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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제36차 총회와 임원에게 바란다

원종훈 목사 (시카고 그레이스교회)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 제36차 총회가 뉴저지 중북부 쉐라톤 호텔에서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지난 36년간 신실하게 인도하신 하나님과 총회 발전에 수고한 모든 분들에 감사드린다. 또한 작은 것 하나라도 세심하게 준비한 준비위원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새로 구성된 임원진을 향한 기대감으로 몇 가지 바람을 적어본다.

첫째, 집단 이기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총회는 어느 한 지역, 어느 한 특정 그룹에 의하여 세워진 기관이 아니며, 또한 소속 노회나 학연 지연의 어떤 사적 이해관계 위에 세워진 조직도 아니다. 총회는 피로 값주고 사신 각 지역의 한 교회 한 교회 위에 세워졌으며, 지역 교회를 돕고 바르게 인도해야 할 사명이 총회에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으니 감사한 일이지만, 항상 역기능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어려움에 직면한 교회와 노회가 서로 돕다 보면 진리나 법의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소수의 이해관계에 집중된 집단이기주의 양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 깊어 교단이 성장할수록 우리 모두는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래야 명실공히 다양한 모든 교회와 회원의 총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비전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총회에 참석할 때마다, 짧은 시간에 각 노회에서 올라온 각종 안건을 다루다보니 지나치게 현실 문제 해결에 급급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27개 노회와 600여 교회, 1천 2백여 목사 회원의 상회로서 이들에게 법적 행정적 지원 의무를 다하려다보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총회에서는 진리수호나 전파 의지는 물론이요 장기적인 하나님나라 발전을 위한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우리 교단만의 특색 있는 신학적 정체성을 확립해주고, 시대를 뚫고 지나는 목회적 비전을 제공하며, 나아가 장단기적인 교단 발전을 위한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총회는 모일 때마다 과거 수습이 아닌 미래제시형 기관으로서의 자리매김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셋째, 차세대를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우리 교단이 좋은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가만히 있어도 차세대 목회자들이 찾아온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차세대 목회자들에게는 그들만이 열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있지만, 그 세상을 열수 있는 발판은 여전히 우리가 마련해주어야 한다. 이제 적극적으로 차세대 목회자들을 영입하여 36년의 대를 이어 교단을 발전시킬 꿈을 꾸게 해주어야 한다. 영어가 편한 회원 목사들을 위해 노회 하나 만드는 것으로는 고맙지만 부족하다. 좀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교단이 인정하는 미국 신학교를 찾아가 교단설명회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목사자격 및 학력고시를 치룰 때 차세대 수험생을 좀 더 배려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각 노회 산하 신학교 재학 중인 목사후보생들을 적극 멘토 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무엇을 하든지 차세대를 위한 배려 없이 미래를 만들기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간에 쫓겨 안건을 다루다가 ‘잔무’라는 이름으로 임원들에게 숙제가 주어진다. 짧은 일년 임기이다. 행정과 법의 잔무만 다루다가 회기를 마무리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성숙하고 비전 있는 총회를 만들어 나가기 바라는 마음 가득하여 주제넘게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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