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규서 목사 (월셔크리스천교회)
며칠전 선배 목사님을 만나 점심을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고국의 소식을 듣고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극에 치닫는다는 것입니다. 한 달 평균 약300명 정도가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한동안 일본이 10대 자살률이 높아서 사회 우려를 낳았는데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닌 내 조국, 내 나라의 일이 되고 보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높은 경제성장에 최첨단의 문화시설을 자랑하는 IT 강국의 나라에서 왜 이리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등지는 어린 청소년들이 많을까요? 우리가 늘 지적하는 대로 입시문제, 직업문제, 가정문제 때문일까요? 우리는 높은 생활수준으로 인해 편하게 사는 방법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고된 3D업종의 일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시키든지 외국에 공장을 두어 그들로 하여금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힘든 일은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땀 흘려 거둔 열매에 대한 소중함도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욱 부채질 하는 것은 자살을 미화하는 세상 풍조입니다. 대통령, 연예인, 유명인들의 자살을 마치 정의를 위해 죽은 것 인양 찬사를 하는 모습 말입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거액을 들여 기념관을 지으려는 계획이 있다고 하니 이로 인해 아이들의 가치관에 혼돈과 악영향을 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나라가 G20 정상회의를 주재할 정도로 세계의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움과 전쟁의 폐허 속에서 부지런히 일하고 열심히 살아온 기성세대들의 수고와 땀의 결실입니다.
결실과 감사의 달 11월을 보내며 ‘추수와 감사’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우리들의 기억에 잊을 수 없는 친밀한 명화가 생각납니다. 프랑스의 자연주의 화가로 유명한 밀레(Milet; 1814-1875)의 ‘만종’과 ‘이삭 줍는 여인들’의 제목의 그림입니다.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는 그림입니다. ‘만종’에 묘사된 풍경을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들녘에 황혼이 붉게 물들어가고 멀리 교회당에서는 저녁 종소리가 울려 펴지자 새벽부터 수고한 두 젊은 부부가 일손을 멈추고 모자를 벗어 들고 두손 모아 경건하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우리는 이 한 폭의 그림에서 하나님께 감사하는 신앙의 경건한 자세를 보게 됩니다. 누군가 “신은 시골을 만들었으나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이 그림을 통해 시골의 평화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는데 시골은 인간의 영원한 요람이자 쉼의 장소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시골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평온함을 말입니다. 최첨단의 문화 혜택과 우리의 말초신경을 자극할 만한 향락문화는 없지만 도시의 화려한 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전원의 평화와 안정됨은 인간이 만들어낸 그 무엇에서도 느낄 수 없는 모든 감사를 불러 자아내게 합니다.
우리는 이 그림에서 노동의 신성함과 행복한 부부의 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굳게 다져진 신앙의 가정은 보이는 천국이며 지상에서 유일한 행복의 요람입니다. 하루의 노동이 다 끝나는 삶과 보람의 현장에서 머리를 숙여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두 부부의 모습은 인간의 행위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일 것입니다.
이 그림이 주는 의미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나쁜 관습에 비추어 볼 때 새삼 차원이 다른 삶을 느끼게 합니다. 감사는 즐거운 생활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했던가요? 구태여 농부가 아닐지라도 내 주변에서 거두어들일 각종 축복의 열매와 일용할 양식을 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느 자칭 인도주의자가 수탉이 물을 먹는 모습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저렇게 고개를 숙였다 올렸다하니 얼마나 힘이 들까? 측은한 일이로다”라고 하니 현실주의자는 이를 받아 말하기를 “다 먹고 살자고 그러는 게 아니겠소. 목을 쳐들지 않으면 그나마 한 방울의 물이라도 목구멍으로 넘어가겠습니까?” 하였습니다.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던 진실한 기독교 신자가 하는 말이 “두 분의 말씀이 맞기는 하지만 저 수탉은 한 모금 물을 삼킬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입니다”라고 했답니다.
우리가 닭보다 못합니까? 죽을 만큼 고통스런 일들이 있습니까? 잠깐! 깊이 생각하면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