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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자기자의 바이블 에세이]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황량한 벌판, 미디안 광야에서 방황하는 모세를 본다. 일찍이 자기 민족을 바로의 잔혹한 압제에서 구원해 보겠다는 거대한 꿈을 품고 살아왔던 모세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도 늙고 초라한 양치기의 모습이다. 한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혈기를 부려 사람을 살해한 살인자가 되어 지금은 지명 수배된 도망자가 되고 말았다. 모세 그는 화려한 궁중의 생활에서 쫓겨나야 했다. 모세 그는 크나큰 실패와 엄청난 좌절을 맛보며, 지금 이곳 미디안 광야에 몸을 숨기고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모세는 지금 외로운 양치기가 되어 오늘도 내일도 기약 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외로운 나그네 모세는 시나이반도의 남부, 호렙산을 향하여 힘없는 발걸음을 딛고 있었다. 모세는 이렇게 40년이란 기나긴 세월을 고독과 울분, 격정과 좌절, 외로움과 허탈감을 안고 이렇게 떠돌고 있는 현실이다. 

모든 영화를 포기해버린 모세는 자기 자신을 완전히 놓아버린 채 공허하게 텅 빈 영혼으로 먼 지평선을 응시하면서 양 떼를 몰고 가고 있다. 하루는 모세가 호렙산의 어떤 계곡에 들어섰을 때 홀연히 불길에 활활 타고 있는 한 그루의 떨기나무를 발견하게 되었다. 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놀라운 현상을 두 눈으로 보았다. 불길은 맹렬히 활활 타오르는데, 왜 나무는 그대로 있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가려는데, 갑자기 불 속에서 한 음성이 들려 왔다. “모세야! 모세야!” 모세는 깜짝 놀랐다. 도대체 누가 여기서 나를 부르는가? 모세는 얼떨결에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여기 있나이다.” 그 후에 다시 들린 음성은 “이리로 가까이하지 말라.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모세는 여기에서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하나님 여호와를 만나게 되었다. 모세는 하나님과 대화하는 가운데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네 손에 있는 게 무엇이냐?” “예, 지팡이입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명령했다. “네 지팡이를 버려라.” 모세는 아연실색했다. 모세가 지금 가지고 있는 지팡이는 모세가 지금까지 40여 년 동안 짚고 의지해 온 유일한 생활의 수단이었다. 지팡이는 모세가 양을 치며 살아온 생활의 도구였다. 지팡이는 모세가 의지한 힘의 상징이었다. 지팡이는 모세가 세상에서 믿어 온 능력이요, 경험이요 지식이요, 힘과 명예였다. 지팡이는 권세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지팡이는 모세의 정욕과 혈기이자 오만을 나타내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모세에게 “그 지팡이를 버리라” 말씀하셨다. 사람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즐기며 의지하며 살아온 것을, 한순간에 버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 있다.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죽어도 버릴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않으면 나에게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한때는 소중하게 여겨졌으나 실제는 소중하지 않은 것이다. 오늘 우리도 이러한 지팡이를 과감하게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버릴 것을 버리지 않으면 아마 계속해서 이 광야 같은 세상을 끝없이 방황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다시 모세에게 “뱀의 꼬리를 붙잡으라” 명령하셨다. 모세가 뱀의 꼬리를 잡는 순간 놀랍게도 뱀이 다시 지팡이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새로 된 지팡이, 이것은 하나님이 모세와 동행하신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것은 새로운 능력의 상징이다. 이것은 새로운 믿음과 확신과 용기이다. 이것은 새로운 꿈이요, 비전이다. 이는 분명히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고 하는 임마누엘의 표징이다. 

 지금 나는 어떤 지팡이를 의지하고 있는가? 만일 나 자신의 지식과 경험과 혈기와 열정과 정욕에 의지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신의 낡은 지팡이를 버려야겠다. 그리고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새로운 지팡이를 붙잡아라. 그러면 나는 오늘 승리하는 삶을 살리라.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그가 가로되 지팡이니이다여호와께서 이르시되 그것을 땅에 던지라”(출 4:2-3)

12.0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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