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훈 목사 (시카고 그레이스교회)
임진년 한 해가 밝은지 벌써 한달이 되어간다. 이 시간이야말로 일년중 가장 희망적인 때이다. 추수와 결실의 압박감이나 반성과 회고의 성찰적 중압감은 없고, 가슴 벅찬 계획과 결심, 포부와 비전만이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도 그렇다. 평가와 판단의 독설보다는 잘해보자 권하며 잘되어가기를 바란다 덕담해주니 저마다 귀가 호사하는 때이다. 하지만 연초의 계획이 세말의 풍성한 열매로 이어지려면 열두달이라는 긴 마라톤을 뛰어야한다. 남들 다 하는 것이니 나도 해보자는 가벼운 결심이었다면 모르지만 작은 열매라도 기대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새해의 결심이나 계획을 진단하여 수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1월이 가기 전에 신년 결심을 진단하고 수정하여 확정하라. 인간은 계획을 할뿐 아니라, 계획을 수정하며 사는 존재이다. 신년 벽두의 비장한 결심이 일년내내 실천 가능한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연초의 계획은 분위기에 따라 지나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이 수정의 적기이다.
사람들은 잘 살아보고 잘 믿어보자고 큰 맘 먹다보니 힘에 지나도록 결심하기 쉽다. 그러니 며칠이 되지 않아 힘에 부쳐 실천하기 어려움을 깨닫게 되고, 수정하기보다는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결국 계획은 원대하였으나 심히 미약한 결과로 끝나게 된다. 그래서 일월 중하순은 연초의 결심과 계획을 현실적으로 가능하도록 수정하기에 좋은 때이다. 제대로 진행되고 있으면 더욱 더 확고한 결심으로, 이미 포기상태면 수정 결심하여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일년내내 계획만 수정하고 있다면 그 또한 문제지만 결심과 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일월이 가기 전에 한 번쯤 수정하는 작업은 꼭 필요하다.
이때에, 반드시 실천 가능하고 구체적이도록 수정하기를 권한다. 지난날 개념 중심의 신앙관을 가지고 살아오다보니 실천의지가 부족하고 또한 맘먹고 나서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때가 많다. 심지어 실천의 방법을 제시하는 노력까지도 이론으로 치닫는 때가 있다. 학문과 사고를 중시하던 선비 문화나 조직신학 우대 시대의 산물일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하든지,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결심과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수시로 점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또한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인지 실천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금년에 기도 많이 해야 하겠다는 결심보다는 지금까지 하던 시간에 10분씩을 더해야겠다는 결심, 성경 많이 읽어야겠다는 결심보다는 하루에 30분씩 말씀을 읽고 묵상해야 하겠다는 결심이 효과적이고 실천가능 할 뿐 아니라 측정가능 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실행을 촉진시켜서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산다는 말을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이 말이 막무가내로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아무런 계획도 없고 제대로 정돈된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이 자기변명이나 무기력함의 구실로 사용될 개념 또한 절대 아니다. 물론 우리의 목숨에서부터 일상의 작은 일 하나까지 하나님의 도우심과 사랑 없으면 살 수 없다. 성경은 오히려 우리 일상과 관련하여 부지런할 것과 질서와 정돈, 규모있는 삶을 원한다. 인도하시는 분이 하나님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기획적이어야 한다. 인생의 장기적이며 근본적인 목적을 잃지 않아야 하며, 일정한 단 기간의 목표를 설정하며 살아야 한다. ‘내일일은 난 몰라요’가 내일 일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주권을 높이다가 자신의 책임과 사명을 무시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새해 들어서 벌써 결심이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결심과 계획 수정을 통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그에 합당한 열매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