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훈 목사 (시카고 그레이스교회)
12월이다. 추수감사절이 지나자마자 곳곳에 화려한 성탄 장식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 달 후면 2010년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한 해 끝자락에 서면 마음이 바빠진다. 연초에 세운 계획을 이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일까? 이런 때에 다니는 교회를 떠날까 고민하거나 아니면 이미 떠나기로 결심하고 조용히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사 때문에 아쉬움 속에 떠나는 분도 있고 갈등이나 분규 때문에 울며 떠나는 분도 있으며 혹은 말못할 삶의 변화 때문에 숨어살듯 교회를 떠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다니던 교회를 떠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남아서 좋은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분명 좋은 길이지만 일반적인 차원에서 교회떠남에 관하여 몇 가지 생각해본다.
교회를 떠난다는 것은 생각조차 안하던 지난 시절과 달리, 요즈음은 더 좋은 물건을 사듯 교회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교회이동권’을 주장하거나 교회 이동경력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교회는 마켓이 아니고 교인도 소비자가 아니다. 수퍼마켓에서 좋은 물건 고르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이지만 그 마켓을 발전시켜야 할 책임은 없다. 그러나 교회는 다르다. 우리가 곧 교회이며 우리에게는 교회를 세울 책임이 있다. 권리에 치우치다보면 책임 잃은 교인이 되고 만다. 우리는 소비자가 아니다. 예배자이다. 교회에는 목사, 장로, 일반 성도(평신도) 등과 같은 직능 상의 구별이 있다. 이런 구별이 운영자와 방문자 혹은 생산자와 소비자 구도는 아니다. 간혹 이것을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여차하면 교회를 떠난다는 말이나 혹은 교회를 떠나라는 말이 무기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교회를 찾을 때 바르게 결심해야 한다. 소문난 교회 한 번 다녀보겠다는 가벼운 마음이라면 떠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왕에 떠났으면 다시는 떠나지 않을 생각으로 교회를 찾아야 한다. 그 교회에서 득을 보기보다 내가 무엇인가 득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교회를 찾아야 하고, 그런 교회라면 마음먹고 등록해야 한다. 쉽게 등록부터 하고 여차하면 다시 옮겨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말라! 교회등록은 적어도 국적변경 정도의 심각성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리고 한 번 등록했으면 그곳을 떠나지 않을 결심으로 교회생활을 새롭게 시작하라!
떠나는 사람은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교회 열쇠, 각종 카드, 도서, 연장, 비품, 사무기구 등등의 그 어떤 것이라도 교회사역이나 소속 때문에 주어진 것이니 모두 다 반납해야 한다. 누가 찾지 않아도 반납하는 것이 바른 자세이다. 또한 교회에 대한 약속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만일 약정헌금이 있으면 하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디든지 하나님의 교회라는 생각과 이왕이면 가는 교회에 헌금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텐데, 아니다! 약속한 곳에 하는 것이 옳다. A은행에 대출했는데 B은행에 갚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혹 교회 갈등이나 분규의 경우 분립을 생각하면서 헌금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지극히 인간적인 생각이다. 아무리 밉고 잘못하고 떠날 생각을 했어도 오늘의 헌금은 오늘 여기서 하는 것이 마땅하다.
교회 떠나는 사람 중에 보스형이 있다. 문제는 자기에게 생겼는데 홀로 나가기 멋쩍어 애꿎은 사람들을 모으는 스타일이다. 심지어 어느 정도 세를 규합해야 다른 교회 갈 때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나님의 교회를 싸구려로 만드는 이런 생각에는 정말이지 할 말이 없다. 부탁하건데 회개하고 신앙생활 다시 시작하기를 바란다.
다른 교회로 떠나는 것을 조장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다. 할 수 있는 대로 다니는 교회에 다녀야 한다. 그러나 이왕 떠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자기의 생각을 돌아보고 정돈하고,그래도 떠나야 한다면 바르게 길을 안내하고 싶어서 몇 마디 한 것이다. 만남처럼 떠남에도 덕을 세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