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영 목사 (로스앤젤레스장로교회)
“성공의 빚을 갚으며 살라!” 한국 MBC-TV에서 방영하는 희망특강 ‘파랑새’라는 프로그램의 강사인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이 한 말이다. 우리가 버리고 살아야 할 3가지, 즉 빚과 집착과 편안함이 있는데 빚에는 돈이나 시간의 빚 뿐 아니라 성공의 빚도 있다고 한다.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애쓰고 노력해 성공했는데 무슨 빚을 졌다는 말인가? 실제로 다른 사람들에게 빚진 것은 없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나처럼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빚을 갚는 심정으로 나누어주며 살라는 말이다. 요즘처럼 경제도 어렵고 시국이 어수선한 때는 내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만 돌보기도 힘이 드는데 누가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생각되지만 언론을 통해 뜻밖에도 성공의 빚을 갚으며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된다.
지난 5월31일자 타임지의 ‘자선토론회(Philanthropy Roundtable)’라는 기사에는 ‘The 2010Time100’ 중 5인을 선정해 그들이 행하는 자선사업을 소개했다(영향력 있는 100인을 지도자, 영웅, 예술가, 사상가로 나눠 선정했는데 김연아가 영웅부문에 뽑혔다). 다섯 명의 자선가들 중에는 드라마 ‘Lost’의 감독 겸 제작자인 J. J. 에이브럼스, 에티오피아 출신 모델인 리야(Liya Kebede)와 코리안아메리칸 쉐프인 데이비스장이 포함돼 있다. 에이브럼스의 경우는 자선사업을 한 몫의 재산을 가진 후에나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지 않고 생계를 꾸릴 수 있었을 때부터 아내와 함께 남을 돕기 시작했다고 한다. 남을 도우면서 느끼는 감동적인 체험을 이야기형식으로 엮어서 전자매체 등을 통해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면 억만장자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리야는 2005년부터 세계보건기구의 산모와 신생아와 어린이의 건강을 위한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고 2007년도에는 전 세계의 고소득 모델순위에서 11위를 차지할 만큼 유명한 사람이다. 그녀는 개발도상국 여성사망원인 중 AIDS 다음으로는 출산과 임신에 연관된 것이라 한다. 1분당 한 명꼴로 죽어가는데 이유는 깨끗한 물이나 전기,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손전등이라도 있으면 산파가 밤에 임신부의 집에 가서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자기 자식의 장래를 위해 온갖 불편과 비난을 무릅쓰고 원정출산을 감행하는 임신부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된다. 김미경 원장은 국적의 빚도 있다고 했는데 불법체류자에게도 출산을 위한 의료혜택을 주는 미국의 시민이나 영주권자로서 사는 우리들은 그런 여인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 같다.
데이비드장은 트리니티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후 뉴욕시에 있는 French Culinary Institute(요리학교)에 다녔으며, 2003년 뉴욕에 Momofuku(Lucky Peach) Noodle 식당을 개업한 이래로 사업이 번창해 식당을 두 군데나 더 열게 됐고, 2008년에는 Bakery & Milk Bar로도 확장했다. 작년에는 뉴욕타임스에 의해 요리책도 출간됐으며, 금년에 뉴욕중심가의 호텔에 불란서-베트남요리식당을 열 정도로 성공했다. 그가 요리를 시작했을 때 목표에는 자선사업이 포함돼 있지 않았음에도 쉐프의 삶을 살다보니 자연히 자선사업에 연계됐다고 한다. 대부분의 자선기금모금행사가 유명한 쉐프 이름의 만찬으로 열리는데 자신도 자꾸 불려 다니다보니 시간과 요리를 기부하게 됐고 한걸음 더 나아가 굶주린 자들에게 음식을 해주었다고 한다.
다들 어려운 때라서 손을 움켜쥐며 가지고 있는 것들을 지키려고 하는데 반대로 손을 펴며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 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나누는 삶에 동참하도록 이끄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우리 크리스천들 중에도 아름다운 분들이 많지만 부족한 모습으로 사는 신앙인들도 적지 않으니 교훈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처음부터 자선사업가가 되겠다고 하지 않았더라도 자의든 타의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누는 삶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서야 남을 돕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그것을 가지고 필요한 사람들을 돕도록 하며, 좀더 관심을 갖고 정보매체 등을 통해 긍휼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서 베풀도록 하자. 불안해서 더 각박하게 되는 세상이라지만 성공의 빚을 갚는 사람들 때문에 훈훈함을 느끼며 살맛나도록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