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훈 목사 (시카고 그레이스교회)
묶은 해는 가고, 신묘년(辛卯年) 새로운 한 해가 떠올랐다. 무엇이나 잘 해보려던 우리 노력의 한계를 안은 채, 2010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2011년 새로운 해는 다시 할 수 있다는 소망의 기회이자, 사명 다하라는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에게 다가섰다. 지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자세가 새로워야 할 것이다.
시간에 대한 이해 및 자세가 중요하다. 시간에 대한 전문 철학적 논의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각자 시간에 대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 의미에 따라 중요성의 차서를 두기도 하지만 시간의 소유에 관계된 의미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즉 새로운 시간이 시간 스스로 자생된 것인지, 누가 우리에게 수여한 것이지, 아니면 우리가 창조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해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른 것이다. 시간 스스로 자존하지 않으며, 우리에게도 시간을 만들 능력이 없다. 모든 시간은 주어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년 365일은 내 것이기 보다 나에게 맡기신 하나님의 것이다. 내 앞에 있는 시간에 대하여 제작 및 소유 권리가 아니라 청지기적 사명으로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떤 자세로 일년을 살 것인가? 이 질문이 첫 단추를 잘 끼도록 도울 것이다.
나에게 새로운 시간(해)을 주신 이유인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다는 감격이 새로운 날을 주신 분의 속마음을 가려서는 안 된다. 새로운 해를 주신 것은 기회를 주신 것이며, 기회란 잃었던 자들에게는 생명과 같다. 무엇을 위한 기회를 주셨는가? 지난날의 잘못을 고칠 수 있는 기회이자, 앞날의 새로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오늘 이라는 시간이 어제와 내일을 잇는 연결 고리임을 감안할 때,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은 교정과 창조의 기회이다.
물론 과거로 돌아가 고칠 수는 없다. 다만 과거의 잘못이 미래로 반복되어 들어가지 못하도록 오늘이라는 시간을 장벽삼아 막아내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여, 마치 송사리를 넣으면서 앞날에 큰 물고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미래의 입구에 집어넣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기회가 없어서 일을 그르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에게 새로 주신 기회의 의미를 제대로 살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해를 지난날에 대한 원망이나 핑계로 시작하지는 말자.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과 달리 자신이 처한 열악한 처지와 상황으로 인한 패배의식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형편이 다른 것은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핑계할 수 없도록 365일을 골고루 주셨다. 전에 어떤 열매가 있었느냐는 문제되지 않는다. 지금 이후에 어떤 열매를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우리에게 주신 달란트가 각기 다르다는 것은 우리에게서 같은 열매를 찾으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반영한다. 오늘의 출발지점보다 나중에 도착지점을 보시는 하나님이시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달리기 할 뿐이다. 우리의 최선이 만들어 낸 결과라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 속담에 ‘망건쓰다 장 파한다’는 말이 있다. 장에 가려고 준비하느라 망건을 쓰다보니 벌써 장이 끝났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시작하는데 너무 준비가 길다보니 적절한 때를 놓칠 때에 사용하는 말이다. 새로운 한 해가 중요하다. 그러나 새 출발을 너무 거창하게 준비하느라 새해 벽두 몇 날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단 하루라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경건한 결심이면 족할 것이다. 이미 허락된 복된 새해가 모든 사람에게 기회이자 은혜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011년 새해를 출발하는 마음자세를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