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훈 목사 (시카고 그레이스교회)
인간에게는 동물의 단순한 소리언어 전달방식과 차원이 다른 언어체계가 있다. 이것은 계속 발전해왔으며 각국의 고유한 자연언어 외에 인공언어 계발에 이르렀다. 인위적으로 만든 세계어 에스페란토(Esperanto)나 청각장애자를 위한 수화는 물론, 현대의 컴퓨터언어가 대표적인 것이다. 그중 컴퓨터 언어의 역할은 지대하다. 가상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광범위한 IT기술발전으로 소통의 장을 다양하게 열어놓았다. 하지만 모든 발전에는 역기능이 있는 것처럼 다양한 소통수단이 사용자 수준에 따라 역기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전통적 우편에서 전화, 이메일, 카카오톡 등의 SMS 그리고 SNS에 이르기까지 소통매체의 발전에 따라 사용자의 윤리의식도 뒤따라주어야 한다. 핸드폰이 처음 대중화되었던 시절, 버스나 전철 안에서 큰 소리로 전화하던 진풍경에 씁쓸했던 때를 생각하며 소통매체를 잘 사용하는 매너를 생각해본다.
먼저 시차를 생각해주기 바란다. 스마트폰 사용자에게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무료 서비스 어플이 있다. 이 덕분에 무료채팅은 물론 무료전화, 나아가 무료화상통화까지 즐기고 있다. 값비싼 국제전화비 때문에 어쩌다 안부 묻고 살던 시절에 비하면 조석으로 안부 묻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내 반가움에 상대방의 시간을 몰라 시도 때도 없이 문자도착음이 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고된 하루의 일을 마치고 단잠을 자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고, 활동하는 시간이라 해도 연달아 울리는 카톡도착알림 소리는 옆 사람을 불편케 한다. 물론 진동설정도 있고, 나아가 시간별로 전화기의 모든 소리를 차단하는 어플도 있다지만 핵심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한국은 물론 동부와 서부 사이에도 시차가 있는 미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둘째, 대량이메일에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이메일은 편리한 소통의 도구이다. 대량메일이 더욱 그렇다. 하나의 알림 내용을 동시에 대량으로 발송할 수 있으니, 넓고 빠르게 소식이 전달되는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공해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 않아도 상업성 이메일이 받은편지함을 도배하는데, 내가 원치 아니하는 메일이 날마다 들어온다면 공해가 틀림없다. 물론 대량메일의 경우 대부분 수신거부 안내가 있다. 하지만 한번의 수고에 수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는 편리함 때문에 받는 사람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좋은 정보제공이나 전도처럼 아무리 좋은 목적이더라도 대량메일에는 보내는 사람의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수신과 관련된 배려는 물론, 메일주소수집이나 관리도 건전해야 하며, 보내는 이메일의 내용에 대해서는 더더구나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전적인 우편의 심각성도 있다. 향수가 생길 정도로 우표 붙은 메일이 적은 오늘날, 쏟아지는 광고더미 속에 담긴 편지봉투는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그 내용이 어떤 이유에서든지 받아들일 수 없거나 전혀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한 일방적인 정보를 강요하는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보내는 공문서로서의 대량우편은 뭐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사적이거나 각종 정치적 성향의 전단지가 같은 수준, 심지어 블랙메일 수준의 내용들은 우편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가를 떠나 불쾌하기 그지없다. 이런 우편은 수취거부제도도 통하지 않고, 관계없는 글을 보낸 것에 대한 정중한 사과도 없기 마련이다. 겉봉을 뜯어보고 난 뒤에야 어떤 내용의 우편인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나름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것은 여전히 명분일 뿐이다. 단체마다, 수집된 회원주소를 통해 각종 우편을 사적, 집단이기적, 혹은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할 각종 내규나 법률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어찌, 현대적 소통매체의 단점만 있겠는가? 허다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누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좋은 점을 오래 누리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하여 역기능 적인 면을 줄이거나 없애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과 각종 소통매체 사용자의 윤리의식이 필요하며, 사생활보호 차원의 통큰 배려도 필요하다. 이 모든 일의 법적 구속력을 따지기 전에 좋은 단체,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한 책임있는 상호협력의 자세가 더욱 아쉬운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