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시론

6.25전쟁 60돌에 즈음하여

원종훈 목사 (시카고 그레이스교회)

올해가 6.25전쟁 60주년 되는 해이다. 매 10년 단위는 크게 기억하는 날인데다가, 한국 전통 문화입장에서 장수(長壽)로 여겨 축하하던 간지(干支)가 돌아온 날이니 지난 60년 세월을 되돌아보는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국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서 크고 작은 행사들을 하고 있다. 아마 해외 한인회에서도 최소한 기념식 정도라도 하고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60년이 된 전쟁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기념해야 하는지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6.25세대는 확연하게 줄어들었고 전쟁을 겪지 않는 세대가 주를 이루고 있는 이때에 무엇을 어떻게 공감대 있게 기념해야 하는지 답을 찾아야 할 것이며, 또한 세월이 오래 흘러 교과서에서 6.25를 접하는 사람들만 남아 있을 때도, 오늘 우리가 이어 받은 이순 장군이나 세종대왕이야기 처럼 6.25의 의미가 소중한 자산으로 전달될 수 있는 기억과 기념이 돼야 할 것이다. 더구나 고국의 6.25상기분위기와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해외동포들 그리고 신앙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한인교계는 어떻게 6.25전쟁을 전형적인 행사에서 탈피해 공감하는 소중한 의미를 제시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당시 전쟁의 직접적 원인이 북한공산당의 남침이라는 것을 재삼 강조해 60년만큼이나 깊고 긴 세월의 원한을 확인하는 것으로 ‘기억과 기념’을 끝날 것인가? 있지 않았어야 할 천안함 사태로 인해 일촉즉발의 전쟁분위기인 것을 계기로 극도의 냉각분위기 연출기회로 삼을 것인가? 이 정도로는 전쟁발발 60년 세월 값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가 확인해 거듭 천명해야 할 사실은 더 이상 전쟁은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쟁력(戰爭力)이 남과 북의 존립력(存立力)이었다면 이제 그 힘을 바꿔야 한다. 천안함 사태로 인해 공격의 명분이 쌓인 것은 분명하지만 더 이상 전쟁은 안 된다! 6.25가 당시 주변강대국들의 역학관계 속에서 일어난 전쟁이 틀림없다면 오늘 우리는 아직도 유효한 그 역학관계 속에서 새로운 위치를 선점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OPEC나라 회원이 된 것이나 2010 G20 정상회의 개최국이 된 것은 이를 입증하는 것이며 이것을 계기로 남과 북의 존립질서의 틀을 바꾸는 새로운 힘을 기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무기를 키우는 것보다 경제산업력을 키우는 것이 배나 나을 것이며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외교력일 것이다.

세계에는 240여개에 가까운 나라들이 있고 각 나라들은 저마다 역학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강자와 약자가 있으며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제3세계와 제1세계 등의 구별 속에서 살아간다. 각 나라가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 이면에는 외교력이 있다. 6.25전쟁 60돌을 기억하기 원하는 대한민국은 이제 외교력을 키워야 한다. 북한이나 일본, 그리고 중국, 서양 강대국들에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그것만이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전쟁하지 않고 나라를 지키며 나라를 세우는 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교계는 6.25를 통해 하나님께서 이루시려는 뜻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하고 그 후 60년 동안 얼마나 그 뜻을 이루려고 노력해왔는지 자성해야 할 것이다. 이 땅을 향한 하나님 아버지 뜻을 이루려는 치열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며, 역사를 만드는 신앙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나아가 남북평화를 고민하는 한인교계가 세계평화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신앙적 외교력도 보여줘야 할 것이다.

60년이 지났다. 잊을 수 없는 세월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제는 전쟁의 아픔을 넘어서야 한다. 남북이 대치돼 있는 상황에서도 상쟁(相爭)이 아니라 상존(相存)의 길을 연구해야 하고 도모해야 한다. 한인교계와 한인사회가 이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전쟁 60주년 상기행사가 자칫 이념대결 구도의 골을 깊게해, 자칫 미래 지향적 진로를 놓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노파심에서 6.25전쟁 60주년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주여, 다시는 전쟁이 없게 하옵소서!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