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길 목사 (뉴저지 필그림교회)
우리 인간은 세 번 태어날 수 있을 때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인생이 된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는 육신으로 이 땅에 태어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생한 후에 한 번 더 태어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사명 또는 소명감으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그것으로 남은 일생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생의 황혼기, 지금까지 사회에서 해오던 모든 일들을 정리하고 떠나는 은퇴 후의 삶은 아쉬움과 아울러 자유함이 있는 삶이라 생각됩니다. 출퇴근 시간, 자녀교육, 업무책임 등의 일상생활의 얽매임에서 해방될 뿐 아니라 출세, 명예, 물질의 욕심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됩니다. 그러기에 “이제는 그동안 원했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을 맘껏 하다가 인생을 마쳐야겠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이 곧 하나님께서 내 삶을 통해 이루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일이라는 확신 속에 새로이 남은 삶의 목표가 설정될 때에 그 인생은 남은 연수에 상관없이 다시 태어나 제3의 인생으로 출발하게 됩니다.
새로 태어날 때마다 인생을 보는 시각과 자세, 삶의 내용이 현저하게 달라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예수를 만나기 전의 인생과 예수 안에 새롭게 태어난 크리스천의 삶이 얼마나 다릅니까? 마찬가지로 남은 인생에 대한 확고한 소명의식, 그것을 가지고 제3의 인생을 살아가는 실버들의 삶 속에는 새로운 삶의 의욕과 소망이 있습니다. 뉴저지실버선교회의 선교사훈련원에서 말씀을 전할 때마다 참석한 실버들이 새로운 사명의 준비를 위한 배움의 의욕으로 가득차 있음을 봅니다. 그들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 닦아온 지혜와 기술이 더 이상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은 목적, 영원한 가치를 위해 쓰여 진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과거에는 수입(Income) 창출의 도구로 사용되었던 봉제기술이 이제는 생명을 구원하는 선교의 도구로 쓰여집니다. 산부인과 의사이셨던 장로님이 병원과 교회에서 은퇴하신 후 이제는 중국에서 의료선교사로서 제3의 인생을 보람 있게 살아가시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오랫동안 보험회사에서 경리를 맡아 일하시다가 은퇴하시고 이제는 어느 선교회 본부사무실에서 선교회의 재정 관리를 맡아 선교사역에 동참하시는 집사님도 만나보았습니다. 이렇게 세상의 직업과 교회의 직분에서 물러나게 되는 인생의 전환기를 제3의 인생을 위한 출발로 삼고 새로운 푯대를 향하여 남은 인생의 경주를 달려가는 실버들의 모습을 바라볼 때 사도 바울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빌3:13, 14).
이 고백에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고 하는 겸손과 거룩한 불만족이 담겨져 있습니다. 내일을 향한 거룩한 목표가 보여집니다. 위에서부터 부르심을 받은 거룩한 소명이 불타고 있습니다. 앞을 향하여 달리는 거룩한 달음질의 소리가 힘차게 들려옵니다. 끝까지 충성을 다하는 거룩한 헌신의 향내가 풍겨옵니다. 바울과 같은 신앙의 고백과 거룩함으로 충만한 제3의 인생을 살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