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훈 목사 (시카고 그레이스교회)
봄소식 들리는 3월이니 교단마다 정기노회 시즌이 되었다. 각계각층이 성숙한 발전을 추구하는 때에, 노회들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새로운 임원을 선출할 것이고, 총회에 보낼 헌의안을 다룰 것이다. 또 지 교회 당회가 제출한 다양한 청원과 안건을 다룰 것이며, 각종 고시를 치룰 것이다. 목사 안수식을 하는 노회도 있을 것이며, 혹 경우에 따라 재판회로 모이는 노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하든지 노회는 존재의 목적을 다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헌법이 명시하는 바 노회는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나뉘어 여러 지교회가 되었으니 서로 협의하여 도와서 교회의 도리와 순전을 보전하며 권징을 동일하게 시행하며 신앙적인 지식과 바른 도리를 합심하여 발휘하며 배도함과 부도덕함을 금지할 것이요 이를 성취”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KAPC헌법, 제5편, 제9장, 제1조). 이것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몇 가지를 부탁하고자 한다.
첫째, 참석이 노회 발전의 기본이다: 목사는 노회 소속이다. 노회가 지 교회에 위임하여 세우거나 파송하여 목회하도록 했다. 그러므로 목사는 삶의 대부분을 지 교회 목회지에서 보내지만, 정기적으로 노회에 참석해야 한다. 지 교회와 목회현황을 보고해야 하고, 교회의 순결보존을 위한 노회의 지도를 받으며, 타 지교회와의 신령적 연합을 도모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노회를 자유롭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규칙을 준수한다는 서약은 회원가입 때뿐이다. 때로는 노회의 진행이나 결정에 불만을 느끼고 참석치 않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개인적이고 습관적인 불참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심지어 징계중인 회원이라도 노회에 출석하는 것이 마땅하다. 노회는 회원들의 참석으로 성숙하게 발전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 하회는 상회에 순종하고, 상회는 하회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노회와 지 교회는 상생의 협력적 상하 관계이다. 노회는 지 교회의 순종적 협력이 없으면 세워지기 어렵다. 목사회원과 장로총대들은 신앙과 다양한 경륜이 있는 사람들이다.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 교회 안건들을 다루며, 총회의 지시사항을 전달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 교회는 노회의 모든 결정에 순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합당치 못한 결정이 있으면 법적 행정적 절차를 따라 뜻을 전할 수 있지만, 그 역시 모든 결정에 순종하려는 자세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반면 노회는 지 교회를 위해 존립해야 한다. 지 교회 없이 노회는 없다. 노회가 목사들만의 모임이라는 부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지 교회를 배려하지 않은 강압적인 법적 행정적 조치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분쟁이나 특별한 청원의 때가 아니어도 노회가 늘 지 교회와 연결되어 있는 실질적 관계로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 세대를 이어주는 노회가 되어야 한다: 노회에 처음 참석한 젊은 목사들의 느낌은 소외감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 막 걷기 시작한 목회자의 길이 낯설기만한데, 자신의 소속인 노회의 모습은 왠지 쉽게 정들 것 같지가 않다. 오래 목회하신 선배들이 자신들의 멘토요 신실한 보호자가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노회는 자기들의 고민과 상관없는 길로 가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단순히 영어와 한어라는 언어 차이 때문이 아니다. 경직된 노회의 문화 때문이다. 회의언어도 그렇고 자신들을 대하는 자세도 그러며 젊은 세대의 제한된 참여가 더욱 그렇다. 2세들에게는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법과 질서를 어겨가며 기회를 주자는 것은 아니다. 총회법과 노회규칙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차세대를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영어노회를 만드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세대의 벽을 넘어 대를 이어갈 것인가 각 노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차세대 없는 노회는 머지않아 지 교회 없는 노회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건강한 노회가 건강한 교회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 지 교회들이 노회를 통해 신실한 연합을 추구할 수 있다는 신념, 그리고 모든 차이를 넘어서서 노회가 동역할 수 있는 현장이 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몇 마디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