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엽 목사 (오렌지 카운티 나침반교회)
“인생은 신앙과 인내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가지를 놓치지 않으면 놀라운 목표에 도달한다.” 프랑스 음악가 클라우드 폴 타파넬이 한 말이다. 이 말은 믿음의 조상이라 하는 아브라함의 경우를 생각하면 더욱 걸맞는 말인 듯싶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을 받기 전에도 자손이 없었지만 약속을 받은 후 25년의 세월이 지난 다음에야 아들을 보았고, 손자들을 보는 데는 또 60년의 세월이 무정하게 흐른 뒤였다. 그러기에 히브리서는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11:13)하였다고 기록하였다. 하나님은 약속에 성실하신 분이시기에 결국 약속하신대로 출애굽 할 때 그 자손이 “생육하고 불어나 번성”(출1:7)하였지만 아브라함은 길고 긴 기다림 속에서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되기만을 바라보아야 했다.
그런데 이런 기다림이 무의미하지 않은 것은 하나님께서 이렇게 기다림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셔서 하나님의 사람들을 빚으시기 때문이다. 다시 아브라함으로 예를 든다면, 아브라함은 그렇게 오랜 기다림 속에서 얻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제물로 바치라는 명령 앞에 조금도 주저함없이 순종하였다! 그렇게 장구한 기다림 속에서 아브라함은 하나님께 100% 순종하는 믿음의 조상이 되었다. 기다림 속에서 다듬어진 연단을 통해 이 세상 그 누구보다 하나님을 사랑하며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는 자식까지도 바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신앙인격으로 만들어진 아브라함을 보면 기다림은 최고의 훈련도구이다.
빌리 그래함 목사님의 딸 지지 그래함 치비지안은 자녀가 7명이었다. 당연하지만 신앙의 명가답게 자녀교육에 정성을 다하였고 아이들 모두가 믿음 안에서 잘 자라주었다. 그런데 7명 중에 중간에 있는 아들 튤리안이 사춘기가 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져 버렸다. 튤리안은 수도 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아이 덕분에 수시로 학교상담실에 불려갔다. 불량한 친구들을 사귀고, 마약, 절도, 폭력에 노출되어 경찰이 커다란 개를 끌고 와서는 집을 수색하기도 하였다. 지지는 너무나 많은 고통 속에서 절규하였다. 어머니로서 달래도 보고 꾸짖기도 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다가 16살이 되었을 때는 아예 가출해 버리고 말았다.
아들이 집을 떠난 날, 지지는 이런 시를 썼다. “주님, 그를 돌려보내소서/이곳으로 다시 돌려보내소서/그러나 그가 멀리 있는 동안에도 그에게 가까이 계시옵소서//그리고 근심하는 나의 심령에 평화를 주소서/날마다 흐르는 눈물이 기도로 변하게 하소서/무엇을 해야 할지/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나이기에//주님, 오늘의 제물로 괴로운 어머니의 상한 심령을 받으소서/그리고 내 아이를 돌이키사/집에 머물게 하소서.” 절절한 어머니의 고통을 읽을 수 있다. 지지는 이런 고통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해야 하지만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연약하고 힘없는 자신의 손을 떼고 이 모든 상황을 하나님께서 처리하시도록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끊임없이 아들을 위해 기도하며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놀랍게도 6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 21살이 된 아들이 돌아왔다. 그것도 완전히 변화되어서! 튤리안은 돌아와 결혼을 했고 지금은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되어 목회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이 되었다. 많은 가정에 속앓이가 있다. 이미 깨져버렸거나 금이 간 부부관계, 혹은 사춘기를 보내는 자녀들과 불화를 겪고 있는 부모, 영원한 평행선이라 하는 고부간의 갈등, 그 외에 밖에서 볼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은 가정조차도 깊은 시름에 병들어 있는 가정이 의외로 많다. 여러 가지 문제를 푸는 열쇠들이 있을 수 있고 그런 도움들이 실효를 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반드시 있어야 할 덕목은 인내로 기다리는 것이다. 포기하지 말고, 믿음을 갖고, 인내하며,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기다리라! Never, never, never give up! 전능하신 하나님(엘 샤다이)께서 도우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