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곤 목사 (참사랑교회)
저는 오늘 한 선교사 가족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제임스 홀, 로제타 홀 선교사 부부입니다. 제임스 홀은 스크랜튼이 세운 “시병원”에서, 로제타 홀은 “보구여관”에서 각기 일하면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제임스 홀은 평양으로 가 청일 전쟁이후 부상병들과 많은 백성들을 치료하다가 과로로 쓰러졌고 디프테리아까지 걸려 죽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평양에 먼저 와있던 모펫 선교사가 평양에서 인천까지 배편을 마련해줍니다. 그는 인천에 도착하여 1주일 정도 지나서 부인 품안에서 “내가 평양 오지 전쟁터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갔다가 죽게 되었다고 나를 원망하지 마십시오. 나를 평양에 보내신 하나님을 원망하지 마십시오. 평양과 같이 완악한 성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누군가 희생제물이 필요한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내가 그 첫 번째 희생제물이 된 것을 감사하기 바랍니다”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납니다. 그때 이들에게 아들인 쉐우드 홀이 만 1살, 뱃속에 7달된 아이가 있었습니다. 로제타 홀은 안식년 겸 미국 와서 아이 낳는데 딸이었습니다.
로제타는 “하나님! 할 일 많아 우리 부부를 조선에 보내셨는데 당신은 왜 남편을 데려가셨나요?” 이렇게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은 그녀에게 동일한 음성을 들려주십니다. “네가 할 일이 많다. 조선으로 다시 가라.” 그녀는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하여 어린 아들과 딸을 데리고 다시 조선으로 갑니다. 남편의 못다 한 일하자 마음 먹고, 평양으로 올라가 남편 제임스 홀 박사를 기념하고자 “기.홀 병원”과 평양 최초의 여성병원인 “광혜여원”을 세웁니다. 얼마 후 미국에서 낳고 돌아온 그 딸이 만 3세 되던 해에 이질에 걸려 죽게 됩니다. 이 어린 딸을 아빠가 묻혀있는 마포 양화진에 함께 묻기 위해 엄마인 로제타 홀은 이 길을 걸으면서 일기를 씁니다. “생전에 보지 못한 아빠 얼굴 보고 싶어 아빠 옆에 묻히고자 내 딸은 평양에서 서울로 갑니다. 이 길이 아빠가 평양을 구원하기 위해 수도 없이 걸어 다녔던 바로 그 길입니다”라고.
이제 하나 남은 아들인 세우드 홀은 3살에 아빠 제임스 홀을 잃어버리고 5살 때 동생 이디스 홀을 잃어버립니다. 그는 아빠와 동생을 앗아간 조선이 싫어 미국으로 돌아가 비즈니스 스쿨을 다니고 미국서 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1906년 하디 선교사가 평양 남산현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합니다. 바로 그때 이 13살난 쉐우드 홀이 거기에 앉아 있었는데 은혜와 성령이 물 붓듯이 내려옵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 서원합니다. “나도 우리 엄마, 아빠처럼 의사가 되어 조선에 뼈를 묻겠습니다. 복음으로 조선을 구하는 일을 하겠습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 메디컬스쿨을 졸업하고 의사가 됩니다. 당시 조선에는 폐결핵 환자가 엄청 많았습니다. 쉐우드 홀은 “나는 조선의 폐결핵을 퇴치하는 운동에 앞장 서겠다”고 결심하고 조선으로 돌아와 그의 아내인 메리언 홀과 함께 폐결핵 퇴치운동에 앞장섭니다.
오래전 크리스마스실을 만들어 결핵퇴치운동을 벌인 사람이 바로 쉐우드 홀입니다. 이 부부도 양화진 묘지에 묻혔습니다. 그래서 마포 양화진 선교사 묘지에 가면, 조선에 파견된 선교사중 최초로 순직한 윌리엄 제임스 홀, 그의 아내인 로제타 홀, 그들의 아들인 셔우드 홀, 며느리인 메리안 홀, 어린 시절 사망한 에디스 홀. 총 5명의 선교사 가족이 묻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사망한 에디스 홀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이 조선 땅에서 복음을 전하고 의료 선교사로 봉사한 기간을 합치면 무려 73년이나 됩니다.
5명 모두다 의사라는 좋은 직업, 미국이라는 편하게 떵떵거리고 잘살 수 있는 환경을 뒤로 하고 조선 땅을 향하신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도구로 사용되다 모두 다 그렇게 하나님 나라로 갔습니다. 이들 선교사의 삶은 한마디로 “희생과 헌신”이었습니다(요12:24).
오늘 우리들과 교회는 바로 이런 선교사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들의 신앙은 어떻습니까? 오늘 우리들의 교회는 어떻습니까? 나만 복 받고, 나만 잘되고, 우리 교회만 부흥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신앙에 빠져있지 않습니까? 나에게 주님과 교회를 위한 희생과 헌신이 사라졌습니다. 교회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열정어린 희생과 헌신이 사라졌습니다. 역사에서 답을 찾는다면 이제 우리는 개인적인 신앙, 이기적인 신앙을 깨뜨리고 나와야 합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더 넓은 지평을 선사하기 위하여, 이 땅에 전쟁이 그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배고파 병들어 죽어가는 이웃들을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남과 여, 가진 자와 못가진 자, 많이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등등의 모든 차별을 폐지하고 억울한 자가 없는 공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오늘 우리들에게, 우리 교회에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역사에서 답을 찾습니다. 바로 “나와 교회의 희생과 헌신”입니다. 그 위에 하나님 나라는 세워지고 넓혀져 갑니다. 오늘 아버지가 나도 일해야 합니다(요5:17). 복음은 나와 우리 교회 앞에서 멈춰 서서는 안됩니다. 구원 받았으니 구원시키고, 은혜와 축복을 받았으니 내가 그리고 우리 교회가 그 통로가 되어 베풀고 나누어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pastor.e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