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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링컨 기념관에서 배우는 교훈

김승욱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

기회가 되어 동부를 방문할 때 다시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워싱턴D.C.에 있는 링컨 기념관입니다. 그곳에서도 특히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 기념비를 보고 싶습니다. 10년 전 그곳에 들렀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제 마음속에 살아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희생당한 수많은 젊은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벽은 엄숙하면서도 동시에 치유가 있는 곳입니다. 이 나라 역사상 가장 큰 갈등을 일으켰던 전쟁이었기에 그들은 희생을 하면서도 국민들의 연민이나 애도를 전혀 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가족들과 동지들은 엄청난 아픔을 안고 있습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 베트남 전쟁에 대한 증오는 국민들 마음에서 사라졌지만,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이곳에 들러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갑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마음의 치유를 받는다고 합니다.

한국 전쟁 기념비 역시 감동이 넘치는 곳입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더욱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실물 크기 그대로 제작된 여러 군인들의 동상은 언덕을 향해 올라가고 있습니다. 언덕 넘어 어떤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는 채 묵묵히 정상을 향해 걸어 올라가고 있는 그들을 보면 용감한 군인의 모습과 함께 한편으로는 전쟁을 두려워하는 모습이 앳된 그들의 표정에서 보이는 듯 합니다.

동상들 옆에 한 줄로 올라가고 있는 대리석에는 한국전에 연합군으로 참가했던 모든 나라들이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언덕 위에는 큰 기념비석이 세워져 있고 거기에 적힌 숫자 54,246이 확실히 보입니다. 한국전에서 숨진 미군의 수입니다. 그 숫자 밑에 적혀 있는 한 문장은 ‘Freedom is not free’ 입니다. 자유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요, 엄청난 희생의 대가를 지불함으로 주어진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곳에 가서 숭고한 희생정신의 가치를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싶습니다. 나라와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선 반드시 그 일을 위해 대가를 치르는 희생자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이 말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만일 리더들이 미래를 보지 못하여 더 좋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희생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제자리걸음만 걷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퇴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과거를 돌아보며 감사할 줄 알고 동시에 내일을 내다보며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민의 삶을 일으켜 세운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 큰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오늘 날 이민사회는 결단코 강건할 수 없습니다. 이민교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굳건히 서 있는 이민 교회는 우리 부모님들의 땀과 눈물의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남아 있는 것에 안주하면 안 될 것입니다. 이젠 더 담대한 선교와 커뮤니티를 위한 봉사에 이바지 할 때입니다. 1세대의 노고로 견고히 서게 된 이민교회라면, 이젠 사회와 나라와 세계를 품고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녀 세대들에게 리더십 바통이 넘겨졌을 때엔 이 나라의 주류사회와 세계무대에서 마음껏 주님의 빛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가 준비돼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보면 인류의 자유와 축복이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주님의 희생 위에 교회가 세워졌고 우리에게 영생이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복을 주신 하나님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이 복 받게 될 것을 처음부터 기대하셨습니다(창12:1-3). 십자가의 놀라운 사랑을 늘 기억함과 함께 그 십자가로 구원받을 세상을 마음에 품고 사는 공동체를 바라보신 것입니다. 십자가 복음과 역사의 엄숙한 교훈 앞에서 새롭게 우리 자신을 헌신하는 믿음의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 땅 비출 하나님 영광 위해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교회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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