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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조용중 선교사

 (KWMC 사무총장, Ph.D)

튀르키예에 100년만에 가장 큰 지진이 일어나서 그 피해는 2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20만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있을 것이라는 보고들이 있다. 튀르키예에서 일어났지만 시리아 지역에도 큰 피해가 일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추운 날씨에 어려움 가운데 살아가던 사람들이 온통 집밖으로 내몰렸다. 조금이라도 가능한 주거지가 있으면 그곳에 함께 몰려 들어가 임시 집단 거주를 하고 있고, 교통이 막혀 음식 조달이 되지 않아 긴급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과 한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에서는 구조단을 파견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비상시 선교사들과 교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국제적인 긴급구호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국제적인 협력이 중요한데 이런 큰 재난이 일어날 때에 가장 큰 규모의 협력을 하고 있는 단체가 UN OCHA (United Nations 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 이다. 1991년에 설립되었는데 UN 사무총장이 긴급구호의 필요가 있을 때에 회원국가를 지원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구이다. 첫째는 더 효율적이고 적합한 대응을 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와 단체들의 공조를 만들어내는 일이고, 둘째는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하는 일이며, 셋째는 피해당사자들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인도적 재정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 등을 통해서 피해당사자들을 돕는 일을 하는 기구이다.

이들은 긴급재난구호의 필요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당사국과 각 국가와 NGO 들에서 모여든 긴급구호팀들과 매일 모임을 가지고 가장 최신의 정보를 종합하고, 자원을 배치하고, 협력을 촉구하며 긴급구호에 대처한다. 그래서 재난구호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나 단체의 구호요원들은 함께 협력하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일해야하는 것이 필요하고 필수적이다. 한국의 긴급구조팀이 들어가서 구조를 시작하고 있다. 이들을 현장에서 통역과 현지 적응을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 T국의 한국사역자들이다. 한국사역자협의회는 피해지역에서 일하던 인원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할 수 있도록 도와 평소에 3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대피시키고 함께 일해왔던 현지 교회의 성도들을 돕기 시작했다. 이런 긴급구조가 끝나가면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게 되는데 재난구호에서는 어떤 과정들이 이루어지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재난구호는 재난의 정도가 어떤지 상황을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상황 파악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를 하게되는데 최근에는 통신 시설의 발달로 인하여 더욱 정확한 조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무선전화의 광범위한 사용으로 인하여 피해상황에 대한 조사가 훨씬 더 용이하게 되었으며, 드론등을 이용하여 더욱 자세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1990년 필리핀의 바기오지역에 큰 지진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2시간 이상 떨어진 지역이 가장 먼저 지진의 피해가 보고되었기 때문에 집중해서 구조작업을 하다가 4일 후에 공항이 다시 열리고 더 큰 피해가 일어난 것을 알게되어 구조작업이 늦어져 큰 피해를 입었던 적이 있었다. 이처럼 지진과 같이 피해지역이 넓게 퍼진 곳은 혹시 조사에서 빠지거나 소홀한 곳이 있는지 조심해야한다. 현황 조사에는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조사하며 지도를 그려서 피해상황을 표시하는 것이 전체를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또한 이 시기에 피해지역 사람들이나 대표자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구체적인 현지의 필요상황을 더 잘 파악하게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조사가 이루어지는 단계와 함께 대응계획의 단계로 들어간다. 대응계획은 상황 파악에 근거하여 어떤 필요를 누가 책임을 가지고 일할 것인지를 대략 나누는 일을 한다. 여기에 UN OCHA와 같은 기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응 단계에서는 재난과 연관된 전문가들과 피해지역 정부와 관련자들이 포함된 팀이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위기대응팀이 구성되는데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 책임감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함께해야 한다. T국의 한국사역자협의회는 작은 규모로서 이런 위기대응팀을 구성하고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지역에서는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미리 팀을 구성하고 준비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선교지는 모든 가능성들이 본국보다 크기 때문에 각국의 선교사들은 사전에 위기관리팀을 구성하고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이제는 실질적인 자원동원의 단계이다. 어떻게 필요한 인원을 포함한 자원을 동원하고 자원을 배분하며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하고 각국의 관련기관들과 협력하도록 하는 단계이다. 한사협은 이 단계에서 한국의 선교를 대표하는 기구인 KWMA 와 미주한인교회의 KWMC 와 협력하여 한국측의 모금과 미주에서의 모금을 대신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것은 재난구호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돈을 줄이며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절차이다. 예전에 있었던 몇 나라들에서 재난구호 이후에 불거진 불상사를 경험한 한인교회들과 현지 사역자들이 협력체계를 만들고 추진하게 된 것은 대외적인 신뢰도를 높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조치이다. 

이제 구체적인 구호를 수행하는 단계이다. 여기에는 긴급식량 보급, WASH (Water, Sanitation, Hygiene) 라고 하는 기본적인 식수, 공중위생 시설을 제공하는 것등이 포함된다. 긴급구조의 단계에서 보다는 구조된 사람들의 환경을 기본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수준 높은 기준이 국제적인 구호활동에는 적용되고 있다. 지진의 경우는 특히 많은 사람들을 여진에 대응하도록 돕는 일이 필요한데 이는 국가적인 시스템이 작동하여 대비하여야 한다. 

