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St. John’s UMC)
지난주 은퇴를 앞두신 목사님 부부를 모시고 식사를 하게 되었다. 오랜 사역과 섬김의 시간을 마무리하시며,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고 얘기하셨다. 특별히 음악에 뛰어나신 두 분은 청년시절 같은 교회 성가대 지휘자와 반주자로 섬기시며 처음 만나게 되셨다고 예전 얘기들을 들려주셨다. 지금도 아름다운 음색과 찬양으로 예배에 감동과 은혜를 더하시는 목사님의 찬양 얘기를 하는데 사모님께서 "우리 목사님, 젊으셨을 때 정말 찬양 너무너무 잘하셨어요.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되었는지..." 하시며 고개를 돌려 옆에 계신 남편 목사님을 지그시 쳐다보신다. 그 모습을 테이블 반대편에서 보는데 갑자기 목이 메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무엇보다 그 말씀과 표정에 남편 목사님을 향한 진심 어린 깊은 존경과 사랑의 모습이 보였고, 함께 30여년 목회의 마무리를 앞두고 계신 선배 사모님의 회환이 담긴 담담하지만 강하신 모습이 아름다웠다. 예원학교를 졸업하신 음악가 사모님의 손을 보니 손가락 마디마디가 울퉁불퉁하고 굵으시다.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의 하얗고 고운 손이 아니라, 부엌일에 익숙한 어머니의 거칠고 투박한 손이다. 얼마나 힘껏 이민 한인교회 사역을 함께 감당하셨는지 알 수 있었다.
'사모(師母)'를 한자 뜻으로 풀이하면 '스승 사(師)’자에 ‘어미 모(母)’자로 스승의 어머니를 부르는 단어지만. 인생의 인도자가 되는 스승을 아버지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 부인도 어머니로 생각할 수 있어서 스승의 부인을 ‘사모(師母)’라 한다. 그래서 교회 내에서 성도들이 교회의 목자요 선생이신 목사의 부인을 '사모'라 부르게 된 것이다.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라고 하지만, 한국교회를 오래 다니신 분들은 한결같이 하시는 말이 목사 사역의 절반은 사모의 사역이라고 한다. 심지어 절반 이상이란 말을 하는 사람도 많다. 아마 이것은 한국교회의 특징 중 하나일 것이다. 그만큼 목사의 아내, 사모는 단지 한 남자의 아내일 수만도 없고, 교회의 직분자는 더욱 아니다. 그러면서도 평범해서는 안되는 크리스천이다. 사모는 다른 성도들보다 더욱 뛰어난 소명으로 부름받은 하나님의 일꾼이다. 일생을 단지 한 사람의 아내가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함으로 부르신 곳에서 최선의 삶을 살아내 가는 자들이다.
소리는 같지만 뜻이 다른 동음이의어 '사모(思慕)'는 '어떤 사람을 애틋하게 생각하고 그리워하다.' '어떤 사람을 우러러 받들고 마음속 깊이 따르다.'는 뜻이다. 특별히 사모하다 모(慕)자는 뜻을 나타내는 心(마음 심)과 소리를 나타내는 莫(저물다 모)를 결합하여 만들어 낸 것인데, 그 해석은 해가 저물고 밤이 되면 어떤 사람이 마음속에 자꾸 떠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하루의 바쁜 일과를 마치고 잠들기 전에 생각나 쉽게 잠 못 들게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을 그리워하거나 사모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모(師母)는 사랑하는 하나님을 남편목사를 한 가족이 된 교회성도들을 밤마다 눈물로 사모(思慕)한다.
새해 2023년 우리의 교회와 직장과 가정에 새롭게 함께하실 하나님의 은혜를 기대하고 소망한다. 우리에게 각각 허락하신 사명도 더욱 열심히 감당하길 기도한다.
시간이 흘러 우리 부부가 은퇴를 할 때쯤 나도 후배 목사부부에게 목회를 사모하게 하는 은혜를 끼치는 사모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을 다하리라.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 (요한계시록 2장10절 하반절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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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