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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성탄절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원종훈 목사 (시카고 그레이스교회)

주님 오신 성탄의 계절이다. 거리마다 성탄의 장식이 눈을 호사시킨다. 장식으로 유명한 트리마을이 있어서 일부러 그곳을 찾아 둘러보기도 한다. 일견 그 규모를 보니 비용이나 수고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하지만 그 밝고 화려한 불빛 사이에서 신음하는 크리스마스가 보이니 마음 아프기 그지없다. 날이 갈수록 성탄의 의미가 축소 혹은 왜곡되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야 어떻게 성탄을 지낸다한들 탓할 수 없지만 구원의 감격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탄절 의미가 퇴락되어 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성탄의 상업성이 문제다.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 추수감사절에 시작하여 연말까지는 이른바 대목이라는 상업적 특수 시기이다. 이때의 매출이 일년을 좌우하니, 각종 업계는 크리스마스는 블랙프라이데이나 사이버먼데이처럼 판매전략 차원의 중요한 날로 생각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각국 경제전문가들은 앞 다투어 가족당 크리스마스 소비지수를 발표해주고 있다. 그래서 걱정이다. 성탄의 본래적인 의미는 점점 사라지고 그리스도인들의 뇌리에도 경제의 흐름에 기여하는 절기로 각인되고 있다. 서로에게 선물을 주고받으며 기뻐하는 동안 주인공 없는 생일잔치가 되고 동방박사의 선물에 나타난 대상이 바뀌어 자기 기쁨을 누리는 이기적인 계절이 되어가고 있다. 성탄절의 신앙성이 회복되어 아들 보내신 하나님에 대한 감사선물로 나를 드리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라는 말도 경계해야 한다. 술과 파티의 문화에 빠져 가족에게 소홀했던 가장 때문에 이런 사회적 구호가 나온 줄은 알지만, 성탄을 바로 지키기 위해서 이 말조차도 경계해야 한다. 예로부터 성탄절은 믿지 않았던 자들에게 활짝 열려있는 문이었다. 크리스마스 때 빵 먹으러 갔었다, 연극 구경하러 갔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성탄은 가족과 함께 보내자는 날이 되고 있다. 가족과 함께 보낸다는 데에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하지만 연중 가족과 보낼 수 있는 날은 얼마든지 있다. 성탄은 다른 사람을 위하여 오픈된 날이어야 한다. 우리 주님이 하늘을 떠나 땅으로 오신 날이다. 죄인들과 함께 있기 위하여 죄인들을 사랑하고 구원하기 위하여 오신 날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족여행가는 때보다는 예수사랑을 전하는 날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며, 교회는 주님오심을 자축하는데 그치지 말고, 할 수 있는 대로 믿지 않는 사람이 교회에 올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사역이나 프로그램을 계발해서 적어도 성탄이 다른 사람을 위한 사랑의 날이라는 것은 알려주어야 한다.

성탄의 명절화, 이것도 경계해야 한다. 신앙성을 빼고, 상업성과 문화성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이제는 크리스마스카드에서조차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라는 말보다, 해피 할러데이(Happy Holiday!)라는 문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주님 오신 것을 기뻐하여 예배드리자는 의미로는 말하지 말고 누구에게나 중립적인 언어, 해피 할러데이라고 말하자는 것이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날을 만들려는 수작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금년에는 주일이지만 해마다 12월 25일에 예배를 드리고 신앙고백이 담긴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주고받으며, 의도적으로 메리 크리스마스 문구가 있는 카드를 사용해서 세상으로 하여금 이 날이 그리스도의 날인줄 알게 해야 한다. Christmas에서 존귀한 이름 Christ를 지우고 싶어 하는 세상에 대하여 우리는 더 명백하게 해야 한다.

크리스마스는 이미 오신 주님과 다시 오실 주님에 대한 우리 신앙의 반응을 정돈하는 날이다. 아무리 캐롤(Carol)로 대변되는 문화적인 크리스마스 시대라 해도, 믿는 사람들에게는 오신다는 약속대로 이미 오신 주님께서 가신대로 다시 오실 것이라는 약속을 남기셨으니 그 날을 기다리는 신부와 같은 준비를 점검하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들 그렇게 지내는 줄 알지만 행여 이유 없는 기쁨으로 들뜨거나 의미 없는 파티에서 길을 잃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노파심에서, 우리가 힘써 지켜야 할 성탄절의 본질을 생각해보았다. Merry Christmas~!!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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