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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리가 다시 서야 할 출발점

민경엽 목사 (오렌지 카운티 나침반교회)

지난 4일 LA의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는 구스타프 말러의 8번 심포니 ‘천인(千仁)교향곡’이 화려하게 연주됐다. LA필하모니와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 오케스트라 190명, 8명의 솔리스트와 16개 합창단 813명(한인LA챔버콰이어 포함)으로 다 합쳐 1,011명의 공연이 5,400여 청중들로 만석된 가운데 성대하게 연주됐다. 이 연주회의 주인공은 당연히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2008년 약관 27세의 나이에 LA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음악감독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이었을 것이다.

나는 기사를 보면서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e Antonio Abreu) 박사를 생각했다. 세계 제2위의 석유매장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치교육수준이 바닥을 치고 있어서 어린이들이 빈곤과 마약, 범죄에 그대로 노출되는 베네수엘라의 현실을 비통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적은 힘으로라도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30여년전에 도전했다. 그는 조직이라는 의미의 ‘엘 시스테마’라는 단체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빌려주고 무료로 레슨을 받게 하며 음악을 통해 꿈과 희망을 갖게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의 노력이 놀라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구미각국에 베네수엘라 출신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베네수엘라에는 30개의 오케스트라와 125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으며, 현재 275,000명의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엘 시스테마에서 미래 음악의 꿈나무로 성장하고 있다.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 오케스트라가 엘 시스테마의 작품임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이제는 70대 중반인 아브레우 박사는 최근의 인터뷰에서 “이제부터 10년 안에 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에도 조국의 안타까운 현실에 비분강개했던 인물이 있다. 느헤미야다. 그는 예루살렘에 성전은 있지만 성벽이 허물어져 버리고 성문은 불타 백성들의 삶이 위협당하는 현실에 가슴을 쳤다. 느헤미야를 더욱 아프게 한 것은 이런 열악한 현실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택한 백성들의 마음속에 깊은 좌절감, 패배의식, 그리고 정체성 상실이 자리잡아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가 자신의 모든 안락한 현실을 버리고 예루살렘으로 달려가서 52일 만에 성벽재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느헤미야는 어떻게 이 놀라운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는가? 나는 그가 최초로 보였던 그의 반응 “울고 수일 동안 슬퍼하며 하늘의 하나님 앞에 금식하며 기도하여”(1:4)에서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행동으로 옮기기 전 적어도 4개월을 하나님 앞에서 눈물로 기도하며 하나님의 사명을 찾았고 그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은혜를 구했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 부조리한 현실들에 직면해있다. 세상의 소금과 빛인 교회가 맛을 잃어버렸고 빛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세상은 썩은 냄새로 진동을 하고 암흑천지가 되어버렸다. 교회지도자들의 탐욕과 비리와 죄악들로 인해,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의 믿음과 삶이 일치하지 못함을 인해 강하게 비판, 조롱당하는 한국교회의 현실들을 볼 때 그렇다. 동성애가 정당화되고 번영복음이 강변되며 대안이 없어서 이단에 속한 자를 대통령후보로 지지하는 미국의 쇠락해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지구상에서 가장 깨어있다는 중국교회 성도들조차 최근 빠른 세속화의 물결에 휩쓸려간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이런 부조리한 현실들 속에서 깨어 있는 교회의 지도자들이 우선적으로 할 일은 느헤미야처럼 울며 슬퍼하며 금식하며 기도하는 것뿐이다. 먼저 우리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자. 하나님이 앞장 서셔야 모든 일은 올바르게 풀린다. 기도로 우리 공동체들의 죄악을 회개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구해야 한다. 재를 뿌리며 옷을 찢고 눈물로 회개하는 회개의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 금식기도의 영성을 다시금 회복해야 한다. 기도원에 올라가 밤을 지새며 부르짖어 기도하던 구국기도의 영성도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진정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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