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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주의 윤리학(3)

이길호 목사 (뉴욕 성실장로교회 원로)

IV. 창조의 규례(creation ordinance)와 십계명과의 관계

 

창세기 1-3장에서 하나님께서는 주권적으로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천지 만물의 질서를 세웠다. 그 질서 가운데는 자연 질서뿐만 아니라, 윤리의 질서도 세웠다. 창조시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이 질서를 표현하기 위해 신학자들은 “창조 규례”(creation ordinance)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와 동일한 개념을 표시하기 위해 신학의 영역에서는 “자연법” (natural law) 이라는 용어도 사용했다.

창조주 되신 하나님께서 인간의 윤리의 삶의 원리를 정해 주셨다. 하나님께서 창조 때에 제정하신 이 윤리의 규례에 순종할 때에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복을 주신다.

현대 사회의 많은 이슈들, 즉 결혼의 신성함에 관한 것 (동성 결혼, 이혼의 문제), 생명의 신성함(낙태, 인간복제, 유전 공학, 안락사), 다양성과 관용 (종교 다원주의, 성전환, LGBTQ 문제 등) 그리고 인간 성취의 목표 (직업윤리, 건전한 오락 등)은 시대의 흐름이나 혹은 문화의 영역이 아니라, 오직 창조주 하나님의 창조의 규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그렇지 아니하면 이 사회는 혼란과 파멸로 나아간다. 

존 머레이는 그의 책 <행동의 원칙> (Principles of Conduct)에서 창조의 규례를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밝힌다. “자손의 출산, 땅에 충만함, 땅을 정복함, 피조물을 다스리는 것, 노동, 안식일, 그리고 결혼.” 

창조의 규례를 요약하면, 1) 다스림과 노동 (Dominion and Labor) ; 2) 결혼과 번식 (Marriage and Multiplication); 그리고 3) 안식일 (Sabbath)로 요약된다. 

이 창조의 규례를 바르게 이해하고 지키기 위해서 인간의 타락 후에는 일반계시, 혹은 자연법으로서는 하나님의 뜻을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알 수 없고, 하나님의 특별계시인 성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면 창조의 규례와 십계명과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A. 노동과 다스림 (Labor and Dominion)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사람(창 1:26-28)은 피조물을 다스리는 사명이 주어졌다. 그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피조물의 모든 자원을 연구하고 활용해야 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창조시 하나님께서 사람으로 하여금 피조물을 다스리고 지키게 하셨다. 이것은 노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 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 (창 2:15). 그리고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동물들과 생물들의 이름을 짓고 부르게 했다.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각종 들짐승과 공중의 각종 새를 지으시고 아담이 무엇이라고 부르나 보시려고 그것들을 그에게로 이끌어 가시니 아담이 각 생물을 부르는 것이 곧 그 이름이 되었더라” (창 2:19).

그러나 인간의 타락 후 하나님께서 땅을 저주하셨는데 이것은 인간의 노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담에게 이르시되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네게 먹지 말라 한 나무의 열매를 먹었은즉 땅은 너로 말미암아 저주를 받고 너는 네 평생에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 네가 먹을 것은 밭의 채소인즉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 네가 그것에서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라” (창 3:17-19).

성경은 인간의 타락 이후 문화 활동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가인과 아벨은 농사일에 뛰어났다. “아벨은 양떼를 치는 자요 가인은 땅을 경작하는 자였더라”(창 4:2). 가인은 아벨을 살해한 후 에녹이라는 도시를 건설했다 (창 4:17). 가인의 후손들은 농부, 음악가, 야금술을 발전시켰다(창 4:20-22).   

대홍수 이전에 노아는 효과적인 크기의 방주를 지을 만큼 재주가 있었고 (창 6:14-16, 22), 홍수 후에 노아는 농업과 포도주 제조에 종사했다(창 9:20).

그리고 니므롯은 왕이 되어 “여호와 앞에서 큰 사냥꾼”이 되어 여러 성읍들을 세웠다 (창 10:8-12).

노아의 후손들은 죄악을 행하면서 시날 땅에 가서 성과 바벨탑을 쌓았다 (창 11:2-5). 그리고 그들은 진흙을 대신하여 벽돌을 만들 정도로 문명을 발전시켰다. 

아브라함이 부르심을 받았을 당시에는 적어도 두 개의 큰 문명, 바벨론(창 11:28)과 애굽(창 12:10-20)이 존재했다. 아브라함 당시에도 여러 도시들이 존재했다 (창 12장 이하). 왕들과 전쟁들이 있었고 (창 14),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었고 (생활 및 전쟁 도구들, 우상 제작 기술 등), 상업이 발달했다 (창 23장; 41:55-57). 인간의 타락 후 여러 가지 죄악들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창조 규례는 발달했다.

