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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움직이는 힘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지난 6월, 200만명이 넘는 홍콩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이유는 홍콩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었던 ‘범죄인 인도 법안’때문이었습니다. 범죄인 인도 관련 개정법안은 홍콩이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지 않은 나라들에도 용의자를 쉽게 넘겨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개정법안에 의하면 홍콩시민이건 아니건 관계없이 심지어 비행기 환승객이라고 하더라도 요청한 국가에 넘겨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홍콩시민들이 중국 본토로 인계될 수도 있게 된 것입니다. 홍콩 시민들은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하고 이 법의 완전한 철폐를 주장하며 전체 인구 744만명 중 30%에 가까운 2백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홍콩의 겉모습과는 달리 조심스럽게 그 내면을 보면 여러 가지 중국 본토에 대한 불만이 쌓여져 있습니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으로써 부동산의 급등입니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이후 홍콩의 부동산은 살인적으로 올랐습니다. 20평(720제곱피트) 아파트 한 채의 가격이 무려 2백만불(20억)을 넘김으로써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이 49.4로 49년 봉급을 모아야 겨우 집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홍콩의 PIR 수치가 한국의 20.7, 뉴욕의 11, 필라델피아의 3.8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게 나옵니다. 집 구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홍콩의 부동산이 오르게 된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중국 본토에서 유입된 중국부자들의 검은 돈 때문으로 이해합니다.

경제영역 뿐만 아니라 사회전역에서 반중국적인 정서가 보여지는데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통계가 있습니다. 홍콩대학에서 시민들에게 ‘자신을 홍콩시민으로 여기는가 아니면 중국인으로 여기는가?’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직후 홍콩시민들의 ‘자신을 홍콩시민으로 생각한다’는 편이 36:19로 더 높게 나오다가 2008년에 들어오면 그 반대가 됩니다. ‘자신을 홍콩시민이 아닌 중국인으로 생각한다’는 쪽이 38:19로 오히려 더 높게 나옵니다. 그만큼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것에 대해 처음에는 걱정을 했지만 이후 걱정보다는 좋아하는 상태로 발전해간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정부가 조금씩 홍콩을 향해 여러 분야에서 정책을 추진하면서 홍콩시민들 속에 반감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자신을 중국인이 아닌 홍콩시민으로 여긴다’는 수치가 2011년 이후 현격하게 높아졌습니다. 2018년 통계는 41:18로 ‘자신을 중국인이 아닌 홍콩시민으로’ 이해하는 비율이 더 높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자료를 보면 현재 30세 미만의 홍콩인들 중에는 아무도 ‘자신을 중국인으로’ 정의하지 않는다고 나옵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보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상대의 정당한 필요를 인정해 주고 존중하는 것입니다. 비록 시간이 걸리지만 그 길이 가장 아름답고 성경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나의 필요를 인정해주고 그 필요를 존중하는 모습으로 채우려고 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결코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 주님은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혼의 구원마저 칼을 들고 협박을 통해 받도록 하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의 생명까지 내어주시면서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다가오셔서 우리의 구원을 이루어 오셨고 앞으로 이루어 가십니다.

세상 모든 지도자들이 우리 주님의 자세로 국민들을 인도해가기를 기도합니다.

thechoi82@yahoo.com

09.07.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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