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엽 목사 (오렌지 카운티 나침반교회)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속도처럼 빨리 달려온 2013년이 황혼을 맞이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 사람들은 여행을 하다가도 지치면 더 걷기를 거부하고 잠시 쉬면서 영혼이 따라오기를 기다렸다가 출발한다고 한다. 우리들이야말로 우리의 영혼이 따라올 수 있도록 잠시 쉼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요란스럽게 살아온 한 해 같다. 이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런 고민 속에 3주간에 걸친 새벽기도집회를 하기로 하였다. “큰 산아, 네가 평지가 되리라”라는 표어를 내걸고 우리 앞의 진짜 큰 산이 무엇일까를 묵상하다가 복음 앞에 깨지지 않은 우리야말로 쉽게 넘기 어려운 험산준령이라 여겨져서 최근 들어 감명 깊게 읽고 있는 “복음–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라는 폴 워셔 목사의 책을 매일 새벽 한 장씩 강의하기로 하였다. 저자는 우리의 진짜 문제는 복음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복음을 회복할 수 있는지 군더더기 없이, 딱딱하지만 명쾌한 설명으로 우리로 하여금 복음의 핵심에 다가서게 만든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우리를 원색적인 복음에 다가서도록 우리의 모든 문제가 죄 때문에 생겼으며, 우리 모두가 예외 없이 죄인이고, 우리의 죄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죄 짓기를 밥 먹듯 하고 있는 죄인된 우리에 대해 하나님께서 얼마나 진노하고 계신지를 적나라하게 펼쳐보인다. 죄 문제를 설교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목소리의 톤이 올라간다. 하지만 목소리를 높일수록 정작 회개해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사실에 무척이나 힘들고 괴롭다.
그중 아주 도전이 되는 말씀이 있었다. 우리는 흔히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해야 한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하나님은 죄를 미워하실 뿐만 아니라 죄인도 미워하시고, 죄인에게 분노하시고, 죄인을 증오하신다는 말이다. 실제로 죄와 죄인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나님은 죄인에 대해 매일 분노하시며, 회개치 않을 때는 칼을 가시고 활을 당기어 예비하시는 분이시다. 또한 악인과 폭력을 좋아하는 자를 미워하신다(시7:11,12, 11:5). 이런 분노 앞에 하나님을 비난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거룩하신 하나님의 분노는 불합리하거나 이기적이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격정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의로운 분노이기 때문이다. 이 하나님 앞에 나서서 나는 죄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자는 세상천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중재자가 필요하고, 그래서 예수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놀라운 은혜를 입은 우리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 죄 짓는 것에 대해 이 세상 어떤 일보다 두려운 일로 여겨야 한다. 동시에 죄를 피할 수도 없기에 최선을 다해 회개해야 한다. 지은 죄에 대하여 고통스러워할 뿐만 아니라 돌아서는 결단을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구원받은 자의 증거요 열매다. 2007년 서울 상암경기장의 평양대부흥100주년기념대회에서 옥한흠 목사는 “주여! 한국교회를 살려주옵소서!!”라는 기념비적인 설교에서 오늘의 한국교회가 초대 소아시아의 사데교회처럼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었다고 질타하였다. 그는 사람들이 볼 때에는 예배도 뜨겁고 봉사도 많이하여 뭐하나 흠을 잡을 데가 없어보이지만 불꽃같은 눈으로 중심을 보시는 주님 앞에서는 그 행위가 죽은 교회가 사데교회였고 오늘의 한국교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만 살았고 행위는 죽어버린 자신을 포함한 교회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100년 전 평양에 임했던 성령의 불길이라고 외쳤다. 그는 그날 한국교회를 살리기 위해 진정으로 회개하자고 사자처럼 포효했고 그 설교를 들은 이들마다 눈물로 회개한 기억이 엊그제의 일처럼 새롭다.
라 로슈코프라는 프랑스의 작가가 “우리가 회개하는 이유는 악행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그로 인해 벌어질 일이 두려워서다”라는 말을 한 것처럼 우리는 해를 넘기기 전에 회개해야 한다. 하나님은 아무도 멸망치 않고 다 회개하기에 이르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오늘까지 올해까지는 인내하고 기다려 주셨지만 하나님의 인내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얼마 전 우리교회 교우중 하나가 전기작업을 하다가 큰 화상을 입었다. 고통스런 화상을 치료하고 있는데 사춘기 아들이 하는 말. “아빠, 하나님하고 계산하실 게 있는 거 아니예요?” 그렇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과 계산할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나님께서 계산서를 아직 내밀지 않으셨다고 끝까지 그러시는 것은 아니다. 전 우주적 종말의 날, 혹은 개인의 종말의 날에 주님은 우리에게 계산서를 내미실 것이다. 요한계시록은 언젠가 그 책이 펼쳐지고야 말 것이라고 하였다(20:12). 그 날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르게 도둑같이 올 것이니 지금 이 연말에 모든 것을 제쳐두고 우리가 할 일은 회개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