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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틴(2)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지중해는 한없이 잔잔하고 푸르렀습니다. 마치도 꿈 많은 소년의 청결한 마음처럼 말입니다. 간절한 심정으로 기도하는 어머니의 곁을 몰래 빠져나온 어거스틴은 로마행 배에 오르자 비로소 긴장감이 풀리고 안도감이 전신을 휘감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이었습니다. 이내, 그는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홀로된 어머니에 대한 죄송하고 착잡한 마음이었고 더 나아가서 어머니를 속였다는 죄책감이 그를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맏아들을 의지하고 기대하는 데 그에 부응하지 못하는 죄스러움입니다.

불편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사이 드디어 꿈에 그리던 로마의 항구에 도착하였습니다. 그곳은 현재 거주하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마치 폼페이의 유적 같은 모습이지만 당시는 인구가 3만여 명 정도 되는 왕성하고 활기찬 도시였습니다. 극장이나 목욕탕, 상가들의 유적, 그리고 물고기들을 모자이크한 도매상들은 현대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기원전 4세기부터 웅거했던 작은 바닷가 마을을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이곳에 인공적으로 항구를 만들었습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밀을 실어 나르는 풍랑으로 문제를 일으켰고, 또한 로마시대를 관통하는 테베레 강 하구이기에 물자를 왕궁 가까운 시내로 실어 나르기에 안성맞춤의 장소이었기 때문입니다.

본래 로마제국의 제일 큰 항구는 보디올(행28;13)입니다. 그런데 알렉산드리아에서 밀을 수입할 때 보디올에 도착하면 거기서부터 아피아 가도를 통해 로마까지 200Km를 그 많은 물자를 이동하는 일이 번거로웠기 때문입니다.

어거스틴은 오스티아(Antica Ostia) 항구에 도착한 후 열병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열병은 대부분 말라리아를 의미합니다. 동거하는 여자가 곁에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무척 큰 고통을 당해야 했습니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극적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오스티아 항구 도시는 어거스틴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장소입니다. 이유는 밀란의 감독 암브로시우스로부터 세례를 받고 고향 칼타고로 돌아가려고 이곳에서 배를 기다리던 중 놀라운 환상을 보게 된 곳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가 이곳에서 부르심을 받아서 이곳에서 장례를 치렀습니다. 이곳에서 모니카의 묘지 덮개를 발견하여 근처 교회당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스티아 안티 카는 도시 구성이 아주 특이합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도시를 관통하는 도로가 직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입구의 길 좌편으로는 묘지들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여 묘지를 도시 변두리나 먼 곳에 지정합니다. 그런데 오스티아는 도시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원하든 원치 않던 묘지들을 통과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묘지는 오래된 것도 있고 방금 장례식을 치른 묘지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묘지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가졌을까요? 저건 삼촌 묘지네, 나도 언젠가는 저곳으로 가겠지? 보다 바르게 살아야지 하는 각오를 다지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죽음 앞에서 모든 사람은 본 능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거스틴은 남다른 꿈을 가지고 로마에 왔기에 가르치는 일을 도모하였습니다. 또한 로마에서 교사직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로마에서의 교사직은 칼타고에서 바라던 소망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칼타고의 학생들은 학업 분위기가 엉망이었는데 로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학업에는 큰 관심이 없었기에 학습 분위도 형편없었습니다. 콘스탄틴이 로마를 통일한 이후 서로마의 수도를 밀란으로 옮김으로 사람들은 실의에 차 있었는지 모릅니다. 이런 현실은 로마에 대한 환상이 깨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밀란의 시장이 로마시장에게 교사 한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때 로마시장은 교사로서 탁월한 어거스틴을 천거하였고 어거스틴은 당시의 서로마 수도인 밀란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일은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였습니다. 영적기근으로 전전 긍긍하는 어거스틴을 밀란의 감독 암부르시우스를 만나게 하려는 하나님의 역사하신 사건이었습니다. 로마에서 밀란까지 고속도로로 600Km입니다. 그 먼 길을 어떻게 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어거스틴은 드디어 밀란에 도착했습니다. 아마도 많은 시간 즉, 한 달여를 걸어서 갔을 것입니다. 

어거스틴은 시간을 직선적 개념으로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께서 정하신 길을 진행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인생일 뿐입니다. 선한 자는 선한 대로, 악한 자는 악한 대로 말입니다. 그 과정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가느냐는 성도에게 주신 거룩한 과제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길을 만들고 있는지요?  

 

chiesadiroma@daum.net

 

10/12/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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