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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여름철 사역을 생각해 본다

원종훈 목사 (시카고 그레이스교회)

여름철이 되었다. 9개월가량 공부하고 3개월가량 쉬는 학교 사이클이 일반 가정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래서 여름이면 어디로든지 가고 싶어하는 분위기로 가득하다. 교회는 일찍부터 이런 계절의 정서를 잘 활용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여름성경학교(VBS) 혹은 수련회를 들 수 있다. 일반 학교에 비하여 교회학교의 수업일수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적으니, 그만큼 하나님의 말씀교육환경이 열악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방학을 이용하여 일종의 집중강의(intensive course)와 같은 교육과정을 만들고 이를 통해 평소에 부족했던 것을 메꾸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래교회의 기둥이 될 세대들의 전인적 신앙교육을 위해 교회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교회의 또 다른 여름철 노력으로는 비전트립 혹은 단기방문선교(단기선교)를 빼놓을 수 없다. 경제가 사상이 된 이 시대에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신실하게 감당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또한 하나님사랑과 이웃사랑보다 자기사랑이 두드러진 시대에 다른 사람들의 영혼을 사랑하고 돌보라고 가르치기도 어려워졌다. 그래서 어디론가 가고 싶은 여름정서를 긍정적으로 활용하여 선교지를 방문하도록 돕기 시작한 지가 제법 되었으며, 선교, 선교지 및 선교사를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단기방문선교는 고비용사역임에는 틀림없지만 총체적인 신앙성장의 기회이기도하며 영혼의 값어치만큼 값진 일이기도 하니 적극 장려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이런 특별교육과 단기방문선교가 의도하지 않은 길로 흐르는 것 같아 적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가장 크게 경계해야 할 것은 역시 경쟁의식이다. 개인 이기심처럼 집단이기주의가 심하게 나타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개인이나 회사의 사회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일부 지역교회들 역시 집단이기주의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이나 단체 할 것 없이 자기를 자랑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지만 하나님의 교회는 경쟁상대가 아니다. 상합하여 한 몸을 이루어야 할 적극적 협력의 관계이다. 개 교회 여름성경학교나 단기방문선교도 이런 틀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것들은 일차적으로 자 교회 내부적인 사역이다. 교회내부의 자녀들에게 미진한 교육을 하려는 것이며 교회가 파송한 선교사나 협력하는 선교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이를 잊은 사람들의 지나치게 경쟁적인 신문광고나 필요 이상의 외부선전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조심스럽게 묻고 싶을 때가 있다. 경쟁의식에서 비롯된 참여 숫자 불리기나 주변 교회를 의식한 무리한 프로그램 도입, 시장의 가격경쟁을 연상케 하는 등록금 내리기 등은 합력하여 구원해야 할 불신영혼들의 이맛살까지도 찌푸리게 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큰 교회들은 주변의 약한 교회들을 생각해주어야 할 것이다. 단기선교도 그렇다. 여러 선교단체들과 교회들이 세운 단기선교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선교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교회들은 지역교계에 문을 열어놓고 있고 선교단체는 교회와 지역, 교단을 초월하여 동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교가 호기심이나 권유 차원에서 한 번 다녀오고 끝날 일은 아니다. 그렇게 단회적 관심으로 시작했다 해도 지속적 헌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다니는 교회의 선교에 충실해야 한다. 현재 다니고 있는 교회가 직접 주관하거나 아니면 교회가 지정하여 연결된 선교기관이나 단체를 통해 다녀오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일회성 방문으로 그칠 수 있고, 나아가 자칫 교회와 전략이 다른 선교방법론을 교회 안에서 주장하여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혹시 선교지가 없는 주변의 약한 교회들과 연계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있음의 자랑’보다는 자체적으로 지속적인 선교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체계를 갖춘 교회들 주변에서 일종의 바람직하지 않은 불랙홀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지혜가 필요하다. 교회공동체 본질의 협력과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과 규모를 떠나 여름철 신앙의 현장이 생생하게 살아있기를 바라며, 다하지 못한 일에 대한 자성의 쓴소리를 건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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