이런 비상시기에 NGO들에게 제시된 가이드라인이 교회와 선교사들에게도 도움을 줄 것으로 여겨진다. 해야 할 것은 대략 다음과 같다. 물품 (중고물품 포함) 기부 대신 현금 지원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물품 기부는 물류 수송 절차, 경비, 현지 상황과 문화 적응성, 환경 문제들을 고려하여 우선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좋다. 현장의 필요에 적합하지 않은 물품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폐기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기부품을 받는 경우 수령 기관의 철저한 기준에 따라 필요 물품에 대해서만 수령하는 것이 좋다. 

현장의 긴급구호 활동 시 이재민 보호 및 존중이 우선이어야 한다.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만 취급해서는 안되며 그들과 함께 협력하여 주체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존중하며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긴급구호에는 이재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 수요를 기반으로 활동해야한다. 긴급 구호시에는 이재민들의 의견이나 고충을 들을 수 있도록 피드백 창구를 마련하여야 한다. 

위에서 지적하였듯이 국제 구호 조정 체계에 참여하여 협력하여야 한다. 해당 국가와 UN OCHA 에 설치된 Reception Desk를 거쳐서 활동하도록 해야한다.  

특히 주의해야할 것은 전문 인력 외 봉사활동 참여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긴급 구호 현장은 고위험지역이다. 전문적으로 훈련된 인력이 아니라면 개인 봉사활동 참여를 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흔히 사진을 찍고 홍보에 사용하기 위하여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이는 긴급구호를 돕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교회의 봉사활동은 어느정도 정리된 이후에 복구작업을 위해 필요할 때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 전문 훈련을 받아서 준비된 사람만이 현장에서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회에서는 사전에 이런 비상 상황을 위해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지진의 경우 튀르키예 정부에서는 외국 의료팀의 수요를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외국 의료인의 허가 받지 않은 의료 활동이나 약품 제공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단기선교에 의료인들의 수고가 많다. 그러나 현지법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의료행위는 큰 법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조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의약품의 경우도 현지와 충분한 소통을 통해서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긴급 구호는 이재민 모두에게 일반적인 인류애의 표현이어야 한다. 직접적인 종교행위의 금지에 대한 주의가 특히 필요하다.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포교 활동의 기회로 삼는 구호활동은 중지하여야 한다. 그리고 특별한 종교에 따른 차별적인 구호 활동은 금지되어있다. 교회와 선교사들이 재난구호에 힘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현지의 교회와 교인들 만을 대상으로 돕는 일을 하는 것은 추후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재난을 당한 이재민들을 차별하여 대응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때로 미래의 선교를 막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어려운 시기에 현지 교회와 성도들이 앞장서서 지역사회와 어려운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도울 때에 더 좋은 복음증거의 기회가 올 수 있다. 그래서 기독교 기관들이 모금한 재정을 교회와 성도들을 통하여 사용할 때에 피해를 입은 교회라고 해서 먼저 건물을 복구하는 것 보다는 우선적으로 임시거주 시설을 돕도록 하고, 필수품들을 나눌 때에도 교인들이 자신의 것을 챙기는 것 보다 다른 사람들을 먼저 돕도록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성도들의 삶이 복음의 증거가 되는 것이며, 자신을 돌보기보다 다른 사람들을 먼저 돌보는 신앙의 성숙함을 배우며 실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선교사들은 이런 기회를 통해서 내가 알고 있는 성도들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들이 앞장 서서 이웃을 섬기는 모습으로 나아갈 때에 교회는 영적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되고, 복음 증거는 더욱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다.  

구호품을 나눌 때에 전도지를 삽입하여 나누는 것과 같은 종교 행위는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할 것이다. 구호품을 나누는 기회에 복음 전도를 먼저하고 구호품을 나누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교회에서는 모금된 금액이 순수하게 복음을 증거하는 일에 쓰이기를 바라는 면도 있지만 예수님이 지진 피해지역을 방문하신다면 교인들 만을 모아 구호품을 나누는 일을 하시지는 않을 것이다. 교회는 재난 구호를 통하여 평소에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활동 영역이 넓어지는 확장성과 이재민들에게 신뢰도를 쌓음으로 인하여 들을 수 있는 권리를 얻는 것 (Earn the right to be heard)으로 만족하고 미래의 복음전도 기회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복구가 필요한 시기에 많은 지원 단체들이나 개인들도 관심이 사라져서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에 가장 필요한 것이 선교적 관점으로 일하는 NGO이다. 재난이 일어난 시기에만 관심을 가지고 모금해서 이름을 내고 떠나버리는 단체가 아니라, 선교적 관점으로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단체를 지원하는 것이 귀한 헌금을 사용하는 선교적 책무감이라고 할 것이다. 중장기적인 복구를 위해서는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PTSD) 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눈에 잘 드러나지 않은 일이지만 이 시기가 선교사들이 가장 잘 섬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재난에 긴급구조와 구호가 중요하지만, 선교사들이 남아서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역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날이갈수록 재난이 더욱 많아 지는 시대가 되었고, 그 재난의 소식은 거의 실시간으로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나의 곁에 다가서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를 위해 재난을 대비하는 준비가 필요하고, 전문적인 기독교 기구들이 효과적으로 활동해야 하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선교에 창의적 전략이 필요한 시대에 마음으로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나타내는 사랑이 절실한 시기이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의 현장에 그리스도의 긍휼과 사랑으로 넘쳐나는 것을 기대하며 그곳으로 향하여 사랑의 손길을 내밀며 나아가야 할 것이다.  

dr.yongcho@gmail.com

02.18.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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