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녕 사모 (프린스톤한인교회)
비록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버리고 세상식의 왕을 구했어도 일단 허락하시었기에 저들이 구하는 왕제도가 굴러가도록 하나님께서 도우십니다. 외모는 멀쩡한데 속은 빈 강정 같은 매사에 자신이 없는 사울을 첫 왕으로 삼으셨습니다. 자신이 없는 무명인 사울이 승리토록 사무엘이 곁에서 도와 힘을 주고 백성들을 하나로 묶어주십니다. 하나님과 더불어 섬기는 초심이 그대로 계속되었다면 저는 얼마나 귀한 선왕이 되고 주신 권세를 마음껏 누렸겠으나,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이렇게 범사에 주님을 소중히 여기고 겸손한 왕으로 계속 행보를 유지했더라면 평생이 복으로 넘쳤겠는데, 올라가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올려주신 그 자리를 유지함이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하나님은 잊고 위급한 상황만을 모면해 보려는 궁여지책만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의 머리 속엔 번제의 단추를 누르면 원하는 승리의 콜라가 굴러 나올 줄 아는 철저한 우상 숭배 기복신앙입니다. 마음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습니다. “번제 드렸으니 고기잡수시고 승리를 내놓으셔야죠.” 사울의 마음이니 사무엘을 기다릴 시간도, 필요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빨리 번제만 드리면 만사 오케이라 여깁니다. 왕 자리가 청지기가 아닌 자신의 일이 된 사울에게 사무엘의 책망만 하고 휭하니 가버린 행동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청천벽력입니다.
사명은 하나님이 주시는 하늘의 일로 그 분의 방법대로 따라야합니다. 그러나 사명이 하나님의 일이 아닌 내 일로 변질되면 외적으로 보이는 충성은 같아 보여도… 하나님 방식이 아닌 최대로 내 방식으로 성취하려하기에 하나님은 구경하고 계십니다. 제 뜻대로 일이 풀려줄 리가 없으니, 너무도 죽을 맛입니다. 점점 왕된 자기 권위를 세우는데 신경이 몰려 있고 백성의 형편 따위는 안중에 없어지니 판단이 흐려집니다.
권세라는 것이 양심도 자존심도 팔아먹을 만큼 그토록 매력이 있는지 끊임없이 자신의 왕 자리를 지키기에 전전긍긍 수단 방법을 다하는 사울입니다. 하나님에게서 멀어지면 왕위도 길지 못할 것이라 경고하시며 기회를 줄수록 더 하나님이 마음 아프실 일만 열심을 내는 사울입니다. 권력의 중독에 빠져 목숨 걸고 집착하는데 하나님이 당연 관심 밖입니다. 정말로 미련함은 어느 누구도 도울 수 없습니다. 아멜렉을 친 모든 것을 진멸하라 하시는데 좋은 것은 남기고 쓸모없는 것만 진멸하다 사무엘에게 싫은 소리 들으니 얼른 제사용으로 남겼다고 둘러댑니다. 하나님께 순종함이 제사보다 낫다고 사무엘에게 뒤바뀐 우선순위를 지적하며 왕의 자리가 다른 이에게 가겠다고 사울이 제일 두려워하는 움켜진 우상에 돌을 던집니다. 그제서야 백성이 두려워 그랬다고 이번에는 백성 탓으로 돌려대며 빌며 매달립니다. 어디 사울뿐인가요. 우리 모두 내면에 내재하는 사울이 있기에 마음이 꿀꿀 씁쓸합니다. 앞장 선 리더십이 사울같이 파워 중독이면 그 밑에 있는 이들의 삶이 고달프고 불쌍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 오늘날 얼마나 많은 사역자들이 초심을 잃고 사울과 같이 내 사역으로 변경해 성도들을 자신의 존재를 위한 도구로 이용함에 무감각합니다. 주님께서 몸된 교회에 진정 공의와 거룩함으로 왕으로 모시는 주님 마음에 합한 사명자 다윗을 많이 일으켜 주시길 눈물로 기도합니다. heenlee5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