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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혼란스런 국가를 안정시키고 국방을 튼튼하게 한 후 59세의 나이로 전격적 은퇴를 선언한 황제, 그의 발상은 아주 충격적이었다. 이런 일은 로마제정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은퇴할 때 친구이자 공동 황제인 서로마황제 막시미아누스도 물러나게 했다.

막시미아누스 황제는 물러나고 싶지 않았으나 선임 황제요, 자신을 황제로 임명한 분의 명을 거역할 수 없었다. 또 그를 존경하기도 했고 그의 요청을 거절했다가 책략이 출중한 그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두 사람의 정제가 퇴임함으로 부제로 있던 콘스탄티스(콘스탄틴의 아버지)와 갈레리우스가 황제의 대권을 이어 받게 되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은퇴식은 305년, 니코메디아 가까운 곳에서 거행했다. 그는 황제의 상징인 자줏빛 옷을 벗고 마차를 타고 달마티아(현 크로아티아)로 갔다.

그는 은퇴한 후 이런 고백을 했다. "여러 명의 고관들이 함께 일을 꾸며 군주를 속이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권위 때문에 국민들로 부터 격리된 황제는 진실을 알 수 없다. 그래서 국가의 중요한 직분을 약하고 간사한 자들에게 주고 덕망 있고 유능한 신하를 멀리하는 경우가 있다. 아주 뛰어난 현제들마저 간사한 꾀에 넘어갔던 일이 그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지도자는 국가의 중대한 문제 앞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는 973번의 외침을 받은 민족이다. 그것을 자비심이 많기 때문에 이웃나라를 침략하지 않은 선(?)한 민족으로 미화하기도 하지만 그건 아니다. 한 마디로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작은 나라로 이어왔기 때문이요, 한마디로 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고구려 같은 큰 나라도 있었지만 말이다.

작은 나라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판단력이 아주 중요하다. 결국 어떤 일을 결정하는 것은 지도자다. 그래서 지도자에게는 치열한 고독과 고민이 있다.

역사적으로 큰 치욕을 당한 왕들이 있다. 한 사람은 인조요, 또 한 사람은 선조다. 두 사람 다 무능했던 왕들이다. 그런데 국가적 위기 앞에서 신하들은 두 패로 나뉘어 격렬하게 대립했다. 오랑캐 나라에 협조할 수 없다는 명분론과 그러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실리론이었다.

그런데 실리를 주장한 사람은 적었고 몰매 맞을 상황이었다. 고로 목소리가 크고 다수를 인조는 따랐다. 그 결과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수치를 당해야 했고 그것도 오랑캐라고 멸시하던 자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피가 낭자하도록 이마를 돌바닥에 찧어댈 때 오랑캐에게 협조하면 안 된다던 신하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자신의 판단 착오로 그런 상황에 이르렀다면 당연히 아들에 자리를 넘겼어야 했지 싶다. 

그 후 인조는 어떻게 했는가? 볼모로 잡혀가 엄청난 고생을 견디며 새로운 학문을 익힌 세자였다. 조선을 개혁하겠다는 웅대한 꿈을 가지고 성인이 되어 돌아온 아들을 시기하고 질투하여 끝내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니 이 어찌 통탄하지 않을 수 있는가! 

선조 역시 비슷한 존재다. 일본의 형편을 살피라고 두 사람을 통신사로 보냈다. 균형적인 시각을 위해 정치적 이해를 달리하는 동인에서는 김성일을, 서인에서는 황윤길을 보냈다. 그런데 돌아와서는 김성일은 왜구의 침략 가능성을 부인했고 황윤길은 반드시 침략할거라는 상반된 보고를 했다.

전쟁을 대비하는 일은 항상 힘든 일이다.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고 또 병사를 뽑아 훈련시켜야 한다. 병사들을 먹이고 월급을 주고 무기를 구입하는 이 모든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조나 신하들은 손쉬운 선택을 했다. 그 후 2년 만에 국가는 비참하게 되고 말았다. 쑥대밭이 되었고 선조는 걸음아 날 살리라며 평양으로 도망을 쳐야했다.

안동을 갔다가 선조를 수행했던 유성룡이 전쟁 중에 투구로 사용하면서 야영 중에 왕을 위해 밥을 짓던 투구를 보았다. 선조는 때때로 한숨을 몰아쉬며 짐의 부덕 때문에 나라가 이 꼴이 되었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맞습니다! 왕의 무능함 때문에 수많은 국민이 죽어가고(백만 명이 죽었음) 백성은 기아로 죽어가고 있으니 오늘 저녁은 금식하시지요?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이런 역사를 가진 우리인데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우려 하지 않는다. 힘도 없으면서 말이다.

이런 때, 링컨 대통령처럼 국가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백성들에게 선포하고 당신도 카펫이 낡아지기까지 기도했던 탁월한 지도자, 그래서 미국을 하나 되게 하고 위대한 미국의 기틀을 다졌던 링컨, 그런 지도자가 목마르게 그리워진다. 지도자는 위기 앞에서 지혜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그 선택으로 온 국민이 편안할 수 있도록 말이다.

chiesadiroma@daum.net

08.17.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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