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널 위해 여기 있을게

송정임 사모

(버지니아 St. John’s UMC)

한 달 전 11월 8일부터 기독교대한감리회 현역 감독 13인이 참여하는 “워싱턴DC 리더십 정상회의”가 11일까지 나흘간 워싱턴DC에서 열렸다. 이 회의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현역 감독 전원이 참가하는 최초의 해외 행사였으며, 행사의 시작은 11월 3일 조선에 파견된 감리교 최초 선교사인 헨리 아펜젤러 선교사의 순직 120주년 기념예배와 기념비 제막식을 아펜젤러의 고향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사우더튼(Souderton)에서 참석하여 함께 기념하며 시작됐다. 아펜젤러 선교사에게 복음의 빚을 진 한국 감리교회 대표들은 이 행사에 참여하며 아펜젤러 선교사 가족과 후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함께 나누었다.

감독들은 주일인 11월 7일, 워싱턴 지역의 미국인 교회, 한인 교회, 다인종 교회, 보수와 진보 등 다양한 교회로 흩어져 설교를 하였다. 남편이 Senior Pastor로 사역하는 우리 St. John's UMC도 서울연회 이광호 감독(도봉감리교회)을 11월 7일 주일예배 설교자로 모시며 이번 행사에 함께 섬길 수 있게 되었다. 남편과 함께 미국인 회중교회를 8년째 섬기면서 이런 특별한 경험은 우리부부에게도 처음이었기에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준비하였다.

설교자이신 이광호 감독님이 한국어로 설교를 하면 남편이 통역을 하는 형식으로 예배를 드리기로 하여 개인적으로 나는 온라인 예배가 아닌 현장 예배로 한국어 설교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성도님들도 이런 특별한 예배에 모두 기대가 되는 주일이라고 말씀하셨다. 120년 전 아시아에 작은 나라 조선에 도착한 아펜젤러 선교사는 자신의 발걸음을 시작으로 훗날 대한민국이 이렇게 큰 기독교 부흥의 역사를 이루고 이제는 세계 곳곳에 선교사를 파송하며 자신의 모국인 미국에서 미국인회중 교회를 사역하는 한인목회자들이 있을 것이라 상상도 못 했을 것 이다. 많은 의미를 담는 예배를 준비하며 기도할수록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했다.

예배가 시작되고 강단위에 설교자감독님과 옆에 남편이 함께 서며 설교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여러분들과 함께 모여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2021년은 참 힘든 해였습니다. 이번 All Saints Sunday도 작년처럼 코로나로 인해서 고통을 받은 사람들, 코로나와 싸우다가 우리 곁을 떠나게 된 가족, 친구, 이웃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분들이 여기에도 많이 계실 줄로 압니다. 이럴 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님은 이런 어려움 앞에서 어디에 계시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온화하지만 힘이 있는 음성의 한국어 설교말씀은 미국인 회중으로 가득한 이곳에 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마치 늘 미국인 회중교회 사역에 부족함을 염려하는 나에게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인 듯, 한 말씀 한 말씀이 나의 심령을 뜨겁게 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언어는 다르지만 한 성령님을 통해 전해지는 말씀의 힘은 남편의 통역으로 듣는 성도님들도 매우 집중하여 들으며 때로는 웃고, 고개를 끄덕이며 ‘아멘’으로 함께 말씀에 응답하고 있었다.

감독님의 설교는 우리가 살면서 어려운 일을 많이 당하지만 내가 겪는 “문제”보다 “나 자체”를 바라보시고 나에게 귀를 기울이시는 하나님이 가까이 계시다는 것을 깨달을 때 내가 감사하게 되며 “내가 너를 위해 여기에 있단다(I am here for you)”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게 된다고 하셨다. 우리도 어느 때보다 어려운 이때에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를 통해 가까이 계신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축복이 있기를 원한다는 당부와 축복의 말씀으로 설교를 마무리하셨다. 예배 후 인사를 나누며 성도님들은 설교자의 깊은 영성이 느껴지는 감격스러운 예배와 설교였다는 얘기와 함께 많은 감사인사를 전했다.

미국이민 생활과 미국인 회중교회를 경험하며 모르는 것들을 많이 배우기도 하지만 문화와 언어의 이해에 여전히 많이 부족한 나의 모습에 좌절하고 실망할 때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말씀을 통해 120년 전 처음 선교사들처럼 누군가는 하나님을 모르는 자들을 위해 그들 옆에 함께 있어주었기에 지금 우리에게 까지 이어졌고, 그 사랑과 희생으로 이제는 우리가 다시 그들 옆에 사랑과 말씀으로 함께 있어주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 옆에 영원히 함께 계시기 위하여 이 땅에 오신 아기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12월, 한 해를 마무리 하며 또 새 해를 계획하며 나는 가족과 친구 성도님들에게 진심으로 얘기할 것이다.

“걱정하지마! 내가 널 위해 여기 있을게! Merry Christmas!!"

 

songjoungim@gmail.com

12.11.2021

Leave Comments