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길 목사 (뉴저지 필그림교회)
“모세가 하나님께 아뢰되 내가 누구이기에 바로에게 가며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리이까” 출애굽기 3장11절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Who am I...” “내가 누구이기에...” 모세가 “출애굽”이라는 거대한 하나님의 소명 앞에서 스스로 자신은 “I am nobody”라고 고백하는 모습입니다.
사실 모세 그는 누가 보아도 “somebody”였습니다. 수많은 히브리인 사내 신생아들이 바로의 탄압에 의하여 나일강 하수에 던지어져 죽어갔지만, 그 중에서 특별히 구원을 받았고 바로의 왕궁에서 성장하면서도 친어머니의 젖을 먹으며 자랄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선택과 구원을 받은 그 사실 위에 “I am somebody”라는 자아의식이 강하게 싹트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더욱이 애굽왕 바로의 딸의 양아들로서 강대국 애굽의 학문과 무술을 연마하며 최고 지도자의 반열에 속하여 성장한 그는 준수한 외모에 문무를 겸한 참으로 기대되는 인물이었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somebody”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세상이 인정하는 “somebody”로서의 모세는 기대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가져다줄 뿐이었습니다. 거대한 애굽을 대항하여 싸워주어야 할 모세가 고작 애굽사람 하나를 때려죽이고 바로의 낯이 무서워서 피신하였습니다. 히브리민족의 해방의 역사를 이루어야 할 그가 한 동족의 비난을 받고 숨어버리고 말았습니다. “somebody” 모세가 한 일의 전부입니다. 그러나 그는 피신한 미디안 광야에서 40년이라는 긴 세월을 통하여 중요한 교훈을 받습니다. 큰 깨우침이 그에게 주어졌습니다. 바로 자신은 “somebody”가 아니라 “nobody”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출애굽의 사역을 맡기시는 하나님 앞에 겸손히 대답합니다. “내가 누구이기에...”, “Who am I...?”
이 순간부터 모세는 진정 “somebody”가 되어갑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스스로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백하는 “nobodies”를 택하셔서 “somebodies”로 만드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어떻해요? 늘 함께 계셔주심으로써. 출애굽사역의 소명을 주시는 하나님 앞에 겸손히 “내가 누구이기에”라고 고백하는 모세에게 하나님께서 약속해주셨습니다. “내가 정녕 너와 함께 있으리라.” 하나님의 무한하신 지혜와 전능하신 능력이 함께 하실 때, 비로소 모세는 “somebody”, 출애굽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들의 섬김을 위하여 주시는 귀한 교훈입니다. 스스로 “나는 some-body”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교회가 발전하고,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내가 누구이기에...”라고 겸손히 고백하는 “nobody”를 통하여 하나님은 일하시며, 그들을 또한 하나님 나라의 “somebody”로 세워주시는 것입니다.
스스로 내가 “somebody”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무대 위에 조명(spotlight)아래 모여 있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곳은 흔히 비좁아서 활동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진정 겸손히 섬기는 이들은 무대 뒤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언제든지 새로운 일군을 위한 자리가 주어져 있습니다; “There is always room for one more servant.” 그리고 하나님은 조명아래 있어서 주연의 영광을 스스로 차지하려고 하는 사람들보다는 보이지 않는 무대 뒤에서 주연을 향한 조명과 박수가 보다 영화로울 수 있도록 열심히 뛰는 자들과 함께 하십니다. 조명아래 주연의 자리는 “주님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