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훈 목사 (시카고 그레이스교회)
금년은 이른 바 대선(大選)의 해이다. 11월 6일과 12월 19일, 약 한 달 보름 사이에 한미 양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미국은 2008년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명예를 안고 4년 만에 첫 재선 흑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2008년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낙선했으나 4년 만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재기한 몰몬교 명문가의 미트 롬니가 대권을 두고 만났다. 한국은 이미 대통령후보로 나선 여당의 박근혜와 그 대항마로 거론되는 야권의 안철수, 문재인 등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일찍 확정된 후보 간의 정책대결로 열기가 뜨거워지는 동안, 한국은 아직도 후보확정경쟁이 진행 중이다. 양국 대선이 그 일정에 따라 성숙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누가 뽑히든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대통령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대선을 앞두고 교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하여 신학과 교단의 시각, 그리고 교인들의 정치적 성향이 다를 수 있어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정치적 격변마다 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였으며, 대통령 선출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정치 현안이기 때문에 교회가 제 역할을 감당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좋은 대통령을 지도자로 뽑기 위하여 교회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되, 가장 교회다운 정치적 참여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선, 교회의 가장 적극적인 정치참여는 기도이다. 하나님과의 관계 형성의 길인 기도가 정치적 수단이 될 수는 없지만 ‘정치수단’이 아닌, ‘정치참여’로서의 기도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교회 혹은 그리스도인들이 국민들을 대신 대표하여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하늘의 뜻이 정치를 통해 땅에 이뤄질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며, 현 국가지도자를 위한 기도는 물론 미래 지도자 선출을 위해 합심하여 기도해야 할 것이다.
둘째, 그러나 교회는 어느 정당이나 특정 개인을 지지해서는 안된다. 정교분리론에 대한 해석 적용차원에서도 그렇지만, 교인들의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고려한 목회 현실적 이유 때문에도 그렇다. 심지어 교회에 특정 정당 지지자가 많거나 심지어 대통령후보가 출석하고 있어도 교회는 공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인물을 지지해서는 안된다. 정당이나 인물 선택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헌법적 특권이자 의무이다. 교회 스스로 정치적 존재로 격을 낮추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럴수록 미성숙한 정치가들은 교회를 이용하려 들 뿐이다.
셋째, 교회는 투표에 참여하도록 적극 권유해야 한다. 교인이 자신의 영적존재성만 강조하다가 이 땅을 향한 사회적 책임을 경시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기도가 성도로서 가장 기본적인 정치 참여의 길이라고 한다면, 투표는 국민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정치참여의 길이다. 투표일에 교회행사를 만들지 말 것이며, 오히려 유권자등록이나 투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 각종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이 땅을 기경하는 일이자, 성경적인 정치제도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일이기도 하니, 대선의 기회에 하늘과 땅 두 시민권에 대한 책임을 다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넷째, 선거등록이나 투표의 장소로 교회건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교회건물은 본질상 예배장소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교회건물은 지역사회와 공유해야 할 ‘하늘자산’이 되었다. 전도나 선교적 차원에서 뿐 아니라 교회본질에 대한 이해가 폭 넓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다양한 면에서 교회와 사회의 연계 사역이 건물공유 혹은 건물나눔으로 실행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교회건물을 선거 관련장소로 내놓아야 한다. 물론 지역사회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예배시간 이 외의 건물공유는 하나님의 이름이 높임 받는 또 다른 길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더 적극적인 정치 참여의 길이 있겠으나 적어도 이 정도는 모든 교회가 공감할 수준이라 생각한다. 좋은 대통령을 뽑아 건강하고 좋은 나라를 세우면, 좋은 나라 안에서는 복음 전파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각 사람에게 유익을 주려고 일하는 하나님의 일꾼’인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기도해야 할 때임을 실감하며, 한미 양국의 대선을 선도하는 교회모습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