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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오직 너 하나님의 사람아

양춘길 목사 (뉴저지 필그림교회)

때로 우리는 예배시간에 “오직 너 하나님의 사람아” 하고 앞뒤좌우에 있는 분들과 인사하며 성도의 교제를 나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백성,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엄청난 축복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라가는 과정의 시작일 따름이다. 우리는 이미 되어진 존재가 아니라 지어져가고 있는 과정에 있음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우리 앞에 놓여 있고 그것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과의 철저한 싸움의 연속인 것이다.

헬라의 거지 철학자로 유명한 디오게네스는 아무하고나 거리낌 없이 말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극장이나 경기장을 향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 날 경기장으로 가는 한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도 지금 운동경기를 구경하러 가는 길입니까?”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아닙니다. 나는 지금 경기를 하러 가는 중입니다.” 그러자 상대방은 비웃으며 재차 물었다. “도대체 당신 같은 사람이 누구와 경기를 하십니까?” “바로 나의 기쁨 그리고 고통과 경기를 하지요. 수시로 덤벼드는 욕망과 한 바탕 붙어 레슬링을 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아십니까? 그 녀석을 붙잡아 땅으로 팽개쳐 버릴 때의 그 상쾌함이란!” 디모데에게 보낸 편지에 사도 바울은 이렇게 적어 보내었다. “오직 너 하나님의 사람아 이것들을 피하고 의와 경건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좇으며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라 영생을 취하라”(딤전6:11-12). 우리 자신들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라가기 위해서는 먼저 피해야 할 것들이 있다. 교만, 변론, 투기와 분쟁, 훼방과 악한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 욕심이다. 갈수록 물질만능주의로 치닫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두려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가 하면 우리가 적극적으로 좇아가야 할 것들이 있다. “의와 경건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좇으며...” 이렇게 피해야 할 것들을 과감하게 피하고, 좇아가야 할 것들을 적극적으로 좇아가는 삶이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지식적으로 잘 알면서도 때로 그 반대로 살고 있는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피해야 할 욕망과 분쟁은 적극적으로 좇아가고, 좇아야 할 경건과 인내는 오히려 피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라가는 이 과정에서 먼저 요구되는 것은 나 자신과의 솔직한 만남이다. 내 마음을 그대로 들추어내는 작업이다. 숨겨진 마음의 동기와 소욕을 있는 그대로 끄집어내어 나 자신에게 보여주고 평가받는 일이다. 이 작업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정당화 시키려는 나 자신을 대항하여 싸움을 치러야 한다. 이 싸움에서 승리하는 순간순간이 바로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큰 전쟁보다는 오히려 매일의 삶 속에서 생겨나는 나 자신과의 작은 싸움들의 결과로 인하여 하나님의 사람됨의 결정체가 형성되어 가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가령, 거스름돈을 세어보고 더 많이 돌려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또는 남의 차 옆을 긁는 사고를 저질렀지만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파악한 순간, 우리는 내면에서 나 자신과의 순간적인 싸움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오직 너 하나님의 사람아” 하며 나누는 인사는 우리가 받은 특별한 축복을 상기 시켜준다. 전지, 전능, 무소부재하신 하나님께 속한 사람이 되었다는 엄청난 축복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라가기 위해 오늘도 나 자신과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음을 주지시켜주는 인사이다. 오늘 내가 당장 피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지금 내가 적극적으로 좇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믿음의 선한 싸움에 승리하는 순간순간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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