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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름다운 동역을 위해

원종훈 목사 (시카고 그레이스교회)

교회는 주께서 친히 세우신 기관이며, 주님의 몸이라는 한마디에 그 중요성이 다 담겨있다. 각기 다른 이름이 있으나, 여전히 유기적으로 연결된 한 교회인 것이니, 서로 돕고 서로 세워, 주님 오시는 그날까지 존재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런 동역은 지역교회끼리 만이 아니다. 기독교 기관이나 단체들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이들은 교회 밖에서 교회를 지원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지역교회에 결여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돕거나, 새로운 실험과 도전으로 교회를 일깨우고, 현대사회에 전방위적인 하나님나라 확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교회사에 크게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근래에 부지기수로 늘어난 기관 단체들을 무조건 신뢰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신앙적배경과 설립취지도 알 수 없고, 지역교회와 관계도 불투명하며, 때로는 교회와의 갈등을 겪기도 한다. 교회와 기관단체들의 아름다운 동역을 위해 몇 가지 제시해본다.

첫째, 각 기관이나 단체들은 정체성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정체성을 밝히는 것은 상식이다. 존재목적이 무엇이며 사명은 무엇인지, 신앙고백은 무엇이며 어느 교단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또한 대표를 비롯하여 관련인물은 누구인지 분명하게 밝혀주어야 한다. 홈페이지에는 물론이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문서로도 밝혀야 한다. 하는 사역이 정당하고 자신 있으면 명확하게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간혹 사역의 특성상 비밀로 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밀로 할 것이 따로 있고 밝혀야 할 것이 따로 있다.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지 정도는 밝혀야 한다. 감추면 오해를 살 수 있다.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 모호한 소수의 기관단체 때문에 대다수의 건강한 기관단체가 손해를 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둘째, 주객이 전도되는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 기관이나 단체가 전도와 선교의 사역주체가 되며, 지역교회를 파트너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표현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표현은 의식과 문화를 만들어 내는바 본말이 전도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런 표현에 성도들이 익숙해진다면 자칫 교회보다 기관단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주님은 주님의 교회를 세우셨고, 사람은 주님의 교회를 위해 각종 기관과 단체를 세웠다. 모든 일에 교회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기관과 단체들은 교회의 연결선상에서 사역한다. 즉 손이 짧은 지역교회들의 긴 손이 되어주는 것이다. 교회들도 기관이나 단체들을 외면하지 말고 마땅히 한 마음으로 동역할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물론 모든 기관과 단체와 협력할 수는 없다지만, 교회가 외면하면 기관과 단체가 어느 누구와 함께 일할 것인가?

셋째, 지역교회의 성도들을 대상으로 사역 혹은 훈련할 때에는 교회의 목회자들의 허락이나 추천을 받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혹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평신도가 등록할 경우 담임목사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거나 담임목사의 동시등록 혹은 추천에 의하여 부교역자가 등록할 수 있다는 내용들은 지역교회의 현실을 고려한 것이요 교회의 질서와 덕을 세우는 성숙한 배려라 생각한다. 지역교회의 목사가 모든 것을 다 알거나 다 옳아서가 아니다.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던 예수님마음 같은 이런 배려를 통해 기관단체가 지역교회들과 같은 꿈을 꾸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 미성숙한 성도들의 영적교만이 교회의 질서를 무시하며 권위를 가볍게 여기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단과 정체불명의 기관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기성교회와 성도들을 대상으로 포교 및 포섭활동을 하기도 한다. 주님 친히 피로 값주고 사신 교회며, 구원 받은 사람들이 함께 지어져가는 교회가 순결을 지키도록 어느 때보다 서로 도와주어야 할 때이다. 공신력 있는 기관과 단체의 훈련과정이 이들의 신분위장에 도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어느 기관과 단체에서 훈련과정을 수료했다고 마음 놓고 받아들였을 때, 생기는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위와 같은 제도적 장치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노력하고 있는 소중한 기관이나 단체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앞으로 생기는 기독교 기관이나 단체들이 분명하게 동역을 시작할 수 있도록 생각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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