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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내핍(Austerity)

전 덕 영 목사 (보스턴장로교회 담임)

검소, 절약, 내핍, 긴축이라는 단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낯선 단어였다. 적어도 1960년 이전에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일제 36년의 식민지나 6.25 전쟁으로 인한 가난을 체험으로 알고 있어서 검소나 절약이라는 의미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물자가 풍부한 미국에서 지난 수십 년간을 살아온 이민 1세들이나 그다음 세대들에게는 절약이라든지 내핍이란 말은 비효율적이고 무능한 삶의 방식으로 여겨졌다. 1불짜리 중국제 물건이 판을 치는 마당에 그 1불을 아끼느라고 하루 종일을 애쓴다든지 불필요한 고통을 참아낸다는 것은 오히려 무지한 행동이었기 때문이었다.

수년전 가나안 농군학교 김범일 장로님을 모시고 집회를 한 적이 있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후에 폐허가 됐던 한국을 내핍의 생활로 가난에서 일으키셨던 선조들의 삶의 방식을 소개하고 절약과 검소에 대해 말씀을 나누셨는데 이 풍요로운 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 같았고 우리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들려왔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서 “내핍-Austerity”라는 단어는 세계뉴스에 자주 떠오르는 단어가 되었고 세계 제일의 부유함을 자랑하는 미국의 내일을 예측하는 단어로 쓰여지게 됐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벌써 긴축정책(Austerity Measure)을 시작했다. 스페인은 공무원들의 월급을 깎기로 결정했고 독일은 4년간에 걸친 긴축조치를 발표했는데 이것에 반대하는 노조들은 정부와 대치를 했다. 그리스, 아이슬란드, 영국, 아일랜드, 이태리, 폴트칼 등 유럽의 나라들도 한결같이 정부가 주도하는 긴축조치에 들어갔다. 그중에 루마니아 정부는 공무원 월급은 25%를 삭감하고 공무원 연금은 15%를 삭감할 것이라고 발표해서 공무원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Andrew Wills, Europeans protest against wave of austerity, euobserver.com, 6/9/2010).

유럽과 미국의 여러 나라들은 그동안 안락한 삶과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해왔지만 그것은 미래의 부를 미리 빌려와 누렸던 결과였다. 빚은 결국 갚아야 하는 것인데 미루어오다가 국가의 채무가 국가의 안녕을 위협하는 시점까지 오게 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적자재정정책”(deficit-financing)을 써서 다른 나라들보다 더 많은 빚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적자재정정책”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적자재정정책”이란 말 그대로 세금과 개인에게서 빌린 돈 외에 정부가 돈을 더 많이 프린트해서 공무원들의 월급을 올리는 일이나 정부기관의 필요한 일을 위해 쓰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환경이 우리를 육신적으로 죄어 올 때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로는 개미와 같이 준비하는 지혜를 가져야한다(잠6:6-8). 우리는 매우 긴박한 상황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각자 최대한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가나안 농군학교의 교장인 김범일 장로님의 아버지 김용기 선생의 정신과 삶을 우리도 가져야한다. 김용기 선생은 힘 있는 민족, 잘사는 나라를 소망하면서 “한손에는 성경을, 한손에는 괭이를”이라는 신념으로 가나안농장을 시작했다고 한다. 일제의 착취와 한국전쟁의 소산으로 실의와 게으름과 거짓과 허세에 빠져있던 당시 한국인들의 정신과 습성을 바로 잡기 위해 가나안농장을 개척했고 내핍, 검소, 절약의 삶으로 삶의 질을 물질적으로 향상시켜 나갔고 잠자고 병든 한국인의 혼과 심령을 깨우치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실천하는데 힘썼다고 했다(제1 가나안 농군학교, kor-canaan.org.kr).

셋째로 내핍이란 번영이나 풍성의 반대어이다. 우리가 번영이나 풍성을 물질적인 잣대로만 재지 않고 우리의 영혼의 풍성함, 하나님의 교회를 통한 사랑의 관계의 번영과 가정의 기쁨을 더 돈독히 해 나아가는 것에서 찾는다면 우리를 죄어 오는 경제의 긴축상태를 능히 이겨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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