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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진리가 자유롭게 하리라

황규영 목사 (로스앤젤레스장로교회)

지난 주간에 미국 주류언론이 집중보도한 화제의 인물 중 셜리 쉐라드(Shirley Sherrod)라는 아프리칸 아메리칸 여성이 있다. 그녀는 2009년부터 미국 농무부 소속 조지아 주 농업개발국장으로 근무하다가 인종차별적인 말을 했다는 이유로 정부와 여론의 압력에 의해 최근 사임했는데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워싱턴타임스의 시 해설가이며 보수적인 블로거(blogger) 브라이트바트(Andrew Breitbart)가 쉐라드의 연설 동영상의 일부를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렸는데, 그 연설은 1986년 NAACP(전국유색인종진보연합회)라는 단체의 기금모금행사에서 한 것이었으며 그녀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듯한(?)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 동영상이 FOX뉴스에 보도되고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번져나가며 언론은 물론 NAACP와 정부기관에 의해서도 비난이 가해지며 사임하라는 압력이 높아졌다. 급기야 농무부차관이 직접 전화를 해 사임을 권고하면서 백악관의 의견도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사표가 처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NAACP에서 연설 동영상 전체를 웹사이트에 올리면서 사과를 곁들여 쉐라드의 무고함을 알리자 브라이트바트가 올린 동영상이 편집됐던 것임을 알게 됐고, 뒤늦게 진상을 파악한 Vilsack 농무부장관과 Gibbs 백악관공보담당관도 미디어 앞에서 공식적으로 그녀에게 사과를 했으며 농무부의 새로운 일자리를 제안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전화를 걸어 쉐라드와 수 분간 통화를 하며 위로했다고 한다.

이 해프닝을 통해 필자가 느낀 몇 가지를 나누고 싶다. 첫째로는 세상에는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하고 갈등의 관계에 있는 다른 집단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언론과 테크놀로지를 악용하면서 진실을 왜곡시킬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무고하게 희생되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기적인 냉혹함이 있다는 것이다. 브라이트바트는 Tea Party Movement(구글 등을 통해 꼭 알아보기를 권한다) 지지자로서 동영상 편집을 부인하고 전혀 사과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NAACP와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둘째로는 알려진 사실의 진위를 신중하게 가리지 못하고 졸속하게 대처해 희생양을 만든 후에야 진실을 알고 땜질하려는 미숙한 지도자들도 있음을 알게 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미숙함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셋째로는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침착하고 단호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꿋꿋하게 나아가는 희생양이 되기를 거부하는 담대한 시민의 모습이 있다. 쉐라드는 처음 보도가 됐을 때부터 자신의 동영상 전체를 봐 한다고 계속해서 주장해왔으며 진실이 밝혀진 후에는 진실을 왜곡한 보수주의자들이야말로 인종차별주의자들이라고 지적하고, NAACP의 뒤늦은 해명을 나무라며 오바마행정부에게는 훈계조로 항변했다고 한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내용 중에 그녀가 대통령을 자신이 사는 조지아 뉴튼카운티로 초대했다는 부분이 있다.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쉐라드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주로 백인들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흑인대통령에게 아주 험악한 전쟁터를 보여주고 싶다....그는 우리 형제들(이곳에 사는 흑인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쉐라드 가족은 1800년대부터 조지아에서 살았으며 목화밭에서 일하는 것을 시작으로 온갖 인종차별을 다 당했는데 특별히 1965년에 그녀의 아버지는 39살의 나이로 이웃 백인의 총에 살해됐으나 범인은 입건되지도 않았다. 그 후로는 더 많은 위협을 받았지만 교회를 섬기며 매일 찬양하는 신앙의 삶으로 이겨냈고 흑인들을 비롯한 어려운 농부들을 돕는 훌륭한 사람이 됐는데 그 내용은 아주 감동적이다. 연설의 내용도 처음으로 백인 농부부부가 도와달라고 왔을 때 마음속으로 갈등하다가 인종에 상관없이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 마땅하다고 결정하고 도와주어서 그들과 친구가 됐다는 경험을 솔직히 표현한 것인데 부분적인 것으로 인해 전체가 왜곡됐다.

CNN과의 인터뷰 결론에서 쉐라드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구절로 자신의 심경을 대변했다. 아마도 그녀는 주님께서 밝혀주실 것을 믿으며 사표를 썼던 것 같다. 정말 주님은 우리의 억울함을 풀어주신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분은 우리의 모든 멍에도 풀어주시고 진정으로 자유롭게 해주신다는 사실이다. 모두 어려운 기간을 지나고 있지만 주님을 바라보며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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