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시론

올해 휴가는 어떻게?

양춘길 목사 (뉴저지 필그림교회)

“올해 가족휴가 계획 세우셨습니까?” 자녀들의 방학이 시작되면서 이러한 인사가 오고갑니다. 이미 방학을 맞이한 자녀들과 함께 모국방문 등 여행을 떠난 가족들도 있습니다. 이집 저집 휴가 떠났다는 이야기에 “우리는 언제 어디로 가지”하는 생각이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1-2주 또는 2-3일이라도 가족이 함께 휴가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너무도 바삐 돌아가는 삶의 테두리를 잠시 벗어나면 잊어버리고 살던 귀중한 것들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휴가를 이용해 산과 바다, 사막과 호수로 나아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입니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자연의 오묘한 조화를 바라보노라면 이 귀중한 것을 너무나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구나 하는 후회의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또 한편, 우리들이 바삐 돌아가는 그 세월동안도 자연은 말없이 신선함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오염되고 복잡한 세상을 감싸주고 있었으며, 언제든지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음에 고마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휴가여행의 중요성은 얼마나 멀리, 얼마나 많은 곳을 다녀왔느냐 하는 것에 있지 않고 무엇을 보고 느끼며 얼만큼 삶의 활력이 재충전이 되어서 돌아왔느냐 하는 것에 있습니다. 매일매일 성취욕에 사로잡혀 살아가다 피곤해진 심신을 이끌고 떠나는 휴가의 계획마저 짧은 시간동안 무리를 해서라도 될수록 많은 곳을 돌아보겠다는 생각은 시작부터 피곤합니다. 피곤한 일상생활의 연장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우리 삶의 생동력은 바른 삶의 목적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사랑과 우리의 삶을 창조하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일에서부터 주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조용한 명상의 시간과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들, 함께 둘러앉아 바쁜 삶의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나누지 못했던 가족 대화의 시간, 기도하고 떠나며, 도착하여 기도하고, 온가족이 호텔이나 텐트 안에 둘러앉아 찬송과 기도의 간단한 예배로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으로 짜여진다면 가장 바람직한 크리스천의 휴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하루 밤쯤 밖에 나가 장작불을 피워놓고 온 가족이 다소곳이 둘러앉아 무수한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온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우리 가족 한사람 한사람을 자기의 형상대로 창조하시고 지금도 우리들을 사랑으로 감싸고 계심을 느끼고 노래하는 시간을 갖게 될 때에는 시 8편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로 하나님께 찬양을 돌리시기를 권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바삐 돌아가는 삶의 테두리를 벗어나 휴가나 영성의 시간을 가질 때마다 저 자신에게 던지는 네 가지의 질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성경 속에서 하나님이 인간을 향하여 던지셨던 물음들입니다. 이 물음들에 스스로 대답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지금까지 걸어온 삶의 발자취를 다시 한번 돌아보며, 내 삶의 현주소를 하나님의 안목으로 점검해보는 귀한 영성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꼭 기도원에 들어가 앉아서만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 지는 해의 저녁노을 등을 바라보면서 틈틈이 질문에 답해 보는 것입니다. 이 네 가지의 질문을 소개하면서 글을 맺겠습니다.

1. 네가 어디 있느냐? (창3:9). 지금 너와 나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어 있느냐고 인간을 향하여 처음 던지셨던 하나님의 물음입니다. 2.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창4:9). 우리가 사랑해야 할 사람들, 이웃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어 있느냐고 물으시는 하나님의 물음입니다. 3. 무엇을 구하느냐? (요1:38). 무엇을 목적으로 예수를 따라가고 있는 지를 생각하게 하시는 물음입니다. 4.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요21:15, 16, 17). 나를 위해서 생명까지 내어주신 예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게 하시는 물음입니다.

위의 질문을 묵상하며 솔직하게 있는 모습 그대로 대답하며 하나님 앞에 나아올 수 있을 때에 새로운 은혜와 사랑을 체험하며, 힘찬 믿음과 결단의 열매를 얻는 휴가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