을 경험한다. 이민생활도 불연속선에 해당한다. 언어, 기후, 관습, 문화가 모두 다른 이국땅에 내동댕이쳐져서 각박한 현실과 싸우면서 얼마나 많은 불연속선을 경험했는가!

지난 1월 13일은 한인들이 미국 하와이에 이민 온 지 111년 된 날이다. 가난하고 미래가 암울했던 조선땅에서 하와이에 가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는 하와이언 드림을 품고 102명의 조선인들이 호놀룰루 부두에 이른 새벽 도착하였다. 대부분이 신자였던 그들은 이 땅에 도착하여 예배부터 드렸고, 교회부터 지어서 1903년 11월 10일 하와이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라는 최초의 한인교회를 설립하였다. 말을 타고 채찍을 휘두르는 스페인계의 루나라는 십장의 잔인무도한 관리 속에서 2미터도 넘는 사탕수수밭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12시간 이상의 중노동과 최저임금에 시달렸다. 그래도 그들은 살아남았고 그 돈을 조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하였고, 심지어 독립운동의 자금으로 헌납하기도 하였던 것이 최초의 이민자들이었다. 그런 가운데서 2003년 이민100주년을 맞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한인이민의 해가 선포되었고, 2005년 연방하원에서는 405:0, 즉 만장일치로 미주한인의 날(Korean–American Day)을 결의해주었다. 이는 미국사회에서 특정 소수계 이민을 위해서 기념일을 지정해주는 첫 사례가 되었다. 그만큼 미국내 한인들의 위상이 올라간 증거요, 백여 년 세월 동안 한인들이 불연속선을 극복하기 위해 눈물과 피와 땀을 많이 흘린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런 성공적인 이민생활을 어떻게 대를 이어 지속적으로 성공시키며 자랑스런 코리언아메리컨으로 살아가야 할까? 그 답은 우리보다 더 열악한 바벨론으로 포로로 끌려갔다가 다시금 꿈에도 그리던 조국의 품에 안겼던 유대인들에게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선지자 예레미야는 원치 않는 이민생활을 감당하고 있던 유대인들에게 그 일이 하나님이 하신 일이고 거기에서 70년의 세월을 보내야 하니 집을 짓고 농사도 짓고 자녀들을 시집보내고 장가보내라고 하였다. 예레미야는 비록 유대인들이 죄로 인해 포로로 끌려가긴 했지만 그것보다 더 큰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 속에서 하나님이 보내신 것임을 일깨웠던 것이다. 우리의 이민생활도 마찬가지다.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서 등등 이민 온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하나님께서 보내셔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민자들에게 이민은 소명(God’s Calling)이다. 그러므로 미국을 제2의 조국으로 사랑하고 위하여 기도하고 미국을 축복하고 미국에 유익한 국민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이민생활의 불연속선이 아무리 어려움을 준다 해도 희망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너희가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있다 하더라도 너희를 향한 나의 계획은 언제나 평화이지 결코 재앙이 아니다. 너희가 지금 갈망하는 것과 같이 너희에게 밝은 미래를 열어주는 것이 나의 계획이다”(렘29:11, 현대어성경). 그 옛날 유대인들에게 밝은 미래는 조국으로의 귀환이었다면 오늘의 이민자들에게는 이 땅의 주류사회 속에 파고들어 주인의식을 갖고 이 땅에서 성공적으로 사는 것이며, 동시에 다음 세대가 존경할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밝은 미래다. 또한 이런 밝은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하나님과의 영적 관계회복이다. 예레미야는 유대인들에게 삶의 불연속선 앞에서 하나님께 부르짖으라 그러면 하나님이 만나주실 것이라고 하였다(렘 29:12,13). 죄 때문에 포로로 끌려왔으니 영적으로 회복되는 것이 그들이 밝은 미래를 만들어내는 길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 스스로 이렇게 많은 한인교회를 이 땅에 허락하신 것은 미국사회의 영적 지도력을 가진 민족으로 세워주시기 위함이라고 믿어야 한다. 그러므로 하나님 앞에서 끊임없이 미국과 한국과 세계를 위해 중보기도 하는 사명을 붙잡고 전진해야 한다. 우리에게 밝은 미래가 반드시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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