노동과 다스림의 중요성은 시내산에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 (십계명)이 주어지기 오래전에, 인간의 타락성으로 인한 도둑질과 탐심과의 관계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도둑질은 죄악이다. 

노동의 규례는 십계명의 넷째, 여덟째, 열째 계명과 관련성이 있다. 출애굽기에 기록된 제4계명은 다음과 같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가축이나 네 문안에 머무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 (출 20:8-11).

출애굽기 20장 9절에서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로 번역된 문구가 히브리어 미완료형 (תַּֽעֲבֹ֔ד֮ imperfect; you shall labor) 이다. 이 미완료형의 구문론적인 용법은 지시나 명령 (imperative)의 용법이다 (Bruce K. Waltke and M. O’Connor, An Introduction to Biblical Hebrew Syntax, 509-510). 따라서 안식일 계명은 노동에 대한 금지 명령이다 (20장 10절,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인간은 안식을 기대하며 엿새 동안 수고하고 노동해야 한다. 노동과 안식일의 이러한 관계는 태초부터 존재했다. 로벗슨은 “창조 규례의 안식일 규정는 노동의 의미를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O. Palmer Robertson, The Christ of the Covenants, 80). 

제8계명, “도둑질하지 말라”는 “열심히 일하라”는 의미가 있다. 성경은 게으름과 도둑질을 연관짓고 있다. “게으른 자는 궁핍하게 되며” (잠 6:6-11), 가난은 도적질을 하게 만든다 (잠 30:9).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의 10번째 계명은 제8계명, “도둑질하지 말라”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노동의 계명을 어기고, 게으르며, 일하지 아니하면 탐내고, 도둑질을 하게 된다. 이렇게 창조의 규례는 십계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십계명은 노동에 관한 창조 규례를 반복할 뿐만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일하고 땅을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도 제공한다. 토마스 왓슨(Thomas Watson)이 지적했듯이, “신앙은 게으름에 대한 어떤 것도 지지하지 하지 아니한다”(Thomas Watson, The Ten Commandments, The Banner of Truth Trust, 97). 

창조 당시 하나님께서 창조의 규례인 인간이 땅을 다스리기 위해서 노동의 사명을 주셨다. 그리고 나중에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주시면서 이 사명의 구체적인 규범을 정하여 주셨다.

 

B. 결혼과 번성함 (Marriage and Multiplication)

 

아담과 하와는 낙원에서 결혼했다(창 2:18-23). 남자는 부모를 떠나, 자기 아내와 합하여 그들은 한 몸이 된다. 그리고 아담과 하와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다(창 1:28).

그러나 인간은 타락하여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결혼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 하나님은 하와에게 다음과 같이 저주를 선언하셨다. “너는 남편을 원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창 3:16). 

아내는 남편에게 욕망적으로 종속되어지고, 남편은 아내를 지배하게 됨으로 결혼에 관한 창조의 규례는 왜곡되어졌다.

그리고 하나님의 저주는 번성함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나님은 하와에게 “내가 네게 해산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창 3:16)라고 말씀하셨다. 

가인은 모든 아담의 후손들처럼 결혼하여 자녀를 낳았다(창 4:16-24). 하나님께서는 노아 가족을 홍수에서 구원하실 때 네 쌍의 부부를 구원하셨다(창 6-9장). 아브라함과 사라의 결혼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번성 축복의 중요한 요소였다(창세기 12-17).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복을 주시어 그를 큰 민족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하셨다(창 12:2; 15:4-5; 17:2-4). 그리고 또한 “땅의 모든 족속”(창 12:3)에게 복을 주시겠다고 약속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선택하신 목적은 바로 “그들의 자녀들과 권속들에게 명하여 여호와의 도를 지켜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 하심”이었다(창 18:19). 

이삭과 야곱이 결혼하여 자녀를 갖는 것이 중요했을 뿐만 아니라, 누구와 결혼할 것인지도 중요했다(창 24장; 28:1-2).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새로운 연합을 경험하는 장이며, 따라서 결혼은 “생육하고 번성하는” 창조 규례를 실현하는 방편이다.

로벗슨은 “결혼의 규례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에서 가장 중요한 차원에 있다. 결혼의 규례는 구속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O. Palmer Robertson, The Christ of the Covenants, 79).

결혼과 번성에 관한 창조의 규례는 특별히 십계명 가운데 5, 7, 10 계명과 관련이 있다. 

제 5 계명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출 20:12).

제 5 계명은 부모, 즉 결혼한 부부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명확한 역할과 명예를 ​​인정한다. 

그리고 제 5 계명은 권위의 문제를 반영하기도 한다.

KHL0206@gmail.com

 

10.12.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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