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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왜 그렇게 됐어?”

송정임 사모

(버지니아 St. John’s UMC)

특별히 고수하는 나만의 헤어스타일이 있지는 않지만, 보통의 아줌마 스타일이라고 하는 단발보다 약간 짧은 길이 컷에 굵은 펌으로 간단하고 손질하기 쉬운 스타일로 머리를 한다. 그리고 머리가 길어지면 외출 할 때 헤어롤로 머리에 조금 더 컬을 주어 정돈한다. 아무래도 한국에 비해 비싼 미용비가 유행에 따른 다양한 헤어스타일보다 쉽고 간단한 스타일로 바꾸게 하는 것 같다. 이제는 다양한 미용재료와 필요한 기구들을 쉽게 구매 할 수 있어서 특별히 전문 미용기술 없이 가정에서 자신과 가족의 머리를 예쁘게 스타일링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안타깝게 그런 손재주가 너무 없는 나는 전문가의 손길이 늘 필요하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아무래도 바쁘고 시간내기가 더 힘들 것 같아 개학 전 주에 헤어샵에 가서 여름동안 길어진 머리를 자르고 펌도 했다. 늘 같은 스타일로 했는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머리가 더 짧고 펌이 더 꼬불꼬불하게 너무 잘 돼서 내가 봐도 조금 웃길 정도로 한국에 흔한 할머님들의 스타일이신 일명 <브로콜리> 스타일이 되었다.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어차피 머리가 금세 자라서 크게 마음에 두거나 신경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니 가족들이 깜짝 놀란다. 특별히 딸은 '오~마이!!' 를 외치며 엄마 머리가 너무 이상하다고 하며 어떻게 하냐고....다시 머리를 하던지, 펌이 풀리고 머리가 자라는 당분간 헤어아이론으로 머리를 펴야지 그 머리로는 밖에 나갈 수 없다고 한다. 가족들의 반응과 딸의 얘기를 듣고 괜찮다고 생각한 자신감이 없어지며, 머리가 안정 될 때 까지 귀찮지만 시간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일에 헤어아이론으로 머리를 피고 교회에 가니 몇몇 성도님들이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다고 하시며 잘 어울린다고 얘기 해 주셨다. 

개학날 아침, 오랜만에 만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또 이번에 처음 오는 아이들을 만나는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 전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많은 시간을 들여 머리를 예쁘고 단정하게 헤어아이론으로 펴서 펌이 아닌 생머리 단발 스타일로 다시 정돈했다. 역시 개학 첫날은 여기저기 부모님과 떨어지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방학동안 보지 못한 친구들과 재밌게 놀지만 또 싸우기도 하는 아이들의 소란으로 너무너무 분주하고 바빴다. 그렇게 왔다 갔다 정신없던 오전 수업 시간이 지나고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 전 아이들과 손을 씻으러 줄을 맞추어 가는데, 처음 프리스쿨에 와서 아침에 계속 울며 엄마를 찾아 본인도 선생님들도 힘들게 했던 로빈이가 나를 보더니, 귀엽고 커다란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고 "머리가 왜 그렇게 됐어?" 한다. "응?" 출근 후에는 거울 볼 시간이 없던 나는 머리에 뭐가 묻었거나 미술수업 시간에 사용한 색종이 조각이 붙었나? 생각하고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니, 아침에 곱게 피고 나온 내 머리가 다시 <브로콜리>가 되어있었다. 

'오~ 마이!!!' 이번엔 정말 내 입에서 이 말이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 웃음도 나왔다. 옆에서 손을 씻던 아이에게 "왜요? 로빈아, 선생님 머리가 이상해요?" 하고 물으니, 아주 무심하게 "아니, 아침과 달라." 하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예뻐!" 하고 한 마디 더 붙인다. 본인들도 영어가 편하고 한국어가 서툴지만 가정에서 아이들과 한국어를 사용하고, 가르치기 원해 미국 내 한국어 프리스쿨에 보내는 이민 2세 부모님 가정에서 아직 높임말(경어)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계속 낮춤말로 대답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대견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자신도 낯선 환경과 익숙하지 않은 언어에 울며 정신없던 중에 선생님 머리가 땀에 쩔어 다시 원래 꼬불꼬불 돌아와 아침과 달라진 것을 얘기 하는 아이의 모습에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을 계속 하는 기쁨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나의 원래 모습 보다는 다른 사람의 평가와 잣대에 신경 쓰고 눈치를 보며 적절히 타협도 하고 맞춰가며 그것이 사회에서 성숙한 어른의 삶이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심지어 교회의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너무나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조차 진실하지 못한 모습으로 우리는 살고 있지는 않은지,,,, 순수한 아이의 말 한마디가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그리고 나의 아침은 예전으로 돌아왔다. 딸에게 빌린 헤어아이론도 돌려주었다. 

"엄마, 이거 계속 필요한 거 아니에요?" 하는 아이의 방문을 닫으며 대답한다. 

"괜찮아“

“로빈이가 예쁘데." 

songjoungim@gmail.com

09.17.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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