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소박하지만 행복한 아침입니다. 아침 6시에 눈을 뜨면 예수님께 인사하고, 침대에 누워 팔다리 운동을 하고,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게 해서 깊이 들이마십니다. 마음과 몸에 새로운 활기가 들어옵니다. 집안에서 30분정도 걷고 뛰는 나를 보며 남편은 자기관리에 대단하다고 감탄합니다.
엘살바도르는 일년중 제일 좋은 계절입니다. 건기라서 모기 파리 각종벌레들이 힘을 못 씁니다. 하지만 저희들이 주님의 일을 위해 더 힘쓰려고 합니다.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60살에 조기은퇴하고 엘살바도르 산골짜기에서 선교하는 우릴 응원하고 존경해주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가족, 친구들이나 주변 이웃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어떤 영향력을 미칠까? 나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여기지만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을지 두렵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아프고 외롭고 힘들 때 나를 떠올리며 힘을 얻고 위로를 받았다는, 그런 하나님의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대부분의 선교지가 그렇듯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입니다. 저희는 복음과 교육, 구제,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사역하고 있습니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번 1월부터 어려운 가정에 자립경제 사역 중 하나로 양계사업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뉴욕 훼이스미션에서 병아리 100마리와 작은 닭장을 지원하여 짓고 있는 중입니다. 큰 공동양계장? 처음엔 좋은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생각해보니 훗날 인건비 판로 수익 관리 등으로 복잡하고, 실수하면 법적인 문제가 생길 것 같아 개별적으로 어려운 가정에 병아리와 닭장을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시범삼아 작년 9월에 사준 100마리 병아리가 벌써 자라서 알을 낳고, 식용으로 팔리고 있답니다. 가족들이 싱글벙글 너무 기뻐합니다. 아이들까지 병아리와 친구삼아 노는 모습 또한 예쁩니다.
다 잡아먹고 팔지 말고 꼭 씨앗 병아리 100마리씩 남겨 늘리며 사업을 키워가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닭장을 다 지었다고 하여 남편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늘 가난과 삶의 무거운 짐 때문에 얼굴이 어둡던 블랑카의 얼굴에 희망으로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내 손을 잡고 블랑카가 손가락으로 수탉을 가리키며 "그레이스, 저 녀석은 카사노바야." '헉~???' ㅎㅎㅎ 수탉이 노는 꼴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합니다. 블랑카는 병아리 닭들을 돌보며 잘 자라나 관찰을 한답니다. 일부일처제하곤 상관이 없는 수탉은 아주 거만하게 여러 암탉들을 데리고 호강을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낳은 유정란을 품고 있는 암탉, 4-6주정도 지나면 병아리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가난을 벗어나길 바라며 축복기도를 했습니다. 잘 관리를 하여 큰 양계장으로 성장시켜 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해방되길 소망하며 또 다른 가정에 후원의 손길이 있기를 기다립니다. 빈곤과 무지로 피폐해진 마을에 오늘도 주님의 사랑으로 희망의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어떤 대가나 보답을 바라지 않고 오직 예수, 생명과 사랑의 순환에 함께하는 것이 생명을 심고, 사랑을 심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 놈브레데헤수수 시 커뮤니티 사이트에 우리 사진과 스토리가 소개되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잃어버린 영혼을 찾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특별히 어린아이들의 교육과 문화, 무료급식을 통해 건강을 돌보며 선교하는 선교사의 열정과 헌신에 감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감사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울컥했습니다. 주님만 기억해주시면 족하다고 여겼는데 함께하는 우리 엘살바도르 사람들도 하나님 일을 하는 선한사람으로 기억해주니 위로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네요.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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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