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목사 (로스앤젤레스장로교회)
2월 4일이 입춘입니다. 미국에 살면서 이제는 조금은 어색해진 표현이기도 합니다.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 멋진 필체의 붓글씨로 써서 대문에 붙여 놓으셨던 한자로 쓰인 글들을 기억합니다. 서울에도 한옥이 여전히 많았던 시절에는 봄이 오는 길에 집집마다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는 두 문구를 대문에 보기 좋게 붙여 놓은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옥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양옥이 들어서고, 대문은 철문으로 대처되면서 이런 문구들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어 버렸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문에 붙여 놓은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종이가 없으니 깨끗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개의 문구는 너무나 좋은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입춘대길(立春大吉)이란 “입춘에 좋은 일이 많기를 기원합니다”는 뜻이 있습니다. 건양다경(建陽多慶)이란 봄의 따스한 기운이 감도니 경사로운 일이 많기를 바랍니다“는 아름다운 사랑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웃들끼리 서로를 향해 축복을 빌어주던 아름다운 풍습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정적으로, 교회적으로 모든 열방의 구석구석에 이 사랑의 메시지가 전해지기를 소원해봅니다.
대망의 새해 2012년의 대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벌써 한 달을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리스의 경제파탄으로 인해 유럽공동체는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는 불의한 독재 정치가들의 압제를 견디다 못해 피의 복수를 하며 저항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의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후지산(富士山)이 폭발할 것이라는 소식 앞에 전국이 비상사태에 돌입을 하였습니다. 중국은 하늘에 140개가 넘는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며 우주 강대국으로 발돋움을 하려고 하지만 인권탄압, 소수민족들의 피의 저항, 고도성장 속에 숨어있는 거품이 빠지면서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K-Pop은 전 세계의 젊은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지만 높은 등록금과 실업률로 인해 정작 한국의 젊은이들은 소망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품위 없는 행동으로 온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경제대국인 미국도 경제한파 앞에서 거대한 몸을 움츠리고 있습니다. 하루도 평안한 날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며칠 앞두고 가슴 설레는 여인의 삶에도 좋은 일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웃음만 가득한 행복한 가정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시작되면서 삶에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회복 중에 있는 병약한 몸에도 올해의 입춘은 더 따뜻하기를 기대합니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봄의 따뜻한 기운에 눈 녹듯이 없어지기를 기도합니다. 경제적인 한파가 한 풀 꺾여서 가정마다, 삶의 현장에 봄기운으로 새로운 소망이 싹트는 것을 바라봅니다. 온 세상이 주를 알아가는 지식이 한층 넓고 깊어질 것을 기대합니다. 복음을 기도와 사랑으로 뿌린 사역지마다 풍성한 열매를 거두는 풍년을 맞을 것입니다. 올 한해도 주님이 모든 것을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주시며 소원의 항구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선한 손길을 기대하면서 주위의 사람들에게 사랑과 축복을 빌어주십시오.
세상 사람들이 하듯 그냥 길(吉)한 것을 빌어주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은혜 속에서 하나님의 선이 온전히 이루어지는 것을 소원하는 것입니다. 주 안에서 입춘대길이요,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인해 건양다경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모든 성도들의 삶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것을 기대하면서 봄기운을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