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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상 생

최창섭 목사 (에벤에셀 선교교회)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1842-1921)은 러시아의 사회학자, 지리학자로 그가 쓴 책 “상호부조론”에서 “자연에는 상호항쟁의 법칙과 함께 상호부조의 법칙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호부조의 법칙은 생존경쟁에 있어, 상호항쟁의 법칙보다도 우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생존법칙의 최적자란 육체적으로 가장 힘이 센 자이거나 또는 가장 교활한 자가 아니라, 서로가 합심하고 협조를 잘 할 줄 아는 지혜를 가진 자들이라고 했다. 크게 번성하고 많은 자손을 갖고 있는 무리들은 서로 간에 더 공감하고 협동하는 구성원을 많이 가진 자들이라 말한다. 그러므로 상호부조의 습관을 스스로 몸에 익힌 생명체가 자연의 최적자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며칠 전 고국을 통해서 전해온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합작으로 추진하고 있는 북한의 경제특구인 개성공단이 폐쇄 133일 만에 가동 정상화에 전격합의 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합의사항들은 없었지만 아무튼 반가운 소식이다. 개성공단은 2000년 8월 22일 현대아산(주) 과 북한과의 합의로 시작되었고, 2004년에는 약 15개의 기업에 불과했지만 지난 2011년에는 123개 기업이 상주하여 있고 북한 근로자의 수도 약 5만명에 달하며, 누적 총생산액은 약 15억649만 달러나 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단순히 기업주들과 노동자들에게만 유익한 곳이 아니다. 그곳은 본래 북한군 2군단 6사단과 62 포병여단이 주둔하여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의 전방사단에 대한 공격을 담당할 중요한 군사기지였다. 그러나 공단 설립 후 부대가 약 10km 이상 북진하여 남한을 향한 공격의 사정거리가 더 멀어지게 되었다. 개성공단이 계속 가동되어야 할 더 중요한 이유는, 남과 북을 잇는 연결고리가 된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부의 분배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대치상황을 완화시켜주는 완충역할을 해주며, 나아가 남과 북이 평화롭게 통일될 수 있는 이음새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금번에 남한과 북한이 합의 도출 과정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입장을 조금씩 양보하면서 남한에 접근해왔고, 남한은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북한의 완전한 굴복을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고 최적의 시점에서 유연성을 발휘하여 남한과 북한이 재발을 방지한다는데 합의했다. 금번 합의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교훈은 끈기와 인내를 가진 남북 간의 대화, 서로가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은 것이다.

이런 반가운 소식을 접하면서 여러 가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관계 속에서, 정치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도, 직장에서도, 특히 신앙공동체인 교회에서, 교계지도자들과의 관계에서도 얼마나 많은 갈등이 있고 그 갈등은 서로의 관계를 폐쇄시키고 서로에게 큰 상처만 안겨주는 것으로 끝날 때가 많다. 특히 믿는 자들에게는 겸손의 본이 되신 주님이 계심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것도, 인내도, 유연성도 부족하여 극과 극의 대치국면을 이어갈 때가 많다. 이제 서로의 자기주장만 내세우며 기싸움만 하지 말고 조금씩 양보하여 합의점을 도출하고, 합의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해 나간다면 상생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여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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