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 목사 (주사랑선교교회 담임)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신년회견에서 세간에서 자기를 ‘불통의 여왕’이라고 비웃고 있음에 대하여 “진정한 소통이 뭔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계적 만남이나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건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를 보면 불법으로 막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 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소통과 불통’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정부와 국민간 당정간 정파, 정당간 가장 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할 정치 분야의 소통은 그야말로 불통이다. 그동안 명분과 대가를 주고받으며, 적당히 야합, 타협했을 뿐 소통이라고 보기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본질과 원칙이 없는 무질서 그 자체였다. 그 결과 국민화합은커녕 국론분열만 조장하여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위기를 자처하고 있다. 기독교계도 정치가 잘못 되었다고 나무랄 때가 아니다. 주 안에서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야 할 교회와 교계가 싸움판이 되고 있음을 보면, 참으로 한심하고 통탄할 일이다. 길 가던 사람이 길 에서 싸우는 자들을 보고, “이곳에서 싸우지 말고 교회에 가서 싸우라!”고 할 정도로 교회와 교계가 많이 싸운다는 것이다. 본질과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1. 본질(本質, Essence)
본질은 (1)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사물 자체의 성질이나 모습 (2)그것이 그것으로서 있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것 (3)사물이나 현상을 성립시키는 근본적인 성질 (4)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과는 구별되는 사물로서 성립하고 있는 그 고유의 존재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모든 사물 자체만의 특성, 가치, 존재이유를 말하고 있음이다.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것으로 이것이 없으면 안 될 핵심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원칙(原則, Grundsatz, Principle)
원칙은 어떤 행동이나 이론 등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을 말한다. 원칙을 고수하면 적도 많이 생기고, 원칙을 지키지 않던 사람들의 불만을 사게 마련이다. 원칙을 벗어나서 불법으로 타협하며 권모술수적 융통성을 발휘하는 사회는 개판으로 가는 사회다. 그러나 원칙을 지키게 되면 안정감을 주고 우리의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주며 우리가 가진 잠재능력도 발휘하도록 해준다. 그것은 마치 바퀴의 축과 같아서 모든 것을 통일시키고, 통합시켜 준다.
3. 교회의 본질과 원칙
기독교의 본질은 사회개혁, 구제, 도덕 윤리, 병든 자를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데 있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원칙은 사람을 살리는 십자가(구속)와 부활(새생명)에 있다. 교회의 본질은 교회의 설립자가 하나님이시고, 예수님은 교회의 머리, 몸, 곧 주인이시고 믿는 성도는 그 몸된 교회의 지체라는 것이며, 교회의 원칙은 복음전파와 영혼구원에 있다. 목회의 본질은 사랑이고 목회의 원칙은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이고 성도의 본질은 하나님의 예정과 선택이며 성도의 원칙은 그리스도의 증인과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있다. 본질이 집에서의 내부장식 인테리어와 같은 것이라면 원칙은 그 집을 받쳐주는 기둥 같은 것이다. 집을 아무리 잘 지어도 내부장식이 없으면 빈집 같고, 아무리 내부장식이 화려해도 받쳐주는 기둥이 약하거나 없으면 그 집은 무너지고 만다. 그러므로 본질과 원칙 모두 필요하다.
가정과 교회와 교파간의 말썽, 분쟁, 갈등, 싸움, 분열의 근본적인 원인은 본질과 원칙을 알지 못하고, 무시한 채 무질서하게 자기주의와 자기주장만 내세우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향한 관심과 소원과 비전이 있다면 하나님의 자녀들이 서로 싸우지 말고 하나님이 세우신 본질과 원칙 안에서 질서있게 가정과 교회와 교단 교파가 하나되고 화목하게 되길 바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