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영 목사 (로스앤젤레스장로교회)
지난 28일 연방 대법원은 총기소지는 미 국민 개개인의 헌법적 기본 권리임으로 연방 정부는 물론 주 정부와 지방 정부도 통제할 수 없다고 판결했는데 이는 시카고 시가 30년 가까이 유지해온 권총 소유권 금지법(ban on handgun ownership)이 위헌이라는 소송에 따른 결과이다. 2008년 워싱턴 DC가 30년 넘게 지속해온 개인의 권총소지 금지법이 수정 헌법 제 2조에 위배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힘을 얻은 총기 소유 지지자들이 연방 정부 관할(워싱턴 DC) 하에서 만 아니라 주 정부나 지방 정부 관할 하에서도 이 판결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기 위한 법적 투쟁의 승리로 간주된다.
미국의 수정 헌법 제 2조는 “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 (잘 규정된 민병대는 자유를 누리는 주(州)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라고 되어 있는데, 2008년도 판결에서는 민병대의 총기 소유권과 함께 개개인의 총기 소유권도 인정하는 대법관의 해석이 우세했었다. 이번에는 수정 헌법 제 14조 1항의 “No State shall make or enforce any law which shall abridge the privileges or immunities of citizens of the United States; nor shall any State deprive any person of life, liberty, or property, without due process of law (어느 주[정부] 에서도 미국 시민들의 특권이나 면책권을 빼앗는 법을 제정하거나 시행할 수 없으며; 어떤 개인으로부터도 소정의 법적 절차 없이 생명이나 자유나 재산을 빼앗을 수 없다)”라는 구절에 근거하여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5-4로 이루어져 논쟁의 소지는 남아있다.
뉴욕 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대법원의 판결이 현실을 무시하는 결정이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2년 전의 결정은 수정 헌법 제 2조의 명백한 단어들을 무시하는(민병대를 위하여 개인이 총기를 소지하는 것) 하자있는 이론에 근거한 것인데 그런 이론을 이제는 모든 주와 시에 걸쳐서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은 영국 왕실의 탄압에 대항한 독립 전쟁이나 부당한 노예제도에 대항하여 일어난 남북 전쟁의 역사를 통하여 수정 헌법 제정 목적에 총기 소유권이 국민의 기본권임을 의도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시카고에서 작년 한 해에만 258명의 공립학교 학생들이 총상을 입었으며 그 중 32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대법원에서 소송을 검토하는 지난 4 개월 동안도 미국 전역에서 10,000 명가량이 권총으로 인한 폭력에 희생되었다는 연방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에 LA 타임스 사설은 총기 규제 지지자들이 실망하고 있지만 대법원 판결의 법 이론은 정당하다고 두둔하고 있다. 비록 2 년 전의 판결이 현명하지 못한 것이어도 일단 대법원이 총기 소유권이 개개인의 권리라고 인정한 이상은 각 주에서도 그대로 받아 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속해서 사설은 5 명의 대법관 중 4 명은 “개인의 생명이나 자유나 재산을 소정의 법 절차 없이 빼앗을 수 없다”는 조항에 근거 하고, 다른 1 명은 “시민의 특권이나 면책권을 빼앗을 수 없다”는 조항에 근거하여 항소를 인정했다고 보도한다. 반대편의 한 대법관은 총기는 자유와는 근본적으로 상반되는 개념으로 보았으며, 3 명의 대법관은 총기 소유권을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대법관들의 법 이론과 주장은 소신 있는 견해의 차이겠지만 필자의 걱정은 두 눈을 가리고 오직 법만을 생각해야 할 사람들이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이나 혹은 총기 제조업자 등과 같은 이권 단체들의 영향 으로 인하여 이론을 내세운 편견으로 결정과정에 참여하였을 것이 염려된다. 또한 법조문 자체보다는 법 정신에 입각하여 입법의 뜻을 존중하면서 현실에 맞게 해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건국의 역사에서 전쟁과 개척의 쟁투를 빼 놓을 수 없으니 총기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든든한 정부가 세워져 있고 링컨의 말대로 국민 개개인이 이룰 수 없는 일들을 정부가 대신해주고 있으니 치안 문제도 맡기고 총기 사고로 인한 희생을 막기 위하여 어떤 모양으로라도 규제 법안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검을 가지는 자는 다 검으로 